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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내가만난글792

매리 크리스마스! "도와주세요! 내가 안전하고 보호받고 사랑받고 평화롭기를. 나의 삶이 편안하기를 원합니다." 타라 블랙의 '삶에서 깨어나기'에서 독백처럼 읊조리는 것처럼 빈자나 현자나 거지나 부피는 달라도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돈이 신 神이 되며 이웃은 사라지고 명견만리 明見萬里는 고사하고 한 달도 기약 못하는 현실이니 말입니다. 자연을 수학이란 언어로 우리가 풀어가듯 우리 인생도 수학처럼 어딘가에 정답이 숨겨져 있다면.... 그 답을 스스로 찾아라 하는 신의 뜻이라면 아마 크리스마스의 어딘가에 있는 건 아닌가 해 봅니다. 우리 모두 두 손 모아 신 에게 기도 합니다. '모두에게 편안과 행복을 내려 주시고 서로 사랑하게 하옵소서' 이곳을 찾아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며 그래도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신에.. 2023. 12. 23.
내 삶에 들어온 책 - 전쟁은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作) ·「월간국회도서관 2023. 12월호 VOL.516」 내 삶에 들어온 책 전쟁은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파주에서 열린 DMZ평화문학축전에서 벨라루스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를 만났다. 그의 책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아연 소년들』, 『체르노빌의 목소리』 등을 인상적으로 읽어왔던 터라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무척 컸다. 과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77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실에 대한 뜨거운 문제의식과 진지한 통찰력을 지닌 작가였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기조 강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병사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전쟁에 관한 책을 이미 다섯 권이나 썼던 작가는 말년에는 ‘사랑’과 ‘노화’에 대한 .. 2023. 12. 10.
내 삶에 들어온 책 - 엄마의 쑥개떡을 기억하는 시간 · 「월간 국회도서관 - 2023. 11. Vol. 515」 박찬일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찐빵’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쑥개떡’이라는 이름을 가진 떡은 세상에 허다하지만, 나의 엄마가 나를 위해 만든 그것은 우주에서 단 하나다. 그러니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이 고유하다 강원도 화천은 내가 태어나 아홉 살까지 살았던 고장이다. 화천읍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흙먼지를 뿌옇게 일으키며 비포장도로로 사십 분 달려가야 도착하는 마을, 상서면 산양리가 나의 고향이다. 내가 기억하는 고향은 강원도 산골 평화로운 농가 정경이라기보다 작은 상점들이 몇 개 오밀조밀 모여 있는, 조금 을씨년스럽고 어설픈 연극 무대 세트장 같은 모습이다. 나는 덕거리 상회 막내딸이었다. 우리집은 동.. 2023. 12. 10.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 넓게 더 아름답게 ·「이해인 산문집 -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넓게 더 아름답게 항상 넓고 푸른 바다를 보면서 살다 보니 바다에 대한 시를 많이 읊었지만, '바다를 떠나서도 바다처럼 살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란 구절은 바다를 닮고 싶은 나의 소망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절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바다를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은 건강을 위한 운동 목적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바다의 늘 푸른 한결같음, 파도로 출렁이는 언어, 넓디넓은 시원함을 닮고 싶은 아름다운 갈망도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어느 공동체에서든지 가장 필요한 것은 원활한 인간관계인데, 때로는 넓은 마음이 부족해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남을 배려하지 않고 먼저 자기 실속만 차리려는 경향에 빠져드는 자신을 .. 2023. 11. 28.
한국경제 [토요칼럼] - 주저하는 연인과 부부들을 위해 · 「한국경제 - 2023. 11. 03. 오피니언.」 아이 낳아 보기 전에는 자녀가 주는 행복감 몰라. 현재를 희생하는 출산과 육아, 당장은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누군가로부터 받은 생명 이어가는 고귀한 경험 지난 9월 29일 오전 1시. 태어난 지 12시간가량 된 신생아는 속싸개에 감겨 다리를 버둥거리다가 혼자 ‘낑낑’ 소리를 냈다. 작고 연약한 신음에 얕은 잠에서 깼다. 어둑한 불빛 아래서 아기를 구경했다. 한참 동안. 아기는 배냇저고리가 턱에 닿자 반사적으로 입을 벌렸다. 혀를 내밀며 젖을 빠는 시늉을 했다. ‘어푸’ 하는 신음으로 잠꼬대했다. 입술을 올리며 배냇웃음을 지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인상을 쓸 때도 있었다. 아기는 울음이 짧았다. 그나마도 옆에서 나지막이 말을 걸어주면 금방 그쳤다. 통통.. 2023. 11. 23.
