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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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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는 눈물 흘린다 - 모스끄바에는 아무도 없다 (4)

by 탄천사랑 2008. 4. 13.

(단편소설집. 존재는 눈물 흘린다 007편)

 

싸움은 결국 엉뚱한 곳에서 터지고 말았다.
오늘 촬영할 콘티를 챙기면서 남편은
어제 한국식당에서 회식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왔을 때 내가 울고 있더라고 말했다.


서울로 가겠다고 했다고, 우리말로 이야기할 거라고 했다고,
남편은 웃으면서, 그러나 조심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않으면서 천천히 말을 꺼냈다.
화장대 앞에 앉아서 부석한 얼굴을 바라다보며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거짓말처럼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당신 요즘 조금 이상해진 거 알지?


남편은 트렁크에서 양말을 꺼내 신으며 아침 먹었어,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투로 말했다.
나는 대답 없이 머리만 빗었다.
가느다란 머리칼들이 크림색 티셔츠 위로 우수수 떨어져내렸다.


신경질적이고,
갈팡질팡이고 당신 글 쓰고 있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


지금은 어떤 정도인데?


그렇지 않으려고 했지만 내가 듣기에도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갑자기 가슴 속으로 뜨거운 어떤 것들이 치받쳐올랐다.
이건 좋지 않은 징조였다.
하지만 아니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언덕 꼭대기에서 저 아래로,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전거처럼 내달리고 있었다.
--


운명처럼 다가오는 한 남자, 같은 이야기나 쓸까?
그 남편이 죽어서 다시 모스끄바 대학에 찾아온 여자의 사랑이 어쩌구 하는 거 쓸까?


웃기지 말라구,
그건 정말 웃기지 말라구야.   / 남편의 입술이 굳어지고 있었다.
그건 그가 아주 화가 났을 때의 버릇이었다.
내 영화에 대해 니가 그 따위로 말하는 것은 용서 못해, 하는 표정이었을 것이다.


속이지 마,
사람들을 속여먹지 말라구.
안 그래도 속고 속는 사람들이야.
불쌍한 사람들한테 또 거짓 꿈 같은 건 주지 말라구!
노력하고 노력하면 행복을 찾을 수 있고 어느덧 행복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듯한 거짓말을 그만 해!
사랑?
이젠 역겨워 구역질이 나!


나는 정말 방금 호텔의 일층 레스또랑에서 먹은
그 맛없고 시큼한 검은 빵과 들큰했던 러시아 스프를 다 토해낼 것처럼 말했다.


가자.
버스를 타야 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 남편은 화를 참기가 몹시 어렵다는 듯이 천천히 말했다.


난 안 가.   / 나는 아주 큰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갑자기 모스끄바에는 택시가 없다는 생각이 났다.
길거리에 나가서 손을 들고 아무 자가용이라고 불러세운 다음 통하지도 않는 러시아 말로 목적지를 말하고
값을 흥정까지 한 후 어디인가로 가야 했다.
그러면 택시는 어제처럼 나를 엉뚱한 곳에 내려놓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삶일까?


가고 싶지 않다면 네 마음대로 해.   / 남편은 콘티가 복사된 종이를 손에 돌돌 말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문가로 나가기 전 나를 돌아보고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을 속이지도 않고 그렇게 현실적인 소설을 왜 못 쓰는 거니?   / 잠시 후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자리에 천천히 주저앉았다.


넌 나쁜 놈이야.
넌 아주 질 나쁜 개자식이라구.   / 남편이 없는 호텔 방에서 내 목소리는 내가 듣기에도 자신없고 공허했다.
나는 신고 있던 샌들을 벗어던졌다.


젠장할 무슨 호텔에 슬리퍼도 없는 거야!


전화벨이 울릴 때까지 나는 침대머리에 벗어 놓은 속옷처럼 엎어져 있었다.
전화를 건 것은 C였다.


기가 막히는구나.
그놈의 운전사가 그런데에 너를 내려놓다니 너도 그렇지,
호텔 간판을 봤으면..


난 러시아 글씨를 몰라.


그도 그렇구나,   / C가 한숨 쉬듯이 대답했다.
잠시의 침묵이 나를 다시 추스리게 만들었다.


언제 떠나니?


