명상의글(종교.묵상.좋은글.183 008 動(동) ·「덩 밍다오 - 마음의 눈을 밝혀주는 道 365」 008 動(동) 2024. 1. 11. 007 인(靭) ·「덩 밍다오 - 마음의 눈을 밝혀주는 道 365」 007 靭 북극의 찬 숨결이 산을 휘감고 Arctic breath coils the mountain, 빈 숲에 서걱거린다. Rattling the forests' bones. 빗방울이 나뭇가지에 매달리고 Raindrops cling to branches 보석과 같은 얼음이 대지 위에 떨어진다. Jewelled adomment flung to earth. 겨울이면 나무는 잎을 떨군다. 어떤 것은 폭풍우에 쓰러지지만 대부분은 꿋꿋이 살아 남는다. 나무는 비와 눈과 추우ㅏ와 바람을 받아낸다. 빗물을 받아 윤기를 더하기도 하고, 고드름을 달아 반짝이기도 하고, 사정없이 퍼붓는 눈을 관처럼 쓰고 있기도 한다. 대지가 흰 눈에 묻혀 광체를 발할 때에도 그들은 그저.. 2024. 1. 8. 006 顯(현) ·「덩 밍다오 - 마음의 눈을 밝혀주는 道 365」 006 顯 천둥이 치고 비가 오는 밤에 Thunder and rain at night. 진통 속에서 생명이 태어난다. Growth comes with a shock 그 첫 순간에 Expression and duration 그것의 형질과 운명이 결정된다.바람이 Appear in the first moment. 사물이 영원히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니다. 겨울 바람은 어떤 것을 파괴하는 순간에도 새로운 생명을 위한 준비를 멈추지 않는다. 사물들이 모두 없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것들이 생겨날 기회가 주어지고 새로운 윤회가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니까. 진통 속에서 새로운 것이 성장한다. 싹이 발하해서 표면을 뚫고 힘차게 솟아오르는 순간 그것은 오래.. 2024. 1. 7. 떠나가는 시간과 웃으며 작별하는 법 ·「샘터 - 2023. 12」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무여 스님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보리선원의 주지이자 사찰 여행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다. 스님에게 가장 효율적인 수행법은 사람들과의 다정한 소통. 속세와 연을 이어가며 스님이 깨달은 기쁨이 충만한 삶의 비결은 무엇일까. 무여 스님 벽에 걸린 그림 속 연꽃이 마치 사람으로 환생해 눈앞에 앉아있는 듯한 감흥이 일었다. 그녀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는 연잎처럼 청초했고, 입에서 피어나는 언어는 은은한 꽃향기를 풍겼다. 그 청정한 표정에 물들지 않을 재간이 없어 그녀를 따라 웃음 짓다가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당신의 얼굴이 곧 내 얼굴이요, 내 얼굴이 곧 당신의 얼굴이겠군요.’ 마주 앉은 이가 나의 거울임을 이렇게 몸소 배웠다. 무여 스님(42)은 많은 사람과.. 2024. 1. 7. 005 聲(성) ·「덩 밍다오 - 마음의 눈을 밝혀주는 道 365」 005 聲 동굴 속에 바람이 불면, Wind in the cave, 정적 가운데 움직임이 있고 Movement in stillness. 침묵 가운데 기가 솟는다. Power in silence. 동굴 속에는 외부의 소리가 바위와 땅에 의해서 차단된다. 반면에 심장의 박동소리나 숨소리는 더 크게 들린다. 그와 마찬가지로 고요한 명상 속에서 우리는 일상의 아우성에서 벗어나 우리 삶의 가냘픈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귀가 아닌 영혼으로 들으려 할 때 그 가날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소리의 세계로 들어감으로써 우리는 가장 순수한 세계로 들어간다. 많은 종교의 예에서 보듯이 기도나 노래나 찬양을 함으로써 침묵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소리의 반.. 2024. 1. 5. 004 內省(내성) ·「덩 밍다오 - 마음의 눈을 밝혀주는 道 365」 內省 물 위에 어리는 달빛을 보며 Moon above watet 나 홀로 고요히 앉아 있다. Sit in solitude 고요한 물에 어리는 달빛의 형상은 완전하다. 우리들도 그처럼 고요히 있을 때 우리의 신성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 연연해서 미친 둣이 행동하고, 자연의 질서에 게입하려 들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 매몰되면 우리를 비추는 거울은 사나운 물결처럼 일어난다. 