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산문집 /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인생의 비극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도달할 목표가 없는 데에 있다.
꿈을 실현하지 못한 채
죽는 것이 불행이 아니라
꿈을 갖지 않은 것이 불행이다.
새로운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 불행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해보려고 하지 않을 때
이것이 불행이다.
하늘에 있는 별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도달해야 할 별이 없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결코 실패는 죄가 아니며
바로 목표가 없는 것이 죄악이다.
-작자 미상, <인생의 비극은> 전문
오래전의 일이다.
학교 선생을 할 때, 서울의 한 교육기관을 방문한 일이 있다.
그 기관의 강당 벽에 글이 한 편 걸려 있었는데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글이었다.
글의 원문은 인도의 델리 사원의 벽에 영문으로 작자 이름도 없이 쓰여진 것인데
그걸 베껴다 번역해서 걸어놓았노라는 사연이 기록되어 있었다
놀라웠다.
인도의 사원의 벽에 쓰여진 글이라면 그것은 갈 데 없는 낙서다.
그런데 그 낙서를 정성껏 베껴다가 번역해서 다시 잘 써서 걸어놓았단 말인가?
그러나 글을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낙서는 낙서지만 그 속에는 삶에 대한 깨달음과 충고와 교훈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나는 노트를 꺼내어 그 글을 베꼈다.
누군가 베낀 글을 내가 또 베낀 셈이다.
그렇다.
베낀 낙서를 또 베낀 것이다.
생각해보면 웃음이 날 일이다.
그래 할 짓이 없어 낙서를 베끼고 또 베낀단 말인가.
그러나 진흙의 연못에서도 연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버려진 그 어떤 장소에서도 우리에게 충분히 도움이 되는 말씀은 있게 마련인 것이다.
지은이는
'인생의 비극'과 '인생의 불행'에 대해서 원인을 찾아 분명한 처방을 내리고 있다.
그것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도달할 목표가 없는 것’이라고 일깨워주고 있고,
'꿈을 실현하지 못한 채 죽는 것이 불행이 아니라 꿈을 갖지 않는 것이 불행' 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이하에 대해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도달해야 할 별'을 갖는 일이었다.
젊은 시절,
해야 할 일은 많고 돈을 쓸 곳도 많은데 돈은 궁하고 시간도 부족하고 건강조차 시원찮을 때,
나는 『명심보감』에 나온다는
'빈이무첨(貧而無諂)하고 부이무교(富而無驕)하라'는 말씀을 입에 달고 다니며 살았다.
더불어 이런 글도 가끔은 중얼거리면 살았다.
'하늘에 있는 별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도달해야 할 별이 없는 것이 부끄러운 일입니다.'
얼마나 고마운 말씀인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지구 저편의 한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런 사람이 진짜루 내 인생의 '그루(스승)'였다. - p50 -
--
나를 좀 더 들여다보자.
나를 좀 더 이해하도록 하자.
그래서 나와 함께 가는 또 하나의 나의 길을 만들자.
나는 오늘 과연 안녕한가?
가끔은 나에게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기도 할 일이다. - p175 -
나태주 산문집 /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서울문화사 / 2019. 0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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