내일


난 오늘은 중요한 세미나가 있어 밤늦게 끝날 거야.
그때라도 볼까?


아니.


C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전화를 끊고 찬물에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우선 어디론가 가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인지 내가 그 이름을 모르면 어떤가, 어디든, 택시가 나를 내려놓는 곳에서 천천히 모스끄바를 구경하자.
나는 작은 배낭을 챙겨 들고 방을 나섰다.


복도에 앉은 여자는 여전히 하품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번에는 굿모닝 하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안녕하세요, 하고 말했을 때처럼 웃었다.


나는 미네랄 워터와 지갑과 여권이 든 작은 배낭을 지고 토산품가게를 기웃거렸다.
배가 볼록볼록한 오뚜기 같은 러시아의 민속인형과 발라라이까와 호박 보석을 만져보았다.
값을 물어보고 다른 것을 보여달라고 말하면서
나는 사실은 내가 저 문밖으로 나가는 것을 몹시 두려워하는 것을 깨달았다.


어젯밤 화이떼베찌바 호텔이 아닌 화이떼베찌바 호텔에서 이리로 돌아올 때의 막막함이 생각났다.
나는 과장되게 손을 흔들어서 아무 차나 불러세우고 코스모스 호텔 코스모스 호텔, 하고 소리친 후,
주머니에 있던 러시아 루블을 주머니에서 닥치는 대로 꺼내 밀었다.


차를 모는 점잖은 중년 남자는 4만 루블을 제외한 나머지 돈을 내게 다시 돌려주었다.
아마 그는 생각했을지 모른다.
저 동양인 여자에게 무언가 굉장히 큰일이 일어난 모양이구나.
나는 로비에서 현관으로 통하는 유리창을 두고 망설였다.
그때 먼 시야에 누군가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뜻밖에도 안과 김이었다.
내가 그들의 이름을 큰소리로 불렀다.
그들이 동시에 나를 돌아보았다.


촬영장에 안 갔어요?   / 수완이 좋은 김이 취재를 하기 위해 안을 데리고 다닌 모양이었다.
커피 한잔씩을 하고 안이 촬영장으로 먼저 떠났다.


저어,
우리 박물관에 가보지 않을래요?


여기까지 왔는데 목이 말라서 콜라를 한잔씩 더 마시다가 김이 말을 꺼냈다.


그런데 택시가.


그게 무슨 문제예요.
다 사람이 사는 덴데요 뭐. 갑시다.   / 나는 러시아어를 나처럼 한마디로 못하는 김의 뒤를 따라 나섰다.
호텔 앞에서 손을 들고 선 우리 앞에 밴이 한 대 와서 멎었다.


뿌쉬낀 뮤지엄, 뿌쉬낀 뮤지엄.


뿌쉬낀은 알아듣고 뮤지엄은 알아듣지 못하는 운전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김은 나에게 우선 뒷좌석에 타라는 눈짓을 하더니 운전사 옆에 앉아 수첩을 꺼내들었다.
힐끗 살펴보니 그 수첩에 그림도 그리고 미라도 그리고 하고 있었다.


오오, 오케이.


거짓말처럼 운전사는 우리를 뿌쉬낀 미술박물관 앞에 내려놓았다.
제정 러시아시절 귀족의 집이었다는 곳,
귀족들이 취미로 사 모은 예술품들이 이제 이곳에 모여 박물관이 되었다.
입구에서 영어로 된 도록을 사서 읽으며 우리는 넓은 미술관을 오르내렸다.
그리스와 이태리의 조각들, 이집트의 미라, 렘브란트의 그림을 지나간 나는 고흐의 그림 앞에 섰다.


내가 사랑하는 고흐는 어느 나라 말을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델란드에서 온 이방인 고흐는 빠리도 아닌 시골 아를르에서 어떤 나라의 말로 이야기했을까?
각기 다른 사람이 쓴 고흐의 전기를 두 권이나 읽었지만 고흐는 어느 나라 말로 이야기했다는 구절은 없었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서 괴로웠다는 구절도 없었다.


