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370 신달자-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신달자 -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내 나이를 사랑한다. 지금 어렵다고 해서 오늘 알지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기다림 뒤에 알게 되는 일상의 풍요가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자. 중요한 건, 내가 지금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내가 가진 능력을 잘 나누어서 알맞은 속도로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여자이고 아직도 아름다울 수 있고 아직도 내일에 대해 탐구해야만 하는 나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아직도 모든 것에 초보자다. 그래서 나는 모든 일을 익히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현재의 내 나이를 사랑한다. 인생의 어둠과 빛이 녹아들어 내 나이의 빛깔로 떠오르는 내 나이를 .. 2008. 6. 15. 눈을 감고 보는 길 - 책머리에(법정) / 바다를 생각하며 ·「정채봉 에세이 - 눈을 감고 보는 길」 책머리에 내 눈시울에도 물기가 배었다.정채봉 님의 책에 전에 없이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을 나는 기쁘고 고맙게 생각한다. 작년 이맘때, 그렇다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 충격에 한동안 할 말을 잊었었다. 몇 차례 편지로 또는 말로 음주에 대해 잔소리를 해온 터라 드디어 올 것이 왔는가 싶었다. 환자복을 입고 반쪽이 되어 병상에 누워 있는 그를 대하자 불안했던 생각이 얼마쯤 가시었다. 그 이유는 그의 눈망울과 그 방안의 분위기에 어두운 구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병상에서 다시 일어설 사람과 일어서지 못할 사람은 그의 눈망울과 그 병실의 분위기가 의사의 말보다 더 잘 암시해 주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2008. 6. 11. 6월의 말 - 쌀과 머루와 누룩의 공간 ·「李御寧에세이集 - 말」 쌀과 머루와 누룩의 공간 고려 때의 가요 청산별곡에는 삶의 세 가지 공간이 음식물에 의해서 상징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으리 랐다'와 '나마 조개 구조개랑 먹고 바라(바다)래 살으리 랐다'라는 표현은 다 같이 문화적 공간에 대웅 되는 자연 공간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머루. 다래. 조개. 글'은 인간의 農耕 농경으로 재배하고 있는 곡식인 '쌀. 보리. 콩. 조'와 대조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들은 인간의 노동으로 가꾸어진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자연적으로 자라난 것이며, 논. 밭이 아니라 태초의 그 산과 바다의 터전에서 나온 산물이다. 그러니까 머루. 다래를 먹고 살겠다는 것은 쌀과 보리를 먹고 살아가는 문화적 공간의 인간적인 삶.. 2008. 6. 8. 아름다운 인생의 노을이고 싶다 좋은글 - 「아름다운 인생의 노을이고 싶다」 언젠가 내 인생에 어김없이 노을이 찾아 든다면 마지막 노을을 사랑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련다. 해저문 노을을 미소로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련다. 타들어가는 석양의 꼬리를 잡고 마지막 인생을 넉넉하게 관조 할 수 있는 여유로운 이별의 노래를 부르련다. 마지막 가는 길 마져도 향기롭게 맞이 할 수 있는 사람 진정 환한 미소로 두 눈을 감을 수 있는 사람이 되련다. 마지막 순간까지 회한의 눈물이 아닌 질펀하고도 끈끈한 삶의 눈시울을 붉힐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길 갈망한다. 온갖 돌 뿌리에 채이고 옷깃을 적시는 여정일지라도 저문 노을빛 바다로 미소띤 행복을 보낼 수 있다면 어떤 고행도 기쁨으로 맞으리라. 진정 노을빛과 한덩어리로 조화롭게 뒤 섞일 수 있는 그.. 2008. 6. 8. Solveig's Lied Edvard Grieg Solveig's Lied Peer Gynt Suites Nos 2 Op.23 Sop.조 수미 파리나무 십자가 소년합창단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는 자신의 음악이 서정적이어서 극음악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였으므로 입센의 환상시극 '페르 귄트'를 작곡함에 있어 서도 사실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입센의 위촉을 받아 무대 음악으로 이 곡을 작곡하기 시작하였는데, 그는 31세 때 이 곡을 쓰기 시작하여 다음해 여름에 완성하였는데 그의 명작이 되었다. 이것은 처음에 피아노 2중주의 형식으로 출판되었다가 후에 오케스트라로 편곡되었다. 