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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군대 간 아들에게

3 - 1. 잘 사는 게 본래 쉽지 않다.

by 탄천사랑 2022. 3. 6.

· 「공병호 -  군대 간 아들에게」

 

 

 

PART 3. 후회 없기 살기 위한 인생의 지침

3 - 1. 잘 사는 게 본래 쉽지 않다.
'산다는 것에는 늘 아픔이 있지요. 고통이 있고 고통 속에 즐거움도 있습니다.
 편안함보다는 불편함이 정상이며 이따금 편안함이 주어지는 것이 사는 것이지요.
 이렇게 생각하면 담대하고 감사하게 살 수 있습니다.'

언젠가 대화 중에 불쑥 나온 이야기를 옮겨보았다.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한 인간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자신의 삶을 대하는가를 거짓 없이 드러내는 문장이다.
사는 게 쉬우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본래 사는 것은 녹녹지 않다.
두 가지 원인 때문인데 하나는 내부적인 요인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적인 요인이다.
이들 요인은 쉽게 고칠 수 없을 만큼 구조적이고 근본적이다.

우선 개인의 기대나 욕망은 크지만 현실은 이를 따라주지 못한다.
욕망이 어느 정도 충족되더라도 또 다른 욕망이 등장해서 가만히 있지 못하도록 부추긴다.
인간은 욕망을 가진 존재이기에 끊임없이 들썩거릴 수밖에 없다.

외부적인 요인도 만만치 않다.
한정된  자원을 수많은 사람들이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낭만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사용 가능한 자원이 마치 무한한 것처럼 가정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지력을 극대화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용 가능한 자원도 늘어나게 되지만 
모든 사람들의 욕구와 필요를 만족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욕구와 필요는 다양해지고 커지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은 가난을 경험하였거나 가난한 시절을 보면서 성장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 또한 목도했다. 
그래서 그들은 가난이란 무엇이고, 못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책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서 터득했다. 
그러나 요즘 청년들은 나라의 기틀이 다져진 상태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그래서 흑백사진 속 에서 가난을 본 사람들은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난을 경험한 사람들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어떤 경험을 하며 살아왔는가에 따라 개인이 삶에 대해 가지는 기대감이나 기준은 달라진다. 
사람들은 대개 삶에 대해 어떤 기준을 갖게 마련이다.
처음부터 삶을 쉽다고 가정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처음부터 너무 힘들다고 가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 이유는 삶이 근본적이고 구조적이기 때문이다.
욕망은 날로 켜지지만 이를 모두 충족할 만큼 자원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또한 모든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킬 만큼 어떤 것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개개인의 삶은 생산과 분배에 좌우되는데, 
문명의 발달로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지만 분배 면에서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대적 격차의 문제가 끼어들기 때문이다.

격차의 문제가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보다 오늘날의 격차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 사는 사람의 삶을 못 사는 사람도 손쉽게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덧붙여 급격한 근대화 과정에서 자본의 축적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진 탓도 있다.
정경유착을 비롯한 편법과 불법을 이용해서 배를 불린 사람이나 
집단들을 바라보는 보통 사람들의 박탈감과 울분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렇게 정치 경제적인 문제까지 가세하면서 빈부의 격차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거기다 국가가 국민들을 얼마만큼 돌봐줘야 하는지에 대한 복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고,
대학 반값 문제까지 이슈가 되고 있다.
세계 경제 침체로 인한 저성장이 몇 년째 이어지면서 취업 문제도 발등의 불이 되어 버렸다.
나는 이런 상황들을 목격하고 경험하면서 자라난 청년들이,
사는 것이 정말 힘들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들 아버지들의 삶은 어떨까?
아버지들이 지금의 군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것처럼 아들 역시 아버지들의 젊은 시절을 겪어보지 못했다.
간접적인 경험은 늘 이해의 부족을 가져온다.
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친구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 친구는 아버지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가 봅니다.
 아버지와 별다른 대화가 없다고 하는 것을 봐서" 그래서 내가 물었다.
"아버지가 무엇을 하시는데?"
"사업을 하시는 것 같던데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가 아들에게 해준 이야기는 이렇다.