그런 물결에는 도가 비치지 않는다. 자기를 고요히 하는 벙법은 없다. 참으로 고요함은 마음을 편안히 하고 혼자 잇는 순간에 생겨나기 때문이다. 물이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는 것처럼 마음도 신성을 향하면 가라않는다. 흙탕물도 가만히 두면 깨끗해지는 것처럼 마음도 고요하게 .. 2024. 1. 4. 003 雯(문) · 「덩 밍다오 - 마음의 눈을 밝혀주는 道 365」 雯 구부러진 것을 곧게 하고 Make the crooked straight, 곧은 것을 흐르게 한다. Make the straight to flow. 물과 불과 빛을 모으고 Gather water, fire, and light. 세계를 한 점으로 향하게 한다. Bring the world to a single point. 영혼의 행로에 관하여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자세, 즉 헌신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우리들의 결단은 엄청난 힘을 얻는다.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줄어든다. 구부러진 우리들의 행로가 곧게 되고, 우리의 목표를 방해하려 드는 어떠한 것도 물리칠 수 있다. 헌신은 무턱대고 나아갈 때뿐만 아니라 꿋꿋하게 우리를 지키는데도 필요하다. 우리의.. 2024. 1. 3. 지금의 고난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 - 마음 깊은 곳을 여행하라 · 「바바라 디 앤젤리스 - 지금의 고난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 마음 깊은 곳을 여행하라 무엇을 할지 더 이상 알지 못할 때 진정한 일을 하게 되리라. 어느 방향으로 갈지 더 이상 알지 못할 때 진정한 여행이 시작되리라. -웬델 베리. 자신이 영리하고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한 남자가 죽어서 신과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이 무엇을 물어볼까?' 남자는 궁금했다. '삶의 의미가 뭐냐고 물으면 어떡하지?' 대답할 말이 없는데,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야지, 사실대로 말할 수는 있겠지. 성공하려고 너무 바쁘게 일하느라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고 말이야. 어쨌거나 내가 생전에 이룬 일들은 정말 대단하잖아, 신이 모를 리 없지!' "만나서 반갑네. 자, 이제 말해 보게나. 자신이 어떻게 살았다고 생각하나.. 2023. 12. 10. 지금의 고난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 - 서문 ·「바바라 디 앤젤리스 - 지금의 고난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 서문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느 시점에서든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부딪힌다. 계획에 없던 곳에 이르러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물을 만나고, 짐작조차 못했던 감정을 느낀다. 설명할 길은 없지만 가다 보면 어느덧 원래 목적지가 아닌 엉뚱한 곳에 닿기도 한다. 처음 의도는 사라지고, 갈망하기는 커녕 상상도 못했던 일들로 상황이 뒤바뀌고 만다. 또한 우리는 원하는 대로가 아닌 현실 그대로의 삶을 어느 순간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당혹스럽게도 우리는 이때 변화가 필요함을 실감한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우리는 자신이 속하리라 생각했던 상황과 지금 속한 상황의 차이, 갈망하며 기대했던 결과와 실제 일어난 결과의 차이, 계획했던 삶과 .. 2023. 12. 9. 韓國佛敎 - 나의 인생길 ·「韓國佛敎 - 2023. 10. 16. 