지선아 사랑해 - 새로운 출발, '주바라기' ·「이지선 - 지선아 사랑해」 저는 '지선이의 주바라기'라는 이름으로 제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티즌들 사이에 조금씩 소문이 나고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기독교 언론뿐만 아니라 여러 신문과 잡지, 방송 등 대중매체를 통해서도 제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지요. 생각해 보면 아주 소박하고 작은 마음에서 시작한 홈페이지인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물론 여러 모양의 반응과 대답들을 마주하면서 간혹 마음 상하고 눈물 흘리는 날들이 있긴 했지만..., 결코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은...., 하나님은 분명 이 홈페이지 마저도 당신의 귀한 도구로 사용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화상둥이 지선이에게 사랑과 평안을 부어주시는 도구, 또 그런 화상둥이 지선이를 예쁘다 하며 격려하고 사랑해 주시는 고운 마음의 여.. 2023. 11. 19.
옛 길을 걷다 - 저자의 말 ·「신광철 - 옛 길을 걷다」 신대호수길 저자의 말 한국의 길 바람이 불어오고 바람이 불어가고, 강물이 흘러오고 강물이 흘러가고 인도의 갠지스 강을 배로 거슬러 올라가며 화장터에서 사람을 태우는 의식을 보았습니다. 장작더미 위에서 한 사람의 인생이 불로 사라지더군요. 그래도 뜨겁게 사라져서 다행이었습니다. 열정으로 산 인생이었겠지요. 하지만 갠지스 강 위로 불어가는 바람은 내게는 왠지 서늘했습니다. 남미의 볼리비아의 거친 산을 넘어가면서 풀만 겨우 자라는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곳에서 양떼를 몰고 다니다 식은 음식을 꺼내 먹고 있는 인디오들을 보았습니다. 진흙으로 지은 집들은 빗물에 젖어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차고 거친 바람이 불어가더군요. 띠띠까까 호수를 뗏목배로 건널 때에는 살아있음이 바람 같았습니다.. 2023. 11. 11.
내 삶에 들어온 책 - 노부인의 방문(프리드리히 뒤렌마트作) ·「월간국회도서관 2023. 10월호 VOL.51」 광교 호수공원 내 삶에 들어온 책 노부인의 방문 - 프리드리히 뒤렌마트作 『 노부인의 방문 』은 현대 스위스의 대표적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가 35세 때인 1956년 완성한 3막극 희곡으로 50년대 말 취리히에서 초연되었다 내가 『노부인의 방문』을 처음 읽은 것은 지금부터 50년 전인 1973년 대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에 카프카류의 실존주의 서적을 과시하듯 손에 들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꽤 많았다. 그들은 이상과 현실, 좀처럼 극복되지 않는 가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수많은 문제(부조리)와 희생을 주변에서 목도하면서 사회를 ‘부조리’라는 단어 하나로 특징지어 비판하곤 하였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출간되기 .. 2023. 11. 8.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제24장 6 ~ 12 사랑의 교훈 ·「알랭 드 보통-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인천 자유공원 제24장 사랑의 교훈 6. 복잡한 문제들을 파고들다보면 가끔 도달하게 되는 순진한 상식으로 나는 가끔 묻곤 했다. (마치 답을 봉투의 뒷면 정도에 다 적을 수 있는 것처럼) "왜 우리는 그냥 서로 사랑할 수 없는 것일까?" 사방에서 사랑으로 고민하는 것을 보면서, 어머니, 아버지, 형제, 자매, 친구, 낮 방송 드라마 스타, 미용사의 불평을 들으면서, 나는 모든 사람이 거의 똑같은 고통 때문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한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공통의 해답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도 했다. 공산주의자들이 국제 자본의 불평등 문제에 답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웅대한 규모로 세상의 로맨스 문제들에 대해서 형이상학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7. .. 2023. 11. 5.
