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병호 - 군대 간 아들에게」
후회 없기 살기 위한 인생의 지침
남자는 자기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
"집중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네요.
뭔가 준비하려면 주변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공부를 하려 하면 이번 한 번만 놀자는 친구가 여럿 있거든요.
한두 번 거절할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은 힘듭니다.' 선생님은 대학 다닐 때 어떻게 하셨습니까?"
한 젊은이가 고민을 털어놓자마자
잠시 호홉을 고른 다음, 나는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지요'라고 다소 퉁명스레 답했다.
'보기에 지금 졸업이 1년 남짓 남았을 것 같은데,
그렇게 대학 생활을 보내고 졸업을 했을 때 대안이 있습니까?
집안 형편도 고려해야 할 텐데요'라는 말을 더했다.
결국 친구는 친구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면, 현명한 선택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더 매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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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남자들은 20대 후반에 도달한다.
여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1~2년 정도 한눈을 팔게 되면 금세 서른이 목전이다.
한국의 아버지들이 자식을 대학 졸업 이후에도 챙겨주는 이유는
졸업 이후 3~5년의 시간이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제대로 알차게 보내지 못하고 허송 세월하며 보낸 사람은 사회에 적응하는 데,
아니 사회에 진출하는 것조차도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아들에게 해준 조언은 휴학 같은 것을 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라는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직장 초년생 시기를 사회화가 되는 과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이 시기를, 공부만 하던 사람이 명실상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주역으로 전환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나치게 오랜 시간 학교에 머무는 데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물론 대학원에 진학해서 계속해서 공부를 하려는 사람은 예외다.
형편이 되는 부모들은 자식에게 1~2년 정도 지원을 해주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주 딱한 경우가 아니라면 형편이 좋지 않은 부모라도 무리를 해서 그 정도 학비는 도와주려 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이 깊은 부모라면 이런 호의가 자식의 홀로서기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부모의 집은 편안하고 안락하다.
그래서 집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일은
편안한 세계로부터 불확실하고 불편한 세계로 한 발자국을 내딛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나 자발적으로 이런 세계로 들어가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때 부모가 등을 떠밀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가서 자기의 날개로 날아야 할 시점이다"라고 분명히 말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자식을 돕는 일이다.
자식의 휴학하고 싶어 하는데 안 된다고 강하게 이야기하는 부모를 찾기는 쉽지 않다.
1년이나 반 학기 정도 어학연수를 다녀오겠다는 자식을 이유 없이 막을 부모는 거의 없다.
자식이 원하고 자식에게 도움이 된다면, 모든 것을 해주려는 것이 세상의 부모이니 말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어학연수에다 휴학까지 겹치게 되면 졸업 시점이 너무 늦어진다는 점이다.
졸업을 하고 난 이후의 1년은 사회라는 험한 세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내는 시기이기 때문에,
뚜렷한 목표 없이 무작정 사회 진출을 늦추는 일은 앞날을 위해 좋지 않다.
특별히 공부를 계속하려는 게 아니면,
학교를 마치자마자 빠르게 직장을 잡아서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한다.
여기서도 우선순위는 졸업과 동시에 홀로서기를 하는 것이다.
다른 것들은 모두 부수적인 것이다.
휴학이나 어학연수 등은 여러분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만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 청년들에 비해 사회 첫걸음이 늦은 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군 생활을 더욱 알차게 보내야 할 이유다.
대학 1년을 마치고 입대한 사람이라면 제대 후 홀로서기를 준비할 시간이 3년에 불과하다.
2년을 마치고 입대한 사람이라면 불과 2년의 시간이 남을 뿐이다.
이렇게 보면 군 생활에서는 홀로서기를 향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재의 시간을 대해야 한다.
홀로서기에 필요하고 중요한 조건들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기간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아들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직장을 잡고 자기 길을 개척해 나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 때문에 마음에 두었던 직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부모가 더 이상의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다는 안도감이 있으면, 그 사람의 전투력이나 근성은 자연히 약해지고 만다.
그러면 홀로서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부모를 포함한 그 어떤 사람의 선의에도 기대고 싶다는 마음을 먹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강하고 담대하게 일어서야 한다.
어느 누구도 여기가 당신 자리라고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남자는 자기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 모든 것에 여러분 자신과 가족의 미래가 달려 있다.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우리는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내가 말하는 홀로서기는 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를 떠나서 경제적,
심리적으로 독립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조직 생활에 맞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라도 언젠가는 고용한 상태를 벗어나리라는 꿈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또 홀로서기는 타인으로부터 명령과 지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운명의 주인공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이 길은 무척 아슬아슬하다.
목숨을 걸고 뛸 정도로 열심히 하고 운도 따라 주어야 성공할 수 있는 길이다.
나는 여러분들이 젊기 때문에 홀로서기의 또 다른 단계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안정과 위험 사이에 어느 정도 비중을 둘 것인가는 여러분 자신이 선택할 사항이다.
나는 아들들에게 직장 생활과 자기 사업 사이에 존재하는 빛과 그림자를
비교적 명확하게 이야기해 주는 편이다.
선택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다만 시대가 이러니 큰 조직에 들어가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시작도 하기 전에 안정부터 찾는다니,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는가.
좀 더 크고 좀 더 넓고 좀 더 높게 인생을 계획할 수 있는 무언가를 스스로 찾아보는 재미,
그 즐거움을 여러분이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 이 글은 <군대 간 아들에게>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23.12.22. 20221208-1311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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