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군대 간 아들에게

3 - 5. 밑바닥부터 성실하게 인생의 계단을 올라가라

by 탄천사랑 2023. 12. 27.

· 「공병호 -  군대 간 아들에게」

 

 

 

PART 3. 후회 없이 살기 위한 인생의 지침

5. 밑바닥부터 성실하게 인생의 계단을 올라가라
"어느 세월에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까?"
도달하고 싶은 곳이 까마득하게 멀어 보이고 도착한 사람들이 대단해 보일 때, 우리는 부러움이 앞선다.
그래서 얼른 빨리 저곳에 도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성급함과 조급함은 젊음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진로를 선택하는 일, 취업을 준비하는 일, 
그리고 입사 이후에 업무를 대하는 태도 면에서 조급함과 성급함이 먼저 생긴다면,  이는 의욕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착실히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일 뿐이다.
중간 과정을 생략해 버린 채로 목표를 이루기는 사실상 어렵다.

초조함이나 불안감은 성급함에서 온다.
성급함을 성실함으로 바꿔야만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착실히 하나씩 성취해 가면서 정상까지 올라가겠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겪는 일 모두가 크게 달라 보일 것이다.

학교에서는 교육 과정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그런 교육과정이 없다.
오직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우쳐나가야 한다.
일터에서 배울 수 있고, 만남에서 배울 수 있고, 길거리를 오가면서도 배울 수 있다.
반면에 아예 배움과 담을 싸고 지낼 슈도 있다.
사회생활에서의 교육은 경험을 통하지 않고서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삶의 현장에서 하나하나의 경험들로부터 배우는 사람은 늘 성장하는 사람이다.
이들이 정상에 설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나는 눈 쌓인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좋아한다.
젊은 날부터 삶을 살아가는 자세는 무릇 산을 오르는 것처럼, 
차근차근 준비하고 조심스레 한 걸음씩 내디뎌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이따금 어떤 일을 도모해서 
한몫을 챙기고 떠나버리겠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놀랍기만 하다.

'저렇게 살아서 무엇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정상을 향해 하나하나 마치 벽돌을 쌓아가듯 나아가는 것은 한 인간이 가져야 할 숭고한 원칙 가운데 하나다.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쉽게 낙담하지 않고 초조해하지 않는다.
---

내가 마흔 이후에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직장 생활 초기 
5~10년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어떤 일이든 시도해 본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들들에게 이 점을 강조하곤 한다.

"일을 배울 수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꺼려 하는 사소한 일도 자원해서 맡아해야 해.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구체적으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가 점점 눈에 들어올 거야.
 이렇게 범위를 좁혀 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좋아하는 일, 그리고 평생 동안 해야 할 일을 찾아낼 수 있단다.
 직장 초기 단계에서 치열하게 기초를 쌓아가는 노력이 없다면 
 실력은 물론이고 자신이 몸담아야 할 분야를 찾아내는 것도 불가능하지.
 이것은 이래서 할 수 없고, 저것은 저래서 할 수 없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니."

사람이 밑바닥부터 올라가기 위해서는 심지가 굳어야 한다.
이때 당장 이익이 떨어지지도 않는데도 성실히 일하는 사람이 흔치는 않다.
하지만 이런 작은 차이가 훗날 좁힐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를 낳는다.
이는 올바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믿음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어떤 사람은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라가는 것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지만,
또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근사하게 보이고 편안하고 쉬운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지난 10여 년을 둘이 켜보면 내 분야만 하더라도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인물들의 부침이 있었다.
앞으로 10년의 변화는 훨씬 더 심할 것이다.
따라서 청년들은 앞으로 10년이 아니라 50~60년 정도 살아갈 세월을 고려해서,
힘이 들더라도 어떤 경험이든 자신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각오해야 한다.

조직에 몸을 담고 있을 때는 자신의 실질적인 실력이나 가치를 알아차릴 기회가 흔치 않다. 
그러나 조직을 떠나고 나면 직업인으로서의 가치가 확연하게 드러나게 된다.
마흔을 전후해서 자의반 타의 반으로 조직 생활을 청산하게 되었을 때, 나는 저축해둔 돈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라 부를 수 있는 자산이 만들어져 있었다. 
밑바닥부터 기어서 올라간다는 
믿음하에 쌓었던 갖가지 경험들이 조합되어 제법 내놓을 만한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나는 그것을 기초로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내 힘으로 살아가는 삶을 만들어나갔다.

당장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그 일을 통해 자신의 경력이나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나갈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이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당장 눈앞에 이득이 보이지 않는 일은 열심히 하지 않게 돼버린다.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젊은 날 가졌던 생각과 아주 다른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청년들 중 일부는 마치 다 살아본 것처럼 성급하게 인생에 대한 판단을 내려버리는 이들도 있다.
그러고는 '우리 세대는 더 이상 기회가 없어요'
'우리 세대가 겪는 어려움은 이전 세대가 겪은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우리에게 무슨 희망이 있습니까?'라고 말한다.

지난 30여 년을 되돌아보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회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삶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나는 누구에게나 세상의 주역이 될 가능성의 문이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년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출발선부터 '우리 세대'라는 모호한 용어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을 거부해 버리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단, 그런 가능성의 문이 열려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바닥부터 시작해서 차곡차곡 하나씩 삶의 경험을 쌓아가겠다는 굳건한 믿음이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쌓아서 올라가라는 말이 
그냥 지금 하고 있는 분야에만 집중하라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갖고 살아가되,
삶의 굽이굽이에서 새로운 기회라고 판단되는 상황을 맞이하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삶에서의 성장은 원래 세웠던 계획과 중간중간 끼어드는 기회의 포착과 도전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착실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 모두가 경험의 내용에 포함되어야 한다.


※ 이 글은 <군대 간 아들에게>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23.12.27.  20221230-161235-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