남녀는 평등해야 하지만 모든 부부가 평등할 필요는 없다. ·「김지룡 - 나는 솔직하게 살고 싶다」 남한산성 남녀는 평등해야 하지만 모든 부부가 평등할 필요는 없다. 스물네 살이 되던 해, 너무나 신선한 발상의 책 한 권을 만났다. 그 책은 바로 라는 책이었다. 부모가 평등하다면 아이들은 남녀의 사회적 역할, 즉 젠더에 시달리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 개성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모든 부부가 평등한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곧 완벽한 남녀평등의 출발점으로 보여졌다. 가정이 변하면 사회도 따라서 변할 것이다. 이상적인 사회는 '평등한 부부'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결혼을 해보니 이러한 믿음이 소박한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 평등한 부부 혹은 부모라는 것은 '이상'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완벽한 것'이라는 이상을 소명하지 않는다. 완벽주의를 버린 것이다. 완벽.. 2023. 10. 26.
따귀 맞은 스님 ·「김원임 - 인생을 현명하게 사는 지혜」 여의도 옛날에 지혜가 뛰어난 한 스님이 있었다. 어느 날, 스님이 마을로 시주를 나가게 되었다. 이 스님은 시주를 얻을 때 가난한 집보다는 부잣집을 주로 찾아갔는데, 이날도 어느 부잣집 대문 앞에 서서 목탁을 두드렸다. 그런데 대문 안에서 집주인이 나오더니 느닷없이 스님의 따귀를 한대 올려 붙이는 것이었다. 주인은 황 부자라는 아주 고약한 자였다. "아니, 이런....,!" 스님은 갑자기 봉변을 당하자 화가 나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당장 관가로 갑시다!" 스님은 주인을 관가로 끌고 갔다. 관가에 도착하자 사또가 까닭을 물었다. "무슨 일인데 스님이 관가에까지 다 오셨소? 아니, 황부자는 또 웬 일로 여길...," 사또는 황 부자를 보자 깜짝 놀라 말끝을 흐렸.. 2023. 10. 15.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 엄마의 통장 ·「김상미 시집 - 갈수록 자연이 되어가는 여자」. 엄마의 통장 김상미 엄마의 통장을 어떻게 하나? 내 통장 상자에 아직도 들어 있는 엄마의 통장 이제는 쓸 수 없으니 버려야 하는데 객지에 사는 딸이 매달 부쳐주는 용돈을 딸이 보내는 반가운 편지인 듯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돌아가시면서 건네주시던 그 통장 그 통장의 돈을 형제들과 똑같이 나누면서 펑펑 울었던 아, 우리 엄마의 통장 그 내리사랑을 어떻게 하나? 이제는 훨훨 태워 자유롭게 보내드려야 하는데 아끼고 아껴서 자식에게 되돌려줄 기쁨에 불어나는 통장 액수만큼 몇 배로 검소하셨을 우리 엄마 그 착한 통장을 어떻게 버리나? 일거리가 없는 달엔 하루 한 끼만 먹고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엄마의 용돈 그 용돈 보내는 재미로 힘내며 힘차게 살았는데 이제는 .. 2023. 9. 8.
On the Road - 에필로그 ·「박준 - On the Road 카오산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에필로그 친구들은 다큐멘터리 를 보고 내가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외국 친구들에게서 깊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었다면, 그건 내가 영어를 잘 해서가 아니다. 내가 만난 친구들이 친절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촬영한답시고 제대로 대꾸도 못해주면서 연거푸 질문만 해댄 나를 그들이 끈기 있게 받아줬기 때문이다. 사실 외국인 여행자를 본격적으로 인터뷰한다는 계획은 사전에 없었다. 애초 한국 여행자들에게 집중할 생각이었던 데다가 외국인 여행자들과 속 깊은 인터뷰를 하는 게 가능할지 확신도 없었다. 게다가 카오산에 와서 인터뷰 섭외에 애를 먹고 있는데 한국 사람도 아닌 외국인을 섭외한다는 게 엄두가 날 리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의외로 쉽게.. 2023. 8. 30.
