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은 문득 고개를 들어 말없이 모여 있는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여겨본다.
모두의 뺨이 불빛에 발갛게 상기되어 있다.
청년은 처음으로 그 낯선 사람들의 얼굴에서 어떤 아늑함이랄까 평화스러움을 찾아내고는 새삼 놀라고 있다.
정말이지 산다는 것이란 때로는 저렇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청년은 무릎을 굽혀 양동이 안에서 톱밥 한 줌을 집어 든다.
그리고 그것을 난로의 불빛 속에 가만히 뿌려 넣어본다.
호르 로르, 삐지 꽃이 피어나듯 주황색 불꽃이 타오르다가 이내 사그라져 들고 만다.
청년은 그 짧은 순간의 불빛 속에서 누군가의 얼굴을 본 것 같다.
어머니다. 어머니가 주름진 얼굴로 활짝 웃고 있었다.
- 임철우의 '사평역' 에서
[t-24.04.16. 20210405-1546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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