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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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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럼, 풍경 소릴 들고 가던지......!

by 탄천사랑 2021. 9. 19.

석용산 - 「여보게, 저승갈때 뭘 가지고 가지

 

<금강경>에 凡所有相  皆是虛妄(범소유상  개시허망)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라는 시구가 있다. 
무릇 모양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부서지고 마는 헛된 것이니,
그 모양이 영원하지 않는 이치를 알면,  부처의 세계를 보게 된다는 말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쌓고 뺏고 모으며,  탐착 하는 우리들에게 그러한 삶이 덧없음을 일깨우고,
허상에 끄달리지 않는 인생을 살게 하려는 금구의 말씀이다.

 

나이 들수록 새겨 보며,  내 욕심스런 사고들을 헹궈내는,  샘물 같은 말씀이기도 하다.
진정 영원한 모습이 있을 리 없다.

 

지금 숨을 쉬고 있는 사람들 중,  백년 뒤 이 땅에 남아 노래 부를 이 몇이나 될까?
눈가에 지는 세월의 흔적을 거울 속에 들여다보면서도,  나는 늙지 않을 거라고 꿈을 꾸는 우리!

 

그러나 분명 깨야할 꿈인 것을...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모습을 바로보고 긍정할 수 있을 때,
우린 좀더 진실된 삶을 살다 가지 않을까?

 

숱한 아픔과 갈등,   사랑과 미움을 세월 너머 보내면서 배운 게 있다면, 

앞에 놓인 실존마저도 허상이요 한판 꿈이라는 것!
그 사실을 철저하게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때, 

현실의 허상들마저도 끄달림없이 사랑할 수 있는,  참된 가슴이 열리더라는 것!

 

현실 부정의 논리가 아니라 현실을 바로 보므로,
무상하고 허망한 것들에 매달리지 않고,  좀 더 자유롭고 여유 있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런지....,

 

여보게 도우(道友),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
솔바람 한 줌 집어 가렴!
농담말구!
그럼 댓그늘 한 자락 묻혀 가렴!
안그럼,
풍경 소릴 들고 가던지......! (p30)

상기 글은 <여보게, 저승갈때.... >에 실린 일부를 필사한 것임.

 

 

석용산 - 여보게,저승갈때 뭘 가지고 가지
고려원 - 1992.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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