고흐는 다만 괴로워했다고,
이해받을 수가 없었던 그 자신의 생각을 이해받을 수 있도록 잘 표현할 수가 없어서,
마을 사람들도 몰라주고, 화랑도 몰라주고,
끝내 동료인 고갱도 모르는 어떤 공동체에 대한 생각이 좌절감으로써 괴로워했다고.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회색빛에 가까운 카키색의 죄수복을 입은 사람들이 둥글게 원을 지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감옥"이라는 그림이었다.
화면 앞으로 다가온 그들 중의 몇이 그림을 그리는 고흐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 옆에 걸린 '비가 개인 후의 오베르의 풍경'이라든가
'아를르의 붉은 포도밭' 같은 곳에 있는 프랑스 농부들은 그림을 그리는 고흐를 바라보지 않는다.
다만 묶인 죄수 몇몇,
그리고 '감옥'이라는 그림 옆에 걸린 '자화상' 속의 고흐 자신만이 물끄러미 고흐를 바라보고 있다.


그 동사변화가 어려운 프랑스어를 고흐는 잘 할 수 있었을까.
나는 푸른색을 주조로 한 마띠쓰의 그림 쪽으로 다가가며 생각했다.
어학원에 다니지도 않았고, 개인 레슨을 받지도 않았을 가난한 화가
더구나 아를르는 남프랑스의 시골이고 사투리가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고흐는 그래서 그토록 동생 테오에게 열심히 편지를 쓴 것은 아닐까.


푸르스름하다거나 어둑어둑하다거나 얼핏, 문득, 새록새록 이런 네델란드 말이 하고 싶어서.
빵을 사러 가거나 물감을 사러가는 거 하고 그런 생각을 표현하는 거 하고는 다른 일일 테니까.
고흐가 만일 프랑스 말을 유창하게 했다면 그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 이 들었다.
타인에게 다가갈 수 없는 언어가 사람을 죽게까지 할 수도 있을까 생각하니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휘익 등줄기를 스치고 지나갔다.


우리는 박물관을 나서 아르바뜨 거리로 갔다.
여섯 시밖에 되지 않은 하늘이 어둑어둑해진다 싶더니 금세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박물관에서 산 도록을 머리에 이고 비를 피하며 일본식당으로 들어가서 우동을 먹었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창 밖에서 비를 맞으며 집시 옷을 입은 젊은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식당에서 나온 우리는 빗속에서 춤을 추는 그들을 구경했다.


비닐우산이라도 구해보려고 가게를 기웃거리는 김에게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러시아 여자가 말을 거는 것이 보였다.
어떤 외국인 관광객에게 다가가 구걸을 하는 소녀를
수제품 레이스를 팔던 할머니가 고래고래 소리치며 쫓아내고 있었고
인터걸처럼 보이는 여자들이 성급히 뛰어 환전소로 향하고 있었다.


없어요.
비닐우산 같은 건 없대.


하기는 물건을 사도 비닐봉지가 없으니


헛탕을 치고 돌아온 김과 나는 그대로 비를 맞으며 아르바뜨 거리를 걸었다.
비 탓인지 토요일 저녁이었지만 인적이 드물었다.
우리는 스파게티를 파는 이태리 식당에 들어가 감자 튀김을 시켜놓고 맥주를 마셨다.
비 때문이었을까 조금 일찍 취기가 오른 나를 바라보다가 김이 말했다.


--
어제는 취재를 나가다가 레닌 언덕에 올랐지.
산이 없는 모스끄바의 유일한 언덕. 러시아놈들 말이야,
그 하나밖에 없는 귀한 언덕에다 딱 두 가지를 세워 놓았더군.
모스끄바 대학과 모스필름이라고 불리는 영화사야, 멋있지?
그 귀한 장소에 대학과 영화사를 세우다니.


그런데 내가 정말 화가 나는 건 그토록 교육과 예술을 사랑하는 나라가 왜 이 모양 이 꼴일까 하는 거야.
곳곳에 시인들의 동상이 서 있는데 왜 이들은 패배하고 말았을까.
택시도 없고, 비닐 우산도 없고, 전화 걸기도 힘들고 그래서 문득 생각했어.
모스끄바의 명당이 그 레닌 언덕에 사관학교하고 정보부를 세워 놓았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야.
서울이 한복판의 남산에다가 안기부와 텔레비 탑을 세워 놓았듯이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야
--


김하고 단 둘이 남으면 우리는 왜 자꾸 이런 무거운 이야기들을 하게 되는 것인지
빗방울들이 돌돌돌돌, 모스끄바에 있는 이태리 레스또랑의 커다란 유리창으로 흘러내렸다.
사방은 어두웠고 마주보이는 보석상의 불빛이 노랗게 거리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든 것이 수족관 속의 풍경처럼 고즈넉해 보였다.
갑자기 모든 소리가 멈추는 듯했고 내게는 이 모든 것이 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 정말 총각이야.   / 나의 침묵을 의식했을까, 감자 튀김을 우적우적 씹던 김이 불쑥 말했다.


