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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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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원-시와 산책/온 마음을 다해 오느라고, 늙었구나.

by 탄천사랑 2021. 5. 4.

한정원  - 「시와 산책

 

 

온 마음을 다해 오느라고, 늙었구나.

내가 귀하게 여기는 한 구절이다.

노인을 경외하는 것은,
내가 힘겨워하는 내 앞의 남은 시간을 그는 다 살아냈기 때문이다.

늙음은 버젓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한 결과일 뿐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열차가 완전히 정지하기 전에 그러하듯,
흔들림 없이 잘 멈추기 위해서 늙어가는 사람은 서행하고 있다.

반면 나에게는,  
지나야 할 풍경이 조금 더 남아 있다.
써야 할 마음도 조금 더 있다.

그것들이 서둘러 쓰일까 봐 
혹은 슬픔에 다 쓰일까 봐 두려워,
노랑이처럼 인색하게 굴 때도 있다.

그 날 노인의 뒤에 서서, 
그에게는 위로로써 나에게는 격려로써 저 시구를 읊조렸다.

노인에게는 멈추는 힘이, 
나에게는 나아가는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노인의 등을 바라보고,
노인은 호수의 가슴을 바라본다.   - p68 -



한정원 / 시와 산책
시간의흐름  / 2020. 0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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