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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군대 간 아들에게

3 - 3.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 삶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by 탄천사랑 2023. 12. 25.

· 「공병호 -  군대 간 아들에게」

 

 

 

PART 3. 후회 없이 살기 위한 인생의 지침

3.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 삶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더라도 우리는 노인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야 한다."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나왔던 이야기인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는 말이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청년을 넘어서 중년, 장년, 그리고 노년이 되더라도 이따금 철이 들지 않은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어떤 모임에서 나이가 50대에 들어선 한 중년 남성에게서
'경제력이 있는 처가를 만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심 놀랐다.
그분의 지위가 사회적으로 꽤 높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직을 떠난 다음이라 살기가 팍팍했거나 농담으로 한 말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5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
'경제력이 있는 처가를 만났어야 했는데.'라는 말은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오랫동안 초등학교, 중고교생 그리고 대학생 등을 교육해 오면서 참으로 특이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초등학생 가운데서도 철이 든 아이들은 벌써 5,6학년만 되더라도 자존감이 있고
자신의 생활과 삶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의식이 비교적 분명했다.
반면에 고교 2. 3년생이라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강의에 몰입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철이 들었음을 나타내는 표식 가운데 하나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적극적인 마음가짐과 태도이다.

책임을 질 때 인간은 비로소 어른이 된다.
자신의 언행과 선택으로 인한 모든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행동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어른이 된다.

성공학 고전인 새뮤얼 스마일스((Samuel Smiles) 의 <자조론>에는
도저히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귀한 이야기들이 잔뜩 담겨 있다.
이탈리아 중부지방인 토스카나에는 예부터 내려오는 멋진 속담이 있다.

"모두가 베란다에서 살 수는 없지만 누구나 햇볕을 즐길 수는 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잘 살고 출세를 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받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이 말처럼 더 많이 받고 싶은 사람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자기 책임의 원리'이다.
스스로가 한 선택에 필요한 비용과 편익을 기꺼이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모든 면에서 용의주도해지고 분별 있게 행동하게 된다.

회사나 동아리 모임에서 회식을 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자기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경우 사람은 좀처럼 낭비하지 않는다.
반면에 공동 경비가 사용될 때는 상당한 낭비가 발생하게 된다.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모든 행동에 신중함을 낳게 한다.

책임은 어떤 범위까지 적용되어야 할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스스로 내버려 둔 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삶에서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꽤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청년, 중년, 장년을 거쳐서 노년에 이르게 되면 대충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세월이 가면서 수모를 당하거나 어려운 곤경에 처하지 않으려면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20대는 이미 스스로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시기이다.
군 복무를 위해 집을 떠나는 그 순간부터 부모가 책임졌던 영역의 대부분이
자신에게 넘어오게 되었음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자각의 순간에 대해 독일의 저술가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Reinhard K. Sprenger)는 아래와 같이 묘사하는데,
군 생활이 바로 이런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모두가 한 번쯤 깨닫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무도 내게 오지 않는다는 의미임을!
  나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것을.
  내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아무도 오지 않으며,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무도 나를 위해 결정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나 스스로 능동적이 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른은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만 한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불확실성 속에서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진로를 선택하는 것, 직장을 선택하는 것, 전직을 하는 것, 투자를 하는 것 등은 모두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된다.
그리고 자유의 이면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책임이다.
그래서 자유는 곧 책임이다.

자유는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까지도 자신이 책임져야 함을 뜻한다.
그래서 위대한 자유주의 철학자 하이에크(Friedrich August von Hayek)는
자유가 지닌 냉정하지만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자유롭지만 비참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자유는 전적으로 좋은 것, 또는 모든 해악들이 없음을 뜻하지 않는다.
  자유로움이 굶어죽을 자유,
 값비싼 실수를 행할 자유, 운명적 위험을 감수할 자유를 의미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자유롭지만 비참해질 수도 있다.'라는 말은 참으로 명언이다.
구약에 등장하는 출애굽기에는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를 떠나는 전후 이야기가 잘 그려져 있다.
이집트 치하에서 그들은 노예처럼 취급받고 있었지만 빵은 주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탈출 후 자유를 얻게 되었을 때
그들 가운데 자유보다는 오히려 빵이 보장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인간은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지만, 그만큼 쉽게 비참해질 수도 있다.
누구도 빵을 공짜로 주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유에 대한 대가는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지 않으며 빵을 달라고 애걸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스스로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
그리고 과거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세상살이의 본래 모습이 이러한데 우리가 어떻게 대충 살아갈 수 있겠는가? 


※ 이 글은 <군대 간 아들에게>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23.12.25.  20211208-15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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