"친구 아버지가 사업을 한다면 직장 생활을 하는 분들에 비해서 더 힘들지.
 그 나이가 되면 설령 아버지와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들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삶이 참으로 고단하기 때문이지.
 마치 살얼음판을 걷듯이 살아가고 계실거야.
 나도 청년 때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업을 하셨던 할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게 분투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이따금 가슴이 아려올 때가 있거든"
 
정도의 차이는있겠지만 대다수의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그것은 어느 한쪽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격차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좋지 못한 것에 대한 완벽한 해답은 아니다.
또한 젊은 세대들이 기성세대를 무조건 이해해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단지, 그렇게 살아온 삶에 대해서 이해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것이다.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오는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그다음의 과제는 잘 사는 것 혹은 아주 잘 사는 것이다.
이 역시 무척 어려운 일이다.

경쟁이나 서열화에 대해 혐오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세상은 은연중에 모두 서열화되어 있다.
조직이나 사회를 보더라도 늘 직위나 직책이란 것이 있다.
그래서 인간이 모여서 만든 가정, 기업, 단체, 그리고 국가는 이끄는 자와 이끌림을 받는 자로 나누어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현대인이 다소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배'가 그것이다.
그는 아테내와 같이 직접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뽑지만, 
국가의 운영은 결국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로 이루어진다고 구분했다.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지배'라는 단어만으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모든 조직의 본질에는 '지배'의 순화된 표현인 위계질서라는 것이 존재한다.

지금 여러분이 몸담고 있거나 조만간 몸담아야 할 군대라는 조직은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매우 강한 조직이다.
근래 들어 구타금지와 병사들 간의 지시 금지 같은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군대라는 조직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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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직장인들의 삶은 평안할까?
수백 명, 

수천 명의 입사 동기들 중 20여 년이 흐르고 난 다음에 임원까지 오르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최소한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만 임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입사만 힘든 것이 아니라 정상까지 올라가는 일은 더더욱 힘들다.
그래서 서열화에 대해 가혹한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삶의 모든 면에서는 서열화가 이루어지고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게 된다. 
입사에서는 성적이 중요하지만 
계속해서 승진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종합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러니 본래부터 사는 것이 쉬울 수가 없다.
따라서 인생을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고 싶다는 

낭만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하기 바란다.
게다가 여러분은 남자이다.
가정을 갖게 된다면 자신과 가족 구성원들 모두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현재 여러분의 아버지들이 그런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다.
그러니 어찌 사는 게 전쟁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를 말할 뿐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주목하지 않는 사람은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살아가는 것, 특히 잘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근래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이 하버드 경영 대학원 교수로 있는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의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
경영이론을 인생에 잘 적용한 책인데, 
저자 자신이 암과 뇌졸중을 극복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더 진한 감동이 묻어났다.

이 책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하버드 경영 대학원을 졸업한 동기들은 5년마다 '홈커밍데이'에 학교에서 모여 
기부도 하고 자신들의 업적을 자랑하며 교분을 나눈다.
졸업 후 첫 번째 5년에 만난 친구들은 대부분 자신만만하고 부유하고 행복하게 보인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면 모임에 참석하지 않거나 직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는 친구들이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20년이 흐르고 30년이 흐르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유명인도 나오고 
가족의 해체나 험난한 사회생활에 패배하고 만 친구들도 생긴다. 
이들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전 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던 앤 론 스캔들의 주역인 제프리 스킬링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똑똑했고, 열심히 일했으며, 가족을 사랑했던 스킬링이 
어쩌다 탐욕에 눈이 멀어 그런 멍청한 짓을 저지르고 말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지금 잘 나간다고 해서 우쭐해서는 안 되는 것이 삶이라는 생각을 한다.
또한 나이가 먹어가면서 경험과 지혜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모습으로 밀려오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제대로  처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절감하게 된다.
까닥 잘못하면 자신과 가족 그리고 사회에 누를 끼치기 쉽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사는 것은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주기도문의 한 대목인 
'시험에 들지 않게 하옵소서'라는 글귀처럼 삶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문장이 있을까 한다. 

삶을 '본래 어려운 것이다'라고 정하고 나면 잠시 주어지는 기쁨, 

안락, 편안함에도 무척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내가 아들들과 공유하는 가장 강력한 공감대는 '삶은 본래 쉽지 않다'라는 것이다.
이런 가치관은 각자가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가진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 이 글은 <군대 간 아들에게>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22.03.06.  20220306-1725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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