지상법석」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변함없는 부처님 마음일세 - 문수동자 게송 유난히 태풍의 피해도 많았고 불가마처럼 뜨거웠던 무더위도 지나가고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걸 보니 시원한 가을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 실감이 난다. ‘나의 인생길’ 살다 보면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어려운 시기는 변덕스러운 기류처럼 어느 누구에게 나 여러 번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때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힘이 되는 불을 환히 밝혀 준 다면 세상은 진정 혼자가 아닌 누군가 나와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고통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흔들림 없이 살고 있지만, 사람을 미워하고 악 하게 .. 2023. 10. 30. 1 - 2. 당신이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하라 · 「황금날개 - 평생 힘이 되는 말」 1 - 사랑은 비 갠 후의 햇살처럼 따뜻하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하라.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당신이 할 수 있는 혼신의 힘을 쏟아, 당신이 갈 수 있는 모든 장소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을 들여 가능한 한 길게. - 존 웨슬리 (John Wesley1703-1791) 영국국교회 성직자 1 - 2. 당신이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하라 영화 에는 주인공 이츠키에게 편지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맡은 젊은 우편집배원이 등장하는데, 그는 우편집배원치고는 좀 튀는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다. 그를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우편집배원 제모制帽 아래서 등 뒤로 흘러내리던 굽슬굽슬한 꽁지머리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꽁지머리가 내게 한 우편집배.. 2023. 7. 5. 1 - 1. 향기가 멀리 간다고 해서 다 아름다운 꽃은 아니야 · 「황금날개 - 평생 힘이 되는 말」 1 - 사랑은 비 갠 후의 햇살처럼 따뜻하다. 향기가 멀리 간다고 해서 다 아름다운 꽃은 아니야 향기가 오래 머무르지 않고 살짝 스쳐 사라져야만 진정한 향기야 무조건 멀리 간다고 해서 진정한 향기가 아니야. 향기란 살짝 스쳐 사라짐으로써 영원히 존재하는 거야 - 폴 고갱. 1 - 1. 향기가 멀리 간다고 해서 다 아름다운 꽃은 아니야 우리 동네에는 이라는 꽤 오래된 문구점이 있다. 10여 년 전부터 복사하러 다니다가 단골이 되었다. 그곳에 들릴 때면 나는 복사 코너 바로 옆에 있는 우표 코너를 기웃거리며 복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옛날 우표에서 방금 우체국에서 떼어온 듯한 선명한 색깔의 기념우표들 그리고 다양한 세계 여러 나라의 우표들을 보고 있으면 재미도 있고 시.. 2023. 6. 27. 평생 힘이 되는 말 - 추천의 말 · 「황금날개 - 평생 힘이 되는 말」 추천의 말. 당신이 알고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라. 당신이 마라토너라면 달려라. 당신이 종이라면 울려라. 이그너스 번스타인이 남긴 이 명언은 아주 쉽고 단순명료하지만, 읽을 때마다 힘이 납니다. 당장 러닝화로 갈아 신고 마라토너처럼 달리고 싶어지고, 높은 종탑으로 기어올라 종이 되어 울리고 싶어질 만큼 고무됩니다. 이처럼, 길게 부연 설명을 하지 않고도 굵고 강하게 감동을 남기는 것이 바로 명언의 매력이며 힘일 것입니다. 어릴 때 우리들 책상 앞에는 꼭 한 구절의 명언이 붙어 있었습니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시간은 금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와 같은 명언들은 너무 많이 들어 아주 식상.. 2023. 5. 31. 남이 한 말로 괴롭다면 법륜 / 「지금 이대로 좋다」 남이 한 말로 괴롭다면 남이 한 말로 지금 내가 괴롭다면 그 말이 그 사람의 스트레스로 꽁꽁 뭉친 쓰레기라고 여겨 보세요. 쓰레기는 받는 즉시 버려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지금 엄마가 버린 쓰레기 봉지 아빠가 버린 쓰레기 봉지 상사가 버린 쓰레기 봉지 선생님이 버린 쓰레기 봉지를 끌안고 삽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사람들이 나에게 쓰레기봉지를 던져줄 때도 있어요 받자마자 그냥 버리면 될텐데 그걸 다 끌어 안고 다니면서 '아빠는 이런 쓰레기를 주었고, 엄마는 이런 쓰레기를 주었고, 선생님은 이런걸 주었잖아'라며 남 탓하는게 우리 인생이에요. 