이 극음악은 5곡의 전주곡을 비롯하여 행진곡, 무곡, 독창곡, 합창곡 등 모두 23곡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그리그는 후에 이 극음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 2008. 6. 5. Charlie Landsborough-I Dreamed I Was In Heaven 「Charlie Landsborough-I Dreamed I Was In Heaven」 Reflections Last night I dreamed I was in heaven But your weren't there And I was crying like a baby Looking for you everywhere And I saw waterfalls of life Stars that didn't need a night Somehow heaven wasn't right Without you Without you My heart could never be free Without you heaven couldn't be heaven to me Everyone I meet was smiling all sorr.. 2008. 6. 4. Blues-Buddy Guy - Sweet Tea 04_-_Stay_All_Night 02 - Baby Please Don't Leave Me 2008. 5. 31. Schubert - Serenade Schubert 의 Serenade 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 오스트리아 5명의 현악연주음악을 들려드립니다. 제1 바이올린 2명, 제2 바이올린 1명, 비올라 2명, 바이올린 첼로 1명, 콘트라베이스 1명으로 구성된 현악 중주단이 들려줍니다. 모두 7명이지만 보시다시피 5파트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5중주단이라고 함이 옳은 것 같습니다. 곡목 중에서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연주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냥 듣기만 하여도 즐겁지만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란 도대체 어떤 것인가 알고 들으시면 더욱 좋겠지요. 슈베르트와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그리고 세레나데란 무엇인가 에 대하여 알아 보겠습니다. 세레나데(serenade)란? 세레나데는 '맑게 갠'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sereno 에서.. 2008. 5. 30. 고전-레드벨리의 <미드나이트 스페셜>(1934년) » 미국 민속음악의 현대화에 기여한 두 거인 레드벨리(오른쪽)와 우디 거스리. 감옥은 시간이 정체된 곳이다. 사회로의 포섭을 위해 사회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이 변화 없는 일상을 보낸다. 그래서 ‘쇼생크’ 교도소의 수감자들은 이미 수십 번이나 돌려본 리타 헤이워스 영화에 매번 시사회와 같은 열광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 포크음악의 보존과 전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민속학자 존 로맥스가 구전가요들을 녹음하기 위해 교도소를 찾은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최대한 원형에 가까운 상태로 머물러 있는 음악을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1933년 로맥스에게 ‘발견’되었을 때, 허디 레드베터는 폭력상해죄로 복역 중이었다. 본명보다 레드벨리(188?~1949)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그는 타고난 음악재능과 방대한 레퍼토.. 2008. 5. 25. John Lennon - Imagine Imagine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ahaa-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 you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one Imagine .. 2008. 5. 25. 존재는 눈물 흘린다 - 존재는 눈물 흘린다(1~3) 공지영 - 「존재는 눈물 흘린다 (카테고리/004)」 (1) 나는 해고되었다. 한 달 전에 이미 그 통지를 받았고 책상은 지난주에 정리되었다. 모든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깊어가는 가을보다 먼저 깊디깊이, 그래프로 떨어져내리는 경기 탓이었다. 회사는 브랜드 네임을 좀더 이국적인 언어로 바꾸고 그에 걸맞은 이미지의 옷들을 생산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단발머리에 금속 광택이 나는 꽃핀을 꽂은 신세대들이 짧은 치마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고 대거 회사 문으로 입장했고 파마를 자주 해서 머리가 푸석해진 우리들은 반대편 문으로 이제 나가야 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신선한 감각을 생명으로 하는 이 바닥에서 사실 서른이면 구세대였고, 우리는 이미 촉탁 디자이너라는 이상한 이름을 달고 있었으므로 정확히 말하자.. 2008. 5. 24. 