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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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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과 상실감을 구별하라

by 탄천사랑 2021. 9. 20.

김경일 - 「적정한 삶

 


불편함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 나타난다. 
작은 돌이 신발 안에 들어 있는 상태를 떠올려 보자. 
거기 있으면 안 되는데 있으니 심기가 좋지 않다. 
그때 느끼는 감정이 바로 ‘불편함’이다.

상실감은 비슷하지만 반대 상황이다. 
‘좋아하던 것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동네 친구들과 오징어 땅콩을 안주 삼아 캔 맥주를 마시는 게 최고의 낙인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느라 몇 달 째 외부 출입을 못했다. 
늘 기다리던 저녁 시간이 지루하고 활기가 없어졌다. 
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바로 ‘상실감’이다.

불편함과 상실감을 잘 구별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없애려면 나쁜 것을 제거해야 한다. 
상실감을 없애려면 좋아하는 것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헷갈려 버리면 엉뚱한 처방이 나오지 않겠는가?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느라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불편함을 완화시키기 위해 그동안 먹고 싶던 맛있는 음식을 사 먹었다. 
기분이 좀 나아졌을까? 모르긴 몰라도 별 효과는 없을 것이다. 
불편함 때문에 힘들었다면 평소 안 좋은 것을 제거하는 쪽이 낫다. 
친구들과 캔 맥주를 못 마셔서 슬픈 사람이 스마트폰 앱을 깔아 출근길 동선을 편리하게 바꿔 보았다. 
과연 그의 상실감이 없어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할 일 없이 늘어난 시간에 마음만 헛헛할지도 모른다.

지금 이 상황에서 편의점 마실을 가거나 마스크를 안 쓸 수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땐 다른 것을 고쳐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차라리 집을 고치는 것이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살던 집을 조금씩 다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근무도 집에서 하고, 수업도 집에서 한다. 
운동도 하고 취미 생활도 집에서 해야 한다. 
주변의 많은 분들이 가구의 위치를 바꾸거나 인테리어 소품을 들여놓는 등 
크고 작은 변화를 꾸리곤 한다. 
불편과 상실 등 뉴스를 접할 때마다 오는 부정적인 심리 상태 또한 집 안에서 치유하고자 한다면 
긴 시간을 머물고 있는 집의 크고 작은 부분을 바꿔 보는 것도 방법이다. 
주의할 점은 변화의 콘셉트를 정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편함을 해소하려면 편리하게 고쳐야 한다. 
며칠째 고장 나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수도꼭지를 고쳐 버리거나 삐거덕거리는 문고리를 바꾸는 식이다. 
아무 상관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다른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으로 의외로 마스크를 쓸 에너지가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상실감은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집 안에 좋아하는 다른 것을 설치한다. 
편의점 캔 맥주가 그리울 때 집에 홈 바를 만들어 보거나 마음의 안정을 주는 화분을 들이는 것도 괜찮다.

반대로 불편함에 시달리는 사람이 집에 홈 바를 설치하면 더 심란하다. 
물건이 늘어나면 동선만 꼬이고 짜증이 난다. 
상실감이 큰 사람의 집이 편리해지면 오히려 공허해질 가능성이 크다. 
매끄럽게 돌아가는 손잡이 앞에서 
“아아, 문마저 그냥 열리는구나….” 하며 씁쓸해지는 것이다.

힘든 시대에 마음이 두루 평온하기는 어렵다. 
코로나 때문에 복잡하고 어려운 심경이 어찌 ‘상실’과 ‘불편’뿐이겠는가. 
그러나 힘들다고 그냥 내버려 두면 병이 된다. 
정말로 벗어나길 원한다면 그게 무엇이 됐든 정확하게 내 감정을 파악해 보려고 노력하면 좋겠다. 
그게 행동의 중심축이 되어 줄 테니까. 
나의 상황과 사람, 환경을 리모델링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어디론가 떠날 수도 있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때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할 것인가? 
상실감인지 불편함인지 또는 다른 마음인지에 따라 방향과 종류가 달라질 것이다.
 이 글은 <적정한 삶>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김경일 - 적정한 삶
진성북스 - 2021. 0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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