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춘 - 의식 있는 여성이 행복을 만든다」
4백여 년이 된 거목도 좀벌레가 쓰러트려
당신은 세쿼이아라는나무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세쿼이아는 낙우송과에 딸린 상록교목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 사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큰 것은 지름이 4.5m, 높이는 100m이고, 수명은 1.000년을 산다고 하니, 나무 중의 왕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당시에도 푸르고 정정했던 세쿼이아 나무 한 그루가
로키산맥에 우뚝 서서 아메리카의 장래를 지켜보고 있었다.
수많은 풍수해를 다 겪었고 무시무시한 산불도 피하면서 4백여 년을 견디어왔다.
나무는 날이 갈수록 건장하게 위풍을 과시하며 산 중턱에 떡 버티고 서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세쿼이아 나무는 잎새도 채 마르기 전에 갑자기 그 자리에 푹석 쓰러지고 말았다.
그 많은 천재지변도 잘 견디어낸 거대한 세쿼이아가
좀벌레에 잠식되어 굵은 나무 허리를 갉아 먹히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한 두 마리의 좀 벌레였으나 삽시간에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마리로 불어났고,
그렇게 불어난 좀 벌레들이 그 작은 이로 나무를 열심히 갉아대어서
마침내 나무는 중심을 지탱하지 못한 채 쓰러진 것이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 가까이에 있는 작은 문제가 더욱 크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이야기가 아닌가?
흔들리는 40대, 자신과 싸우는 여류 화가
요즈음 내가 만나 본 40대 이상의 여자들은 마구 흔들리는 중심 잃은 세쿼이아 나무와 같다.
누군가가 매질을 한 것도 아니고 욕을 퍼부은 것도 아닌데,
매를 맞은 것보다 더 뻐근해 하고, 욕을 먹은 것보다 더 무력하고 지쳐 있다.
그냥 멍청하게 눈만을 뜨고 있을 뿐 삶에 대한 아무런 의욕이 없는 것 같다.
오랜만에 후배를 만났는데, 언젠가 한 번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던 여류 화가와 같이 있었다.
그녀는 사십 후반인데, 힘이 하나도 없고 너무나 무기력하고 어깨가 축 처져 있었다.
"지난번에 여행은 잘 다녀오셨어요?"
"잘 다녀왔죠.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잘 끝냈거든요."
"네, 병원이라고요?"
놀라서 되묻는 나에게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페를 끼치기 싫어서, 입원하는 걸 그냥 여행 간다고 했어요."
그녀의 남편은 남편대로 유럽에 출장을 갔고,
혼자서 병원에 누워 잘 이겨낸듯 했는데, 어깨도 아프고 무릎도 시리고 모든 것이 권태로워져,
요즈음은 그림도 못 그리고 멍청하게 지낸다는 눈이 큰 화가인 그녀는 아마도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듯 했다.
마음의 좀 벌레가 건강한 육체를 좀 먹어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는 수많은 병마가 찾아오고,
사회적인 어려움이 다가오지만 결국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의해 견디어 내기도 하고 쓰러지기도 하는 듯 싶다.
내가 결혼을 할 때,
웨딩 마치를 쳐주며 싱글벙글 좋아서 나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 주었던 직장동료 교사가 있었다.
3년 이상을 나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를 했는데
항상 명랑하고 밝은 표정에 콧노래까지 부르는 살맛 나게 사는 남자 친구였다.
그 후 그는 직장을 몇 번인가 옮겼고, 소식을 자주 접하지는 못했지만 늘 궁금했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처남의 보증을 섰다가 몰아치는 회오리바람을 맞아 고통을 겪었는데,
자신의 의지로는 견디지 못해, 매일 술로 세월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는 몇 년을 그렇게 버티다가 한창 싱그러운 젊은 나이에 결국 간 경화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말았다.
모든 세상살이는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사람들이,
왜 마음먹은 대로 살아가지를 못하는 것일까?
사십 대 후반에 접어든 사람들의 마음이 이토록 권태롭고 무력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눈에도 보이지 않은 '괴로움'이라는 마음의 좀 벌레에게 자신을 갉아 먹히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허무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장미도 시들면 볼품 없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요즈음 사람들은 '내가 나답지 않다'라고 야단이다.
늘 바람이 꽉 찬 공처럼 탕탕 튀는 탄력과 생동감 넘치는 음성 그리고 빛나는 눈빛이 나를 대표했다는데
요즈음은 축 처진 어깨, 균형을 잃은 고개, 멍청해진 눈 빛 때문에 예전의 나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다고 야단이다.
이런 것이 모두 나이 탓인가?
동장군이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지 하늘에서 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굵은 눈송이가 펑펑 내리다가 어느덧 진눈깨비가 사방으로 흩어지기도 한다.
학교 앞 산에 미끈하게 서있는 소나무가 그렇게도 늠름하고 멋있게 보였는데, 지금은 아무런 감흥이 없다.
얼마나 갈까? 이런 기분이....,
일주일 내내 칙칙한 날씨마저 나의 씁쓸한 마음을 더 하게 하는 듯하다.
새로운 자극이 있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일, 새로운 대상, 새로운 상황이 내 앞에 다가오면 적당히 긴장하고
적당히 설레고 적당히 두려워하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속에서 생기도 찾고 의욕도 찾을 텐데.....
어떤 상황도 어떤 여건도 결국은 자신이 만드는 것 아니던가?
사실, 어떻게 되기를, 어떤 상황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 자체가 마음의 좀 벌레이다.
스스로 어깨를 올리고, 고개에 힘을 넣고 솟구치는 정열을 만들어 보자.
장미도 시들면 매력이 없는데 하물며 미인도 아닌 내가 축 처지면 얼마나 볼품이 없겠는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자.
꽃망울도 터지고 새순도 나오는데 내 마음속에 웅크렸던 기운도 터져 나오게 하자.
마음의 좀 벌레에게 계속 갉아 먹히지 말고, 친구도 만나고 남은 일도 서둘러 처리하자.
나이가 들수록 다가오는 마음의 좀 벌레를 무사히 퇴치하고, 다시 활기를 찾아야 한다. (p30)
※ 이 글은 <의식 있는 여성이 행복을 만든다>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광교 [t-23.11.23. 20231102-135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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