한 인 현 - 섬집 아기 ·「조선일보 - -08 05 21」 [애송 동시 - 제 9 편] 섬집 아기 한 인 현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섬집 아기〉는 1950년 4월 《소학생》지에 처음 실렸다. 7·5조의 음수율을 고지식하게 따르는 이 정형시의 배경은 섬마을이다. 엄마는 굴 따러 가고 아기는 칭얼대다가 스르륵 잠든다. 아기를 재운 것은 파도소리다. 파도소리가 천상의 화음을 가진 것은 하느님이 작곡한 자장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굴 따던 엄마는 갑자기 아기 걱정에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서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 2008. 5. 21. 교황 베네딕토 16세-내일이면...... "희생자들에게 안식을 주시고 생명을 구하러 나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소서." (I implore God on their behalf, to give them relief in their suffering. May God give sustenance to all those who are taking part in the immediate rescue efforts.) - 교황 베네딕토 16세 - 2008. 5. 15. 유머-밤이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하세요 조선일보 - 「2007. 06. 12. 기고문」 나라를 위해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산업전선에 나가 일도 하고 미래의 인재도 낳아 키우는 베테랑 여전사 넷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 달에 한 번 전략적 수다 모임을 갖는 그녀들이 번개팅을 가진 까닭은 '아무래도 내 육신에 큰 변고가 생긴 것 같소. ㅠㅠ'하고 급전을 친 쌍문동 장 여걸 때문이다. “남 부끄럽소이다만,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어 콜 하였소.” “대체 어인 일이오? 중병에라도 걸린 것이오?” “그것이 아니고, 낭군님 무서워 집에 들어가기가 겁난다오.” “설마하니 폭력을?” “그리 당돌한 남정네는 아니오. 혹여 이제 겨우 불혹인 내가 불감증에 걸린 건 아닌지 그것이 근심이오. 귀가해 식솔들 밥 먹이고 집안 소제하고 아이들 숙제까지 봐주고 나면 몸이.. 2008. 5. 14.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 한 방울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무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2008. 5. 12. 이애경-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인생은 아포가토 이애경 -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에스프레소에 빠진 아이스크림. 너무 달달하거나 너무 쓰거나 너무 차갑거나 너무 뜨거워, 한 숟가락씩 떠먹거나 홀짝홀짝 나눠 마셔야 하는 것. 달콤할 때쯤 쌉쌀하게, 쓴맛에 달콤함을 더해 주는, 아이스크림과 맞닿아 있는 에스프레소 다혈질이면서도 천천히 살 줄 아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철학이 가득 딤긴 디저트 달기만 한 인생은 없다. 쓰기만 한 인생도 없다. 인생은 아포가토. 온기와 냉기가 공존하는 달콤 쌉쌀한 디저트 같은 것. (p218) ※ 이 글은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이애경 -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허밍버드 - 2013. 10. 25. 2008. 5. 10. 제 남편이 잠자리에서 벌이는 엘버트 선생님께.. " 제 남편이 잠자리에서 벌이는 일은 겨우 삼십초에 끝납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요.?" " 남편께서는 당신을 무척 사랑하고 있읍니다. 당신한테 어찌나 혹했는지 미처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겁니다. 실제로 '그일'에 들이는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당신에 대한 애정은 그 만큼 더 큰것입니다. 값비싼 선물을 사 드리고 좋은 음식을 해먹이는 것으로 그 사랑에 보답하세요." 2008. 5. 8. · 피천득-인연/종달새 ·피천득 - 「인연」 [200513-170154] "무슨 새지?" 어떤 초대석에서 한 손님이 물었다. "종달새야." 주인의 대답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종달새라고? 하늘을 솟아오르는 것이 종달새지, 저것은 조롱(鳥籠) 새야." 내 말이 떨어지자 좌중은 경탄하는 듯이 웃었다. 그날 밤 나는 책을 읽다가 아까 친구 집에서 한 말을 뉘우쳤다. 비록 갇혀 있는 새라 하여도 종달새는 공작이나 앵무새와는 다르다. 갇혀 있는 공작은 거치른 산야보다 아늑한 우리 안이 낫다는 듯이 안일하게 살아간다. 화려한 날개를 펴고 교태를 부리기도 한다. 앵무새도 자유를 망각하고 감금 생활에 적응한다. 곧잘 사람의 말을 흉내도 낸다. 예전 어떤 집에는 일어 상용(日語常用)하는 주인을 따라 '오하요(안녕)하고 인사를 하는 앵무.. 2008. 