On the Road - 떠나고 싶지만 지금은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박준 - On the Road 카오산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저자의 글 떠나고 싶지만 지금은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는 평범한 일상에 지쳐 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한번도 떠나보지 못한 사람, 떠나고 싶지만 쉽게 떠날 수 없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는 얘기다. 당장은 떠날 수 없더라도 언젠가 한번은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이야기다. 돈이 많지 않아도, 영어를 잘 못해도 여행은 떠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여행을 꿈꾸지만 막상 떠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번도 떠나보지 않은 사람에게 한국을 떠나 외국을 여행한다는 건 너무 막연하다. 떠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처음 한번이 힘들 뿐이다. 10년 전 난생처음 방콕의 '카오산 로드'라는 여행자 거리에 간 적이 있다. 카오산에는 정말 다양한 국.. 2023. 8. 27.
책만 보는 바보 - 나는 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 책만 보는 바보」 나는 책만 보는 바보 햇살과 함께하는 감미로운 책읽기는,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그 뒤에도 계속되었다. 스무 살 무렵, 내가 살던 집은 몸시 작고 내가 쓰던 방은 더욱 작았다. 그래도 동쪽, 남쪽, 서쪽으로 창이 나 있어 오래도록 넉넉하게 해가 들었다. 어려운 살림에 등잔 기름 걱정을 덜해도 되니 다행스럽기도 했다. 나는 온종일 그 방 안에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상을 옮겨 가며 책을 보았다. 동쪽 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어느새 고개를 돌려 벽을 향하면 펼쳐 놓은 책장에는 설핏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책 속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깨닫게 되면 얼른 남쪽 창가로 책상을 옮겨 놓았다. 그러면 다시 얼굴 가득 햇살을 담은 책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 .. 2023. 8. 27.
헌법 가치의 실현,알아야 이루어진다 - 차병직 변호사 ·「국회도서관 2023. 7+8 I Vol.512」 인터뷰 INTERVIEW 제헌절 특집 헌법 가치의 실현,알아야 이루어진다 헌법은 한 국가의 근본 법규이자 최상위 법이다. 『지금 다시, 헌법』 서문의 내용을 빌리면 “모든 법의 정점에 깃발처럼 세워놓은 법”인 것이다. 이러한 삶의 기본, 기틀이 되는 헌법이 어색하고 낯설기만 한 우리들에게 『지금 다시, 헌법』은 헌법과 가까워질 가능성을 열어주는 책이다.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제대로 익히지 못했던 헌법과 비로소 눈 맞출 수 있게 해준다.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셋이 함께 썼고 인터뷰는 차병직 변호사가 함께했다 『지금 다시, 헌법』은 세 번째 판입니다. 2009년 처음 세상에 나오고, 2017년에 국가의 중요한 이슈를 추가해 내셨죠. 지난해 한 번 더 .. 2023. 8. 16.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 바람의 딸 에꾸아무 ·「김혜자 -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에꾸아무는 ‘바람’이라는 뜻입니다. 내가 아는 에꾸아무는 케냐의 투루카나에 살고 있는 일곱 살짜리 소녀입니다. 수줍게 웃을 때마다 보조개가 패이는,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사금 캐러 간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고 있습니다. 동생은 어디가 아픈지 계속 칭얼대며 누나를 힘들게 합니다. 에꾸아무는 그런 동생을 안아주었다가 힘들면 도로 뉘었다가 하고 있습니다. 나는 에꾸아무를 다 허물어져가는 헝겊과 지푸라기로 된 삼각형 모양의 움막 안에서 만났습니다. 에꾸아무는 나를 보자 마치 친한 사람을 만난 것처럼 잘 웃었습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였습니다. 내가 '너 뭣 좀 먹었니?'하고 묻자, 소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저께.. 2023. 8. 14.