남이 나에게 준 쓰레기 봉지를 안고 다니지 마세요. 남이 준 걸 받아 가지고 괴로워하면 내 인생이 그 사람의 쓰레기통밖에 되지 않아요. .. 2023. 1. 17. 법상스님-생활수행 이야기 법상스님 - 「생활수행 이야기」 [230101-074721] "예"를 많이 하는 사람은 무한한 능력의 소유자이며 "아니오"에 얽매이는 사람은 가지고 있던 능력도 쫓아버리는 사람입니다. 마음 하나 가지고 세상을 짓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예"하는 마음이 모든 일들을 밝게 지어내며 "아니오"하는 마음이 모든 일들을 무너뜨립니다. 사소한 일에서부터 '예'하는 마음 자꾸 연습하여 본래 가지고 있던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그대로 일상에서 일구어 내어야 합니다. - 법상스님의 '생활수행 이야기'중에서 "예"하는 사람은 표정부터 다릅니다. 밝습니다. "예"하는 사람은 목소리도 다릅니다. 맑습니다. 빛깔로 쳐도 "예"는 밝고, "아니오"는 어둡습니다. 물에 비유해도 "예"는 맑고, "아니오"는 흐리고 칙칙합니.. 2023. 1. 11. 최영배(비오)신부-2011년 1월 묵상카드 높은 산을 넘는 것보다 한 사람을 넘는 것이 더 힘듦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사람들은 세상에서 제일 높은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고 환호와 기쁨을 만끽하나이다. 가장 높은 곳에 서면 지상의 모든 세계가 발아래 공손히 무릎을 꿇나이다. 마치 세상 모두의 왕이 된 것처럼 짜릿한 쾌감을 느끼나이다. 그러나 세상의 가장 높은 산을 정복하였다해도 그 사람에게도 넘어서지 못하는 그 누군가가 분명히 있나이다. 가장 낮은 한 사람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가장 높은 산 위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은 서글픈 코미디이나이다. 왜 우리는 사람을 넘어서지 못하나이까? 모든 사람은 제 각각 우주 만물의 영장으로써 절대적 가치와 위엄을 지니고 있나이다. 태양은 지구와의 먼 발치에서 공손히 지구의 온도를 적정선으로 유지시켜.. 2022. 12. 26. 장영-자유로 가는 인생/균형있는 삶이란? 장영 - 「자유로 가는 인생」 균형있는 삶이란? 다음은 미국 코카콜라의 CEO로 지명된 더글라스 대프트(Douglas Daft)가 2000년 취임에 앞서 자신이 감명깊게 들었던 코카콜라 부사장이며 COO인 다이슨(Brian Dyson)의 졸업식 축사를 전직원들에게 소개하면서 화제가 된 글입니다. 저는 이 연설만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방향을 정확히 지적해 준 글을 결코 본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이 글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Life is... Imagine life as a game in which you are juggling five balls in the air. 인생을 공중에서 5개의 공을 돌리는 것(저글링)이라 상상해 봅시다. You .. 2022. 12. 24. 법정-버리고 떠나기/묵은 편지 속에서 이곳 두메산골의 오두막에서 지내니 편지를 보낼 일도 없고 받을 일도 없다. 이 오두막이 행정구역상 어디에 소속되는지 아직도 나는 모르고 지낸다. 따라서 우편집배원이 찾아올 일도 없고 내가 우체국을 찾아갈 일도 없다. 이따금 소용되는 물건이나 옷가지를 챙기러 불일암에 내려가면 주인을 기다리는 우편물들이 쌓여 있다. 그전 같으면 답장을 띄워야 할 사연들에도 요즘에는 거의 생략하고 있다. 오고가고 하는 번거로운 인연을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옛사람도 읊은 바 있다. 산이야 나를 좋아할 리 없지만 내가 좋아서 산에서 사는데 한 산중에서 오래 머물다보니 번거로운 인연들이 나를 얽어매더라. 내게 오는 우편물들은 그때그때 처리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게 급한 내 성미다. 회신을 미처 쓸 여유가 없을 때는 우선.. 2022. 12. 20. 채희동-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그릇을 닦으며 「채희동 -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그릇을 닦으며 윤 미 라 어머니, 뚝배기의 속끓임을 닦는 것이 제일 힘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차곡차곡 그릇을 포개 놓다가 보았어요. 