5. 7. 피천득-인연/엄마 피천득 - 「인연」 마당으로 뛰어내려와 안고 들어갈 텐데 웬일인지 엄마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또 숨었구나!' 방문을 열어봐도 엄마가 없었다. '옳지 그럼 다락에 있지' 발판을 갖다 놓고 다락문을 열었으나 엄마는 거기도 없었다. 건넛방까지 가 봐도 없었을 때에는 앞이 아니 보였다. 울음 섞인 목소리는 몇번이나 엄마를 불렀다. 그러나 마루에서 재각대는 시계 소리밖에는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주춧돌 위에 앉아서 정말 엄마 없는 아이같이 울었다. 그러다가 신발을 벗어서 안고 벽장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날 유치원에서 몰래 빠져 나왔었다. 순이한테 끌려다니다가 처음으로 혼자 큰 한길을 걷는 것이 어떻게나 기뻤는지 몰랐었다. 금시에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잡화상 유리창도 들여.. 2008. 5. 7. 思母曲 「신 영 - 思母曲」 감추다 만 치마폭엔 숯검정 얼룩무늬 놓으시며 달빛 어린 깊은 새벽.. 삐걱거리며 들락이던 부엌문 문지방 턱 깎아내시던 어머니. 콜록이던 기침소리 가슴에 남아 울릴 때면 몸서리쳐지도록 당신이 그립습니다 사무치도록 남은 그리움 달래고픈 거리만큼 그리움의 자락은 끝이 없고 하염없는 눈물만 고여 쌓입니다 서러웠습니다 당신의 하얀 머리도 골 깊은 얼굴의 주름도 할머니 같은 어머니가 손녀딸 같은 막내둥이가 가슴 시리도록 서러워 울었습니다 빨간 멜빵 책가방 등에 업고 양손에 거머쥔 일 학년 등교 길 왼쪽 가슴에 달았던 하얀 손수건 언제나 크려나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시며 마음으로 울음을 삼켰을 내 어머니. 고집쟁이 막내딸 오일장서는 날 따라 나서면 뚝딱하고 해치우는 짜장면 한 그릇 그것도 모자라.. 2008. 5. 7. 박경리 '한국 문단의 별이 지다' - 원로 소설가 '박경리' 타계 2008년 4월에 현대문학에 발표한 고인의 마지막 시 가 된 '옛날 그집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고 쓰인 마지막 행이 마음을 무겁게 스친다. 옛날의 그 집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 2008. 5. 5. 좋은글/썩지 않는 씨앗은 꽃을 피울 수 없다 썩지 않는 씨앗이 꽃을 피울 수 없듯이, 자존심의 포기 없이는 생의 꽃봉오리를 맺을 수 없습니다. 분명 이 세상은, 자존심도 지키고 목적도 달성하는 그런 어리석은 공간이 아닙니다. 모름지기 우리는 낮과 밤을 동시에 보낼 수 없으며, 봄과 가을을 동시에 즐길 수 없습니다. 밤의 어둠을 지나야 아침의 찬란함이 찾아오고, 여름의 장마를 지나야 가을의 들판으로 나설 수 있습니다. 부디 자신 안에 있는 자존심을 꺾으십시오. 자존심만 포기하면, 흙과 태양과 비와 바람이 저절로 원하는 꽃을 가꾸어 갈 것입니다. 그러니 옳고 그름이 분명할 때도 부디 침묵하십시오. 옳은 것을 옳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는 똑똑함보다 옳고 그른 것 모두를 포용하는 어리석음이 오히려 훌륭한 거름이 됩니다. 내 잘못도 내 탓이고, 당신 .. 2008. 5. 4. 1% 행운 - 꼬리 감춘 개, 고개 쳐 든 개 「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 외 - 1% 행운」 내 삶의 1% 행운을 끌어당기는 7가지 방법 1. 함께해서 가능하다 2.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3. 우리는 녹슨 삶을 두려워한다 4. 살아가라, 한 번도 넘어지지 않을 것처럼 5. 가난해도 부자의 눈을 잃지 마라 6. 마음의 소리를 들어라 7. 지금 있는 것들에 감사한다 젤다와 나는 '꼬리 감춘 개'로 출발했지만 우리는 반드시 날씬하고 돈이 많고 젊고 주름이 없는 사람들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산 증인들이다. 그 해답은 간단하다. 자기 자신을 잃지 말 것, 그리고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 하지 말 것, 그게 전부이다. 비고 나이 쉰 둘에 27년간의 결혼생활은 파경을 맞고, 빚더미까지 겹친 참담한 상.. 2008. 5. 1. 나의 길 「한국경제 - 2008. 04. 28. 」 나의 길 금강을 따라 공주에서 부여를 잇는 '백제큰길' 이정표 아래로 화물차 한대가 쏜살처럼 지나 멀리 사라진다.화물차 사라진 그 길을 따라 부여로 오다가 문득 '길'의 운명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나오는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가 차창 밖 봄바람에 흩어진다. 사람들은 모두 제 갈 길을 간다.유년시절부터 청소년기까지는 부모와 함께 커가지만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면 본격적으로 제 길을 걷는다.누구는 취직을 하고,어떤 이는 유학을 떠나고,더러는 더 많은 세상을 공부하기 위해 백수로 남고….사연도 가지가지다.각자의 길을 가다가 결국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길과 작별한다. 세상은 넓고 길은 많다.어릴적 학.. 2008. 4. 28. 