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용산 - 「여보게, 저승갈때 뭘 가지고 가지」
<금강경>에 凡所有相 皆是虛妄(범소유상 개시허망)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라는 시구가 있다.
무릇 모양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부서지고 마는 헛된 것이니,
그 모양이 영원하지 않는 이치를 알면, 부처의 세계를 보게 된다는 말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쌓고 뺏고 모으며, 탐착 하는 우리들에게 그러한 삶이 덧없음을 일깨우고,
허상에 끄달리지 않는 인생을 살게 하려는 금구의 말씀이다.
나이 들수록 새겨 보며, 내 욕심스런 사고들을 헹궈내는, 샘물 같은 말씀이기도 하다.
진정 영원한 모습이 있을 리 없다.
지금 숨을 쉬고 있는 사람들 중, 백년 뒤 이 땅에 남아 노래 부를 이 몇이나 될까?
눈가에 지는 세월의 흔적을 거울 속에 들여다보면서도, 나는 늙지 않을 거라고 꿈을 꾸는 우리!
그러나 분명 깨야할 꿈인 것을...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모습을 바로보고 긍정할 수 있을 때,
우린 좀더 진실된 삶을 살다 가지 않을까?
숱한 아픔과 갈등, 사랑과 미움을 세월 너머 보내면서 배운 게 있다면,
앞에 놓인 실존마저도 허상이요 한판 꿈이라는 것!
그 사실을 철저하게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때,
현실의 허상들마저도 끄달림없이 사랑할 수 있는, 참된 가슴이 열리더라는 것!
현실 부정의 논리가 아니라 현실을 바로 보므로,
무상하고 허망한 것들에 매달리지 않고, 좀 더 자유롭고 여유 있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런지....,
여보게 도우(道友),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
솔바람 한 줌 집어 가렴!
농담말구!
그럼 댓그늘 한 자락 묻혀 가렴!
안그럼,
풍경 소릴 들고 가던지......! (p30)
※ 상기 글은 <여보게, 저승갈때.... >에 실린 일부를 필사한 것임.
석용산 - 여보게,저승갈때 뭘 가지고 가지
고려원 - 1992.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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