물 때 오른 그릇 뒷면 그릇 뒤를 잘 닦는 일이 다른 그릇 앞을 닦는 것이네요. 내가 그릇이라면, 서로 포개져 기다리는 일이 더 많은 빈 그릇이라면, 내 뒷면도 잘 닦아야 하겠네요. 어머니, 내 뒤의 얼룩 말해주셔요.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사람은 서로의 앞모습을 바라보고 사는 존재라고, 그래서 앞모습을 가꾸기 위해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고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하며 자신의 앞모습을 가꾸는데 온갖 정성을 다한다. 심지어 앞모습을 더 잘 꾸미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시인은 설거지를 하면서 새로운 사실 하나를 깨.. 2022. 12. 2. 법정-버리고 떠나기/또 가을이네 법정 - 「버리고 떠나기」 또 가을이네 조계산에는 추석날 밤 비가 내렸다. 동산에 떠오르는 달 마중을 못하고, 마루에 앉아 후박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었다. 가을비 소리는 어쩐지 적막하고 쓸쓸하게 들린다. 비가 내리면 풀벌레 우는 소리도 묻히고 만다. 전등불 대신 촛불을 밝혀 놓고 벽에 어리는 그림자와 더불어 차향기에 젖었다. 요즘 나는 촛불 아래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벽 예불을 마치고 아침 공양 전까지의 입선시간. 촛불을 밝혀두고 앉아 있으면 마음이 한결 차분하고 정신은 별빛처럼 또렷해진다. 전등불은 밝고 편리하지만 촛불만큼 아늑하고 푸근한 맛은 덜하다. 촛불을 살아있는 불꽃이라서 그런지 정감이 간다. 방금, 열엿새 만월이 산등성이 위로 둥실 떠올랐다. 구름 한점 없는 청명한 밤 하.. 2022. 11. 7. 법정-山房閑談/행복은 어디 있는가 「법정 - 山房閑談」 여기저기서 꽃이 피었다가 지더니 이제는 온 산천이 신록으로 눈이 부시다. 나무마다 달리 제 빛깔을 풀어 펼쳐내는 그 여린 속 얼굴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신록은 그대로가 꽃이다.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찬란한 화원이다. 내 오두막 둘레는 아직 꽃 소식이 없다. 얼마 전까지도 눈이 내려 응달에는 아직 잔설이 있다. 5월 초순쯤에야 벼랑 위에 진달래가 피어날 것이다. 얼음 풀린 개울물 소리에 귀가 시리다. 최근 한 잡지사에서 ‘행복의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대담을 해 달라는 청이 있었다. 산과 들에 새잎이 눈부신 이 생명의 계절에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그 조화에 한몫을 거드는 일이 될 것이다. 행복의 기준이라니, 행복에 어떤 기준이 있단 말인가. 만약 행복에 어떤 기준이.. 2022. 9. 9. 법정-버리고 떠나기/가을이 오는 소리 법정 - 「버리고 떠나기」 산에 살면서 철이 바뀔때마다 느끼는 일인데, 계절의 변화는 바람결에서 시작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그때에 맞추어 바람을 타고 오는 것 같다. 예년같으면 백로를 고비로 마른 바람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올해는 백로가 지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무더운 날씨였다. 그러더니 며칠 전부터 설렁설렁 마른바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바람결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스쳐가는 나뭇잎마다 각기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파초잎을 스쳐가는 바람소리는 넓은 잎이라 서걱이는 소리도 치마폭에서 나는 소리같고, 댓잎을 스치는 소리는 어쩐지 소소(蕭蕭)하다. 후박나뭇잎과 오동나뭇잎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 또한 각기 다르다. 나무마다 다른 소리를 내면서도 서걱이는 마른 바람소리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 바람.. 2022. 9. 7. 