지선아 사랑해 - 에필로그 /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이지선 - 지선아 사랑해」 에필로그 나는 지금 행복합니다 저는 덤으로 사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나는 사과 한 개밖에 사지 않았는데 내가 단골이라서, 혹은 예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주인이 값없이 주는 게 '덤'입니다. 그리고 꼭 성한 게 아니더라도, 한 귀퉁이가 조금 뭉그러진 사과일지라도 그저 주는 게 고마운 것...., 그것이 바로 '덤'입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그 덤을 허락하지 않으셨다면....., 2000년 여름 사고 나던 날부터 일주일 동안 의사들이 저를 '이제 곧 죽을지도 모르는 가장 위험한 환자'로 분류해놓았을 그때..., 그렇게 갔을 것입니다. 스물세 살의 어느 날 정말 '찍 소리도 한번 못하고 끝나버리는 게 제 몫이었다면, 온전치는 않지만... 껍데기는 조금 남들과 다르지만 지금.. 2023. 8. 13.
관포지교 - 두 청년 ·「최웅빈 - 관포지교」 두 청년 위수에 홀로 앉은 저 어옹 바늘 없는 낚싯대로 무엇을 낚으려나 백 년 묵은 잉어도, 천년 묵은 이무기도 아니라네 태평천하 이룰 문왕을 기다린다네 낭랑한 노래 소리가 산골짜기를 울려 펴져 길게 여운을 남긴다. 노랫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던 포숙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날렸다. "저 친구 배짱 하나는 알아 주어야 겠군. 피신해 있는 처지에 한가하게 노래나 부르고 있으니.....," 때는 한 여름철이었다. 때 아닌 노래 소리에 놀라 멈추었던 매미 소리가 다시 요란하게 울려 펴졌다. 포숙은 흘려내리는 땀방울을 소맷자락으로 닦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길을 따라 얼마쯤 올라가니 평평한 들판이 나타났다. 풀밭가에 나무꾼이나 사냥꾼이 쉬어 가는 허름한 초옥이 한 채 있었.. 2023. 8. 9.
心象 -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 ·「心象 - 제 35권 3호. 통권 401호 시인의 명상」 조 춘 早春 진해령 엄마 집 가는 길 씀바귀 지천으로 피었다. 나 말고도 바닥에 엎드린 생이 이렇게 많다니 너무 일찍 내몰린 한데 잠에 세월의 정수리부터 허옇게 세어 끝내는 공중에 티끌로 흩어지는 하염없이 가벼운 것들이 또 있다니 생이란 시작하는 순간부터 슬픔에 발목 잡히고 벗어나려고 몸부림칠수록 시퍼렇게 옥죄는 비참의 톱니들 언제나 목이 마르고 마른 땅 깊숙이 손을 뻗어보지만 갈라터진 땅에서 건져 올리는 건 조등 같은 꽃잎 한 장 엄마는 오래 아프다 처방전으로 지물포라도 차릴꺼야 낡은 벽지처럼 희미하게 웃는다. 문병이라도 하려는지 뿌연 홑씨 하나 현관 까지 따라 온다. 짓밟히고 으깨져서 얼룩으로 말라붙은 쓰디 쓴 생이 나 말고 여기 또 있다니 .. 2023. 8. 3.
날개 없는 새 짝이 되어 - 시와 맥주와 오이 새끼 ·「목순옥 - 날개 없는 새 짝이 되어」 "제 동생입니다. 자, 옥아 인사드려라. 이분은 황금찬 씨 되시고 여긴 천상병 씨라고....," 오빠의 소개에 따라 꼬박꼬박 고개를 숙인 후에 자리에 앉은 나는 그분들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 가운데 시인 천상병 씨는 인상이 좀 독특했다. 함께 있을수록 괴짜라는 느낌이 들었다. 얼굴이 못 생기도 했지만 행동도 우스웠다. 콧구멍을 후비면서 앉아 있다가 우스운 이야기가 나오면 다방이 떠나갈 듯 깔깔깔 웃어대니 사춘기 여고생의 눈에 예쁘게 비칠 리가 없었다. 이것이 남편과의 첫 만남이었다. 38년 전 명동의 갈채 다방 한 모퉁이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나는 상주 여자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오빠에게 놀러와 있던 참인데 라는 신문의 편집장이던 오빠는 나를 .. 2023. 7. 28.
