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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부부로 산다는 것

3 - 025 먼저 미안해 하는 것

by 탄천사랑 2007. 9. 22.

·「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끊임없이 서로를 재발견하는 열정

 

025

먼저 미안해하는 것
"나, 지금 들어가려고. 힘들어서 야근은 못하겠어. 미안하다. 
  근데 이번 달,  야근 며칠 못하는 거지?"

그는 전화를 하며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몸살 때문에 빠진 야근이 3~4일은 되는 것 같았다.
최근 들어 몸이 마음같이 움직여 주지 않았다.
보름에 한 번쯤은 몸살기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야근을 못하고 퇴근을 해야 했다.              

'경기도 좋지 않은데 몸도 이러니 정말 큰일이야' 그는 아내에게 미안할 따름이었다.
결혼 10년이 넘도록 힘들다는 내색 한 번 하지 안는 아내.
그에게 있어 아내는 자기의 분신이나 다름없었다.
자기 자신보다는 남편의 자존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내.
많이 벌어다 주지 못해 어렵게 생활하는 아내를 보면 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는 아내에게 애정표현 한 번 제대로 한 적 없이 무뚝뚝하게 살아왔다. 
처음에는 못난 남자 만나 고생하는 거려니 하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한없이 자신을 보듬어주는 
아내와 살다 보니 '철이 들었다'는 표현이 걸 맞을 정도로 바뀌게 됐다.

매일 밤 11시까지 잔업을 해야 겨우 생활비를 건질 수 있는 기술직 신세. 
그런데 야근은 커녕 오후 일조차 이렇게 힘이 드니 아내를 볼 면목이 없었다. 
함께 살면서 적은 월급을 타다 주어도 불만 한 번 표현해 본 적 없는 그녀였다. 

“많이 편찮으세요? 빨리 오세요.” 

아내가 근심 섞인 목소리로 위로를 해준다. 
그는 그녀가 자신 몰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당장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알량한 자존심에 싫은 내색을 하자니, 그것 또한 미안하기만 했다. 

‘올려다보면 한도 끝도 없어요.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예요. 
 몸이 건강하면 뭐든 못해요?’ 

그의 어깨가 처질 때마다 그렇게 힘을 북돋워 주곤 하는 아내. 
그는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푸근해졌다. 



‘미안하다’는 말은 용서를 구하려는 뜻이 아닙니다. 
각박한 생활 속에서 위로받고 사랑을 확인하려는 표현입니다. 
세상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답답하고 힘겨울 때, 먼저 이야기해 보세요. 
나직한 목소리로 말입니다. 
"미안하다."
"미안해요."
훈훈한 감정의 교류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09.22.  20230906-1829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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