최광웅-삶의 지평선을 바라보며/신과의 대화 최광웅 - 「삶의 지평선을 바라보며」 무엇이 성공인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로부터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 1803~1882 에머슨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이 성공이요, 친구의 배반을 참아 내는 것도 성공이요,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고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도 성공이요,.. 2022. 8. 31. 장영-자유로 가는 인생/제 1장 변화할것인가? 안주할것인가? 장영 - 「자유로 가는 인생」 어떤 철새가 하늘을 날다가 땅을 대려다보자 거기에 먹이가 너무도 많이 널려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철새는 마침 배고프던 차에 먹이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 실컷 주워먹었습니다. 그리고 먹이에 정신이 팔린 그 새는 결국 그곳에 눌려앉아 살게 되었습니다. 한 해가 지나 동료 철새들이 다시 그곳을 날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이 철새는 자기도 함께 동료들과 날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새는 그 동안 살이 너무 쪄서 이제는 먼 길을 날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 철새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시 주저 앉아 먹이를 주워먹으며 지냈습니다. 이렇게 몇 년을 지내자 그 철새는 너무 비대해져 이제는 고향으로 날아갈 꿈을 영원히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되었고, 끝내는 혼자 외롭게 살.. 2022. 8. 27. 존 그레이-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차이를 기억할 것 존 그레이 -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아주 오랜 옛날,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던 화성인들이 금성인을 발견했다. 단 한 번 얼핏 보았을 분인데도, 그들은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느낌을 갖게 되었다. 사랑에 빠진 화성인들은 얼른 우주여행 방법을 고안하여 금성으로 날아갔다. 그들의 사랑은 마법과 같았다. 그들은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웠고, 무엇이든 함께하고 함께 나누면서 기쁨을 느꼈다. 비록 서로 다른 세계에서 왔지만, 그들은 그 차이를 마음껏 즐겼다. 서로에 대해 알게 되기까지, 서로 다른 욕구와 기호, 행동양식을 이해하기까지 몇 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몇 년 동안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지구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엔 모든 것이 근사하고 아.. 2022. 8. 17. 다치바나 다카시-靑春漂流/미치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다치바나 다카시 - 「靑春漂流(청춘표류)」 무라사키 타로는 원숭이 조련사다. 2년 반 전에 야마구치 현(山口県) 히카리 시(光市)에서 올라와 지금은 무사시(武蔵) 근처에 산다. 그를 보고 싶다면, 쉬는 날 스키야바시(数寄屋橋)공원이나 요요기 공원, 신주쿠쎈터 앞을 찾아가면 된다. 원숭이 재주는 길거리 공연이 기본이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아무 때나 할 수 있어야 하지만 도쿄는 일본에서도 도로교통법이 가장 엄격한 곳이어서 아무 데서나 판을 벌이면 곧 경찰이 들이닥친다. 도쿄도 뉴욕처럼 길거리 공연을 위해 도시 전체를 개방한다면 더욱 즐거워질 텐데, 경찰청의 머릿속에는 도로교통법 규정밖에 없는 것 같다. 아무튼 휴일에 이런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은 앞의 세 군데밖에 없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원숭이 조련사를 해보.. 2022. 8. 12. 