문학기행 - 당달 봉사의 눈뜨기와 공양미 50달러 ·「김윤식 - 문학기행」 '울란;과 '우데'의 울림을 찾아 나선 멍텅구리. 이들 당달봉사 떼의 눈을 뜨게 하는 계기가 찾아온 것은 울란바토르에 닿은 지 6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심청이 기다리고 있었던 까닭이다. 참으로 용감하게도 이들 청맹과니들은 상당한 비용을 지불, MIAT를 전세 내어 몽골을 탈출, 국경을 넘어 러시아령인 브라야트 공화국의 수도인 이른바 울란우데 RED GATE를 향하지 않았겠는가. 어째서 울란우데인가. 일목 요원한 해답이 주어진다. 울림 때문. '울란' 이란 울림, '우데'라는 울림에 매혹되지 않았다면 굳이 그곳을 찾아갈 이유는 아무 데도 없었다. 그것은 '울란바토르'의 울림 때문에 몽골 여로에 나섰던 까닭과 한치도 다르지 않은 것. 적어도 내게는 그러하였다. 도시 상공에서 본 울란.. 2023. 7. 21.
문학기행 - 3박자 글쓰기의 균형감각 ·「김윤식 - 문학기행」 머리말 3박자 글쓰기의 균형감각 보여 주기, 들리게 하기란 무엇이겠는가. 나는 이런 경지를 오랜 동안 꿈꾸어 왔다. 순수 감각의 길이 그것. 오랜 동안 내가 살아온 '연구자의 논리'에 대한 생명적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울림은 들리지 않는다. 사원에서 나온 울림이 몸에 닿고 몸 주변을 에워싸면서 몸을 울린다. 울림이란 그러기에 함께 울림이되 온몸으로 느끼는 그 무엇이다. 울림에 온몸이 함께 울 때의 그 진동의 폭과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잴 수 있을까. 요컨대 보여 줄 수 있을 것인가. 헛것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헛것이 시원의 땅을 지나 몸에 닿고 몸 주변을 에워싸면서 몸을 환하게 한다. 헛것이란 그러기에 함께 환하게 하되 온몸으로 환하게 하는 그 무엇이다. 헛것에 온몸이 환하게 .. 2023. 7. 16.
마사이 전사 레마솔라이 - 11 두 세계 속의 전사 ·「조지프 레마솔라이 레쿠톤 - 마사이 전사 레마솔라이(단행본)」 어머니에게 태양에 관해서, 태양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해 주면 어머니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어머니, 해는 움직이지 않아요. 지구가 해 주위를 도는 거라고요." 그러면 어머니는 마지 못해 말씀하셨다. "그래 알았다. 여기다 돌멩이를 놔두고 내일까지 움직이나 한번 보자." 어머니는 이해하질 못했다. 그래서 해가 어떻게 움직이냐고 내가 물으면 어머니는 이렇게 설명하시곤 했다. "예야 해가 넘어가면 땅속으로 들어가서 다른 쪽에서 다시 나오는 거란다." "그러면 별은요?" "글쎄 별들은....., 으흠. 낮에는 밖에 나가서 소들처럼 풀을 뜯지. 그래서 보이지 않는 거야. 밤이 되면 집에 와서 잠을 자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하늘 위.. 2023. 7. 10.
청소부 밥 - 04 뒤엉킨 삶을 풀어내는 비결 ·「토드 홉킨스, 레이 힐버트 - 청소부 밥」 로저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부엌에만 환한 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식탁 위를 보니 박스에 피자 두 조각이 담겨 있었다. 싱크대에는 저녁식사 때 쓴 접시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다. 로저는 새워를 하고 내일 발표할 계획안을 검토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먼저 아이들을 보기 위해 계단을 올라갔다. 달린이 두 아이가 누워 있는 침대 사이에 앉아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아빠!" 아이들은 반가운 마음에 목을 껴안으며 매달렸다. 로저는 허리를 굽혀 달린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고 달린은 미소로 답했다. 그간의 서먹했던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진 듯한 느낌이었다. "자기가 애들한테 책을 좀 읽어줄래? 나는 그동안 설거지를 좀 할게" 달린이 부탁했다. "그래요. 아빠! 아빠가.. 2023. 7. 7.
