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병호 - 군대 간 아들에게」
PART 3. 후회 없이 살기 위한 인생의 지침
6. 생각이 가난하면 삶도 가난하다.
언젠가 3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한 교수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교수님은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대략 10년 터울로 학생들 사이에 큰 변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고 한다.
그 변화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데 논리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석해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검색엔진처럼 사실을 단편적으로 나열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자기 의견이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해서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특히 요즘 대학생들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기보다는 즉흥적이고 감성적이랍니다.'
개중에는 이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은 독서의 절대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 의견, 혹은 해답을 정리하는 일은 읽고 쓰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쉽지 않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대개 읽고 쓰는 것에 취약하다.
이러다 보니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전후를 찬찬히 따지기보다는
욱하는 식으로 즉흥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많다.
나는 이번 기회에 청년들에게 깊이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는 삶에 대해서 고민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깊이 생각하고 사는 사람은 눈에 보이는 현상이나 바람처럼 흩날리는 유행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다.
이들은 눈에 보이는 현상과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구분하는 데 익숙해서 웬만해서는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수가 가는 방향이나 다수가 생각하는 것이 늘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다수의 의견이라도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일단 자기 생각을 갖는 일은 실용적인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직업 세계에서 승리하려면 다른 사람이 만들 수 없는 독특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에서 성공하는 크고 작은 혁신과 창조는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에서부터 나온다.
그런 능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손쉽게 대체되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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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기업의 CEO에게 상당한 보수가 주어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평범한 직원의 평균 소득에 비해 몇십 배
혹은 그 이상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면 정의로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CEO가 내리는 판단에 의해서 조직의 성과가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측면에서 보면
소득의 차이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조직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을 때 CEO의 역량이 조직의 부침을 결정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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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판단대로 일을 처리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은, 그 판단이 아집으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다.
누구의 생각이든지 그것은 일종의 가설에 해당한다.
그런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이 틀릴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은
첫째로 사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남들이 뭐라 하더라도 항상 '사실 fact'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는 공정함을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선입견이나 편견 혹은 다수 의견에 휘둘릴 가능성을 낮추도록 노력한다.
이는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우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설령 자신의 가설이 올바르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검증에 대한 문을 열어두는 것이다.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인정하고 지적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
생각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돈처럼 눈에 보이는 것은 우리 모두가 귀하게 여긴다.
그런데 생각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돈이란 것도 넓게 보면 생각의 결과물이다.
영국의 사업가이자 작가인 벤 벤슨 Ben Benson은 <돈에 관한 생각>이란 책에서 사람들이 부와 부자,
그리고 돈에 대해 가지는 스물일곱 가지의 잘못된 생각을 낱낱이 파헤쳤다.
이런 맥락에서 내가 즐겨 사용하는 문장 가운데 하나는
'생각이 가난하면 삶도 가난하고, 생각이 부유하면 삶도 부유해진다'라는 것이다.
벤 벤슨은 이 책에서 돈에 대한 두 가지 대조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돈은 모든 악의 근원' 이라는 생각과 '돈의 결핍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스튜어트 빌데 Stuart Wilde는
'돈은 모든 악의 근원이라 말하는 사람들은 돈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한다.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은 저명한 작가이면서 투자에도 열심이었던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다.
그는 고속 타자기 개발에 투자했다가 4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모두 날린 다음,
돈을 벌기 위해 세계 일주 강연을 나서기도 했다.
돈에 대한 쓴맛 단맛을 모두 본 마크 트웨인은 '돈이 부족한 것이 모든 악의 근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처럼 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삶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돈을 악한 것으로, 자본가는 악한 세력으로 간주하게 되면 스스로 부자가 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만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 낳는 폐해 가운데 하나이다.
언젠가 아들이 금융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을 때,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군중심리라는 것이 투자의 세계에서만큼 확연하게 드러나는 곳도 드물 거다.
그 세계는 그냥 대세를 추종함으로써 지불해야 할 비용이 지나치게 높은 세계지,
금융에 관심이 있다면 역사에 대한 이해와 인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전문지식에 바탕을 둔 자기만의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단다.
그런 패자는 주로 대세를 추종하고 뒷북을 치고 다니다가 돈을 잃고 만다.'
제대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 교육에서는 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 같다.
고교는 대학입시를 위해, 대학은 취업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반듯하게 자기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편향된 지식인들이 공급하는 생각을 마치 자신의 것 인양 차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스스로 올바른 생각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바란다.
그 일을 하기 가장 적합한 시점이 바로 군에 머무는 기간이다.
꾸준히 양서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작업으로 세상과 타인,
그리고 자신에 대해 정확한 생각을 갖도록 노력해 보라.
여기서 중요한 점은 편향된 독서보다는 오랜 세월을 통해 검증받은 양서를 균형 있게 읽는 것이다.
건강한 생각의 형성이란 점에서 기본서와 트랜드 한 서적 사이에서의 균형은 매우 중요하다.
※ 이 글은 <군대 간 아들에게>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24.01.03. 20240108-164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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