서른네 살이나 먹었으면서?


그래.   / 그는 작은 병에 담긴 러시아 맥주를 병째 마시며 입을 쓰윽 닦았다.


옛날엔 사랑도 하고 그랬지.
자신도 있었고 정말 열심히 살았었어.
그런데 이젠 잘 안 돼
가끔 예전에 그 여자아이들에게 전화가 오지.
나 이혼하려고 하는데 만나줄 수 있겠니? 하고, 그러면 내가 다답해.
이혼을 하는데 왜 내가 너를 만나야지?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어.
이 모스끄바 한복판에서 그쪽과 내가 둘이 앉아 있다니.   / 김은 풀풀 웃다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그쪽을 대학 때부터 알고 있었던 거 알어?


대학 때부터?


나랑 친한 놈 중에 H라고 1 학년 땐가 미팅했었다며?


H,
H,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미팅에 나간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그랬다.


그놈이 니네 학교 신문에 네 시가 실리면 가져와서 우리한테 보여주고 그랬어.
그러다가 술만 먹으면 그쪽을 욕했지.
전형적인 부르조아 여대생이라고. 그런 너와 내가 이렇게 모스끄바에 말이야,
다른 곳도 아닌 모스끄바에서 이렇게 데이트를 하리라고는 그놈이나 나나 혹은 그쪽이나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니까 조심해.
우린 어쩜 이 다음에 남극에서 만나게 될지도 몰라.   / 내가 빈 맥주병을 치우고 새 맥주병을 따며 말했다.


남극?


그래,
지난 10 년같이 이렇게 세상이 휙휙 변한다면
우리는 아마 10 년 후쯤에는 남극의 빙하를 타고 표류하다가 마주치게 될지도 모른다구.


김과 나는 러시아의 작은 맥주병을 잡고 낄낄 웃었다.
술집을 나섰을 때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러시아에 도착해서 처음 보는 이른 시각의 어둠이었다.
비는 이제 그쳐 있었지만 아르바뜨 거리엔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괴어 있었고
러시아의 젊은이들이 비에 젖은 금발을 쓰윽 매만지며 물웅덩이 위를 첨벙첨벙 걸어가고 있었다.
바람이 휘익 하고 불었다.
살갗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나는 반팔 아래로 드러난 팔을 쓰윽쓰윽 문질렀다.


내가 그쪽 소설 싫어하는 거 알어?   / 택시를 타기 위해 큰길 쪽으로 걸으며 김이 다시 말했다.


우리들을 말야.
우리들을 그렇게 힘없이 회상해서는 안돼.
우리들은 영원히 외로운 세대야.
왜 그랬는지, 그땐 왜 그러다가 지금 요렇게 되었는지 영원히 이해받지 못할 거라구.
그러니까 그렇게 맥없이 항복하고 들어가는 건 싫었어.
그래도 그쪽이랑 내가 보자마자 금방 친해진 것은 남들에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걸,
우리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랬던 거야.
사실은, 그래서 우리 학번들 만나기도 싫어.
그쪽도 내가 이런 이야기 꺼내는 거 싫어하잖아.


내가?


우린 그런 것까지 닮아버린 거야 아닌가?   / 그는 취한 듯했다.


아닌가?   / 하고 물었던 입을 천천히 다물고 그는 턱을 약간 들어 먼 곳을 보고 있었다.


빙하를 타고 있는 것처럼 그의 얼굴은 외로워 보였다.
나는 그처럼 턱을 약간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
빙하를 타고 있는 것처럼 내 얼굴도 어쩔 수 없이 굳어지고 있었다.
우리들의 시선 끝에 멀리,
맥도날드의 M자가 노란 빛으로 크고 선명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창작과비평 - 1995 / 겨울호. 단편
공지영 - 모스끄바에는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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