心象 - 시인의 명상(한선향 시인) · 「월간시지-심상 / 2007년 3월호」 어느날 동대구역 대합실 3월의 맥박이 쿵쿵 동대구역 대합실 구부려놓다. 딱딱한 대리석 바닥을 못질하며 가는 하이힐소리 스펀지 같은 남자와 마주 친다. 그를 보자 숨어있던 발화점 일시에 목 내미는 순간 구불거리는 내장의 힘까지 꾹꾹 누른다. 꼬깃꼬깃 백수란 명함이 여자를 향해 무거운 이별을 고한다. 언제나 소주로 덥혀진 남자의 입에선 오늘도 단감 냄새가 난다. 가당찮은 눈길의 그녀, 삐죽삐죽 내민 턱수염 기적소리에 떨어지는 연민의 늦은 오후 할퀸다. 바위에 붙은 빈 조개껍질 같은 그녀의 그렁한 눈물이 대합실 바닥을 적신다. 마음 한곳 비우고 몸 한곳 열어둔 개찰구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긴 꼬리 저만치 전광판의 숫자가 바뀌고 있다. 시인의 명상 봄볕 다사로운 대각사.. 2023. 7. 3.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토론회 전문 - 2 ·「폴리뉴스 - 2023. 06. 28.」 16일 여수에서 열린 토론회는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가 주최하는 ‘2023 봄철 정기학술대회’ 중 한 세션으로, 80분간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사진=폴리뉴스] “거대 양당 기득권 혁파, 다당제 틀 구축하느냐가 중요” 폴리뉴스는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가 지난 16∽17일 전라남도 여수 유탑마리나 호텔에서 주최한 2023년 봄철 정기학술대회를 후원하였고,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는 학술대회 중 한 세션인 ‘2023 대한민국 정치, 그 길을 묻다’는 쟁점 토론회의 사회를 맡았다. 이날 토론회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참석하여 윤석열 대통령 국정 평가, 공천제도 개혁, 팬덤정치, 선거제도 개편, 내년 총선 전망 등.. 2023. 7. 3.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토론회 전문 - 1 ·「폴리뉴스 - 2023. 06. 28.」 이준석·이개호·천정배, '2023 대한민국 정치, 그 길을 묻다' 천정배·이개호·이준석 “윤 대통령의 독선으로 내년 총선 국힘 참패 전망” 지적 “다당제로 극한대결 극복하고 소통정치 이뤄야” 뜻 모아 폴리뉴스는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가 지난 16∽17일 전라남도 여수 유탑마리나 호텔에서 주최한 2023년 봄철 정기학술대회를 후원하였고,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는 학술대회 중 한 세션인 ‘2023 대한민국 정치, 그 길을 묻다’는 쟁점 토론회의 사회를 맡았다. 이날 토론회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참석하여 윤석열 대통령 국정 평가, 공천제도 개혁, 팬덤정치, 선거제도 개편, 내년 총선 전망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2023. 7. 3.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토론회 ·「폴리뉴스 - 2023. 06. 19.」 이준석·이개호·천정배 “尹에 달려 있는 내년 총선, 국힘 어려울 것” 이준석 “국힘, 내일 총선이라면 영남 60석+수도권 20석+비례대표 포함 100석 정도” 이개호 “유일권력이 야당을 쥐어 패서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건 절대 불가능” 천정배 “尹 각성해서 잘하면 민주당 이번 선거 어려울 수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부터)가 지난 16일 오후 전라남도 여수 유럽마리나 호텔에서 ‘2023 대한민국 정치, 그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회는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가 봤다. [사진=폴리뉴스] 내년 총선에 대해 여야 모두에서 국민의힘이 현재로서는 참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2023. 7. 2.
The winds of fate · 「 Ella Wheeler Wilcox - The winds of fate」    The winds of fate                                                    Ella Wheeler Wilcox  One ship drives east    한 척은 동쪽으로 가고and another drives west   또 한척은 서쪽으로 가네With the self-same winds that blow;   바람은 같은 방향에서 불어오지만,Tis the set of the sails And not the gales  그 방향은 바람이 아니라 돛의 방향이라네That tells them the way to go.  돛이 그 배들에게 갈 길을 알려준다네.  Like the.. 2023.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