사람과 나무-쓸쓸한 연가 ♬★ 쓸쓸한 연가 - 사람과 나무++ 나 그대 방에 놓인 작은 그림이 되고 싶어 그대 눈길 받을수 있는 그림이라도 되고싶어 나 그대 방에놓인 작은 인형이 되고싶어 그대 손길 받을수있는 인형이라도 되고 싶어 그댈 사모하는 내마음을 말하고 싶지만 행여 그대 더 멀어질까 두려워 나 그저 그대뜰에 피는 한송이 꽃이 되고싶어 그대 사랑받을 수 있는 어여쁜 꽃이 되고싶어~ *** 그댈 사모하는 내마음을 말하고 싶지만 행여 그대 더 멀어질까 두려워 나 그저 그대뜰에 피는 한송이 꽃이 되고싶어 그대 사랑받을 수 있는 어여쁜 꽃이 되고싶어~ 2008. 4. 20. 비상구 없는 일본의 에로스 - 흔들리는 일본의 가정 ·「김지룡 - 비상구 없는 일본의 에로스」 무관심한 가족 일본의 문예인들에게는 최고의 영광 이리고 할 수 있는 아쿠타가와 문학상을 수상한 제일 동포 작가 유미리 씨. 그녀 소설의 주된 테마는 '가정'이었다. 가족과의 즐거운 식탁, 대화가 충만한 단란한 가족이 그녀에게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어른이 되어서 보니 '보통 가족'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어딘가 금이 가고 부족한 가족 때문에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그녀의 소설 속에 등장한다. 그녀의 말대로 현대 일본의 가정은 물질적으로는 풍요할지 모르지만 무엇인가 빠져 있다. 바로 가족에 대한 '관심'이 빠져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일본인은 주위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동경의 도요스 마구에 있는 한 목조 아파트에서 일흔아홉 살의 모친과 마흔.. 2008. 4. 20. 김주영-내가 나 자신의 짝퉁일 때도 글 : 내가 나 자신의 짝퉁일 때도 / 김주영 音 : In My Dreamy Infancy / Praha 寫 : Self Portrait / Teun Hocks 대낮에 길거리로 나가면, 이루 헤아리기 벅찰 정도로 수많은 사람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이 도대체 지금 이 시각 무엇 때문에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그 궁금했던 일을 결행하기로 합니다. 화창한 어느 봄날, 길거리로 나가 체형과 나이가 나와 비슷한 한 사내를 임의로 선택해서 뒤를 밟기 시작합니다. 출발은 신촌 로터리에 있는 어떤 극장 앞이었습니다. 등 뒤에서 바라본 사내의 걸음걸이는 매우 활달하고 자신감에 넘쳐 있었습니다. 뚜렷한 목적지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토록 담대한 걸음걸이를 연출해 낼 수 없을 것입니다. 사내는 .. 2008. 4. 20. Michael Sulka - 사계절 이미지 「Michael Sulka - 자연」 2008. 4. 20. 이정하-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행복이라는 나무 「이정하 - 돌아가고 싶은 날들의 풍경」 행복이라는 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곳은 결코 비옥한 땅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절망과 좌절이라는 돌멩이로 뒤덮인 황무지일수도 있습니다. 한번쯤 절망에 빠져보지 않고서, 한번쯤 좌절을 겪어보지 않고서 우리가 어찌 행복의 진정한 값을 알 수 있겠습니까. 절망과 좌절이라는 것은 우리가 참된 행복을 이루기 위한 준비 과정일 뿐입니다. 따라서 지금 절망스럽다고 실의에 잠겨 있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지금 잠깐 좌절을 겪었다고 해서 내내 한숨만 쉬고 있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입니다. 더 큰 행복을 위해 참된 행복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아닙니까. 돌멩이를 부지런히 들어내야 옥토를 만들 수 있듯이 말입니다. 절망과 좌절이 설사 우리의 삶에.. 2008. 4. 17. 존재는 눈물 흘린다 - 모스끄바에는 아무도 없다 (4) (단편소설집. 존재는 눈물 흘린다 007편) 싸움은 결국 엉뚱한 곳에서 터지고 말았다. 오늘 촬영할 콘티를 챙기면서 남편은 어제 한국식당에서 회식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왔을 때 내가 울고 있더라고 말했다. 서울로 가겠다고 했다고, 우리말로 이야기할 거라고 했다고, 남편은 웃으면서, 그러나 조심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않으면서 천천히 말을 꺼냈다. 화장대 앞에 앉아서 부석한 얼굴을 바라다보며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거짓말처럼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당신 요즘 조금 이상해진 거 알지? 남편은 트렁크에서 양말을 꺼내 신으며 아침 먹었어,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투로 말했다. 나는 대답 없이 머리만 빗었다. 가느다란 머리칼들이 크림색 티셔츠 위로 우수수 떨어져내렸다. 신경질적이고, 갈팡질팡이고 당신 글 쓰고 있을 .. 2008. 4. 13. 이전 1 ··· 48 49 50 51 52 53 54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