고도원-부모님 살아 계실 때/(열다섯)‘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하기 고도원 -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어머니 어머니의 겨울 코트가 너무 낡고 초라해 보여서 어머니를 시내로 모시고 가서 새 코트를 사 드려야 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없어 결국 코트를 사 드리지 못했다. 그때 나는 너무 바빴었다. 어머니의 생신 때 여행을 보내 드려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결국 비핼기표를 사드리지 못하고 말았다. 만약 시간을 거꾸로 돌려서 어머니께 그 코트를 사드리고 해마다 생신날이면 어머니가 원하시는 곳 어디든지 모시고 갈수만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제는 너무 늦었다. 내 어머니는 칠순의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고혈압이나 신경통 같은 것 때문에 늘 고생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건강하신 편이었기에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2022. 8. 11. 펑즈카이(豊子愷) - 점점(漸) 豐子愷 -「2019년 11월 17일 팔보」 점점 인생이 원활히 진행되게 하는 미묘한 요소를 들라면, 무엇보다 ‘점점[漸]’을 꼽겠다. 조물주가 인간을 속이는 수단을 들라면, 역시 무엇보다 ‘점점[漸]’을 꼽겠다.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천진난만한 아이가 ‘점점’ 야심만만한 청년으로 변해가고, 기개와 의협이 넘치는 청년이 ‘점점’ 냉혹한 성인으로 변해가고, 혈기왕성한 성인이 ‘점점’ 완고한 노인으로 변해간다. 한 해 한 해, 한 달 한 달, 하루 하루, 한 시간 한 시간, 일 분 일 분, 일 초 일 초…… 그 변화가 점점 진행된다. 마치 경사가 아주 완만한 기나긴 비탈을 걸어 내려오는 것과 같아, 사람들은 내려가는 흔적을 느끼지 못하고, 고도가 변하는 경계를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언제나 영원히 변하지 않.. 2022. 8. 5. 법정-버리고 떠나기/남의 삶과 비교하지 말라. 법정 - 「버리고 떠나기」 입추(立秋)를 전후에서 아침 저녁으로 선들거리는 바람결에 홑이불만으로는 잠자리가 편치 않다. 초저녁에는 쾌적하던 홑이불도 새벽이 되면 한기에 자주 깨어나 옹송그리게 된다. 잠결에서 환기창을 닫아야겠다고 벼르면서도 막상 일어나기가 머리 무거워 더욱 옹송그릴 뿐이다. 장마철에는하루 걸러 지피던 군불을 입추가 지나면서부터는 거의 날마다 지피게 되었다. 지난 여름에는 실로 많은 사람들과 마주쳤다. 아랫절에 내려가 보면 앞마당이 그득하도록 여름철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장바닥을 이루었다. 사무실쪽 이야기로는 봄철의 관광시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했다. 따라서 산 위에 있는 암자에까지 그만큼 발길이 미칠 수밖에 없다. 새벽과 밤 시간 말고는 정상적인 일과를 치르기가 곤란할 지경.. 2022. 8. 5. 파울로 코엘료-연금술사/"세상 만물은 모두 한가지 라네." 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누군가 어깨를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산티아고는 잠에서 깨어 났다. 시장 한복판에서 잠이 들어버렸던 모양이었다. 이제 관장은 새로운 하루의 활기를 되묻고 있었다. 그는 양을 찾으려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자신이 이제 다른 세상에 와 있음을 깨달았다. 슬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행복했다. 이젠 양들을 위해 물과 먹이를 찾아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대신 보물을 찾아가는 미지의 모험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주머니엔 동전 한푼 없었지만, 그에겐 삶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는 어젯밤에 모험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즐겨읽던 책에 나오는 멋진 주인공들처럼. 그는 일어나서 천천히 광장을 거닐었다. 상인들이 진열대를 세우고 있었다. 그는 과자 장수의 일을 도왔다. 그 상인의 .. 2022. 7. 1. 이전 1 2 3 4 5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