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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 전사 레마솔라이 - 11 두 세계 속의 전사

by 탄천사랑 2023. 7. 10.

·「조지프 레마솔라이 레쿠톤 - 마사이 전사 레마솔라이(단행본)」



 

어머니에게 태양에 관해서, 
태양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해 주면 어머니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어머니, 해는 움직이지 않아요.
 지구가 해 주위를 도는 거라고요."  그러면 어머니는 마지 못해 말씀하셨다.
"그래 알았다.
 여기다 돌멩이를 놔두고 내일까지 움직이나 한번 보자."

어머니는 이해하질 못했다.
그래서 해가 어떻게 움직이냐고 내가 물으면 어머니는 이렇게 설명하시곤 했다.

"예야 해가 넘어가면 땅속으로 들어가서 다른 쪽에서 다시 나오는 거란다."
"그러면 별은요?"
"글쎄 별들은....., 으흠.
 낮에는 밖에 나가서 소들처럼 풀을 뜯지.
 그래서 보이지 않는 거야.
 밤이 되면 집에 와서 잠을 자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가 하늘 위에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단다."

어머니가 아는 것은 그게 전부였다.
어머니에게는 자연 밖에 없었다.
과학이나 기술을 어머니에게 내밀어도 어머니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월식이 있으면 어머니는 우리가 뭔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기도를 한다.
집에 가서 어머니의 초막에서 함께 지낼 때면 
나는 가끔 어머니가 밤에 일어나서 기도하는 소리를 듣는다.

"우리 아들을 집에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를 보살펴주신 것도 모두 감사드립니다.
 그러니 달을 되돌려 주시옵소서!"
"어머니. 
 제가 집으로 올 때는 비행기를 타고 오는 거예요."

나는 어머니께 말씀드린다.
어머니는 미국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아주 먼 곳에 있다는 것밖에는. 어머니는 비행기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
하늘에 떠다니는 것을 본 적은 있지만 그것은 어머니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런 어머니에게 나는 ㄸ다시 설명을 한다.

"어머니, 제가 탄 비행기가 아침 6시 30분에 떠나요.
 어머니가 소들을 데리고 나갈 때죠.
 그리고 소들이 하루 종일 밖에 있다가 집에 돌아오잖아요.
 저는 그때도 계속 공중에 있어요.
 어머니가 잘 때도 계속 비행기를 타고 있고요.
 그리고 어머니가 다음날 소를 데리고 나갈 때 그때 미국에 도착해요.
"그럼그 동안 내내 하늘에 떠 있단 말이야?"
"예."
"그럼 비행기 안에서 밥도 먹고 돌아다니기도 하니?"
'예."

그러면 어머니가 아무래도 믿기지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하신다.

"얘야, 나는 믿을 수가 없구나.
 하지만 너는 믿는다. 네가 하는 말도."

나는 자라면서 어머니와 보낸 시간이 거의 없었다.
여섯 살 때부터 기숙학교에 다녔고 
학교에 다니지 않을 때는 대개 형들이나 마을 남자들과 함께 가축 야영장에서 보냈다.
나는 남자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전통을 익히고 용맹성과 가축을 지키는 법 등을 배웠다.
하지만 여자들과 어울려본 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 문화다.
나는 일 년에 열흘 정도밖에 어머니를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 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나는 방학이 되면 케냐에 있는 집으로 가서 어머니와 2~3주 정도 함께 머문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얘기해 드리고 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어머니 입을 통해 알게 된다.

집에 갈 때마다 어머니께 드릴 선물을 가지고 간다.
대게 옷감이다.
그렇게 많이는 가져가지 않는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어머니는 개인적인 소지품이 별로 없다.
그런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나는 버지니아 주 맥클린에 있는 랭글리 학교의 교사가 되었다.
교사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항상 가능한 한 저축을 했다.
어머니께 좀 더 많은 것을 해드리고 싶어서였다.
한 학년이 끝나고 나면 여름 방학 동안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인솔해서 케냐로 갔다.
그들은 나의 고향과, 
그곳에서 내가 어떻게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를 확인하고 또 내가 살았던 초막 같은 것들도 구경한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설명을 했다.

"여기는 우리 어머니가 사시는 곳입니다.
 나의 어머니는 이런 곳에서 사세요."

그러고는 내가 어머니께 해드릴 수 있는 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여행이 끝나면 고마움의 표시로 혹은 나를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사람들은 내게 돈을 좀 주었다.
그 돈을 받으면 봉투에 넣은 다음 고무 밴드로 단단히 묶어서 내 가방 맨 밑바닥에 넣어두었다.
나는 얼마가 들었는지 확인하지도 않았다.
보고 나면 그 돈을 쓰고 싶을 것 같아서였다.
그것은 어머니에게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해드리기 위한 돈이었다.

여행이 끝난 후 나는 집으로 갔다.
그리고 르마타리온 형과 친구 몇 명, 
아는 군인들과 함께 소를 많이 키우는 에티오피아 국경 근처까지 올라갔다.
여행객들이 준 돈과 내가 모은 돈으로 나는 어머니께 드릴 소를 몇 마리 샀다.

그곳에서 파는 소는 혈통이 좋았다,
그놈들은 우리 소들보다 가뭄에 잘 견디고 젖도 많이 나왔다.
나는 그것이 어머니에게 가장 완벽한 선물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머니 뿐 아니라 우리 마을 전체를 위해서도 유익한 선물이었다.
모두들 먹을 수 있는 우유가 더 많이 생기고 
또 새로 산 소들을 우리 소들과 교미시켜서 더 나은 종자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래서 거기까지 가서 소를 샀던 거다.
어머니에게는 그 일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다.

일주일쯤 후에 소가 도착했다.
내가 소를 아침 일찍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를 했었다.
우리 고향에서 아침은 축복의 시간이라고 여긴다.
해가 뜰 무렵 나는 소들을 한 마리씩 크라알로 데리고 들어갔다.
모두 여덟 마리였다.
나는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다.

"어머니께 드릴 선물이에요.
 어머니는 제게 너무 많은 것을 해주셨어요.
 지금까지 제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어려운 결정을 내리셨고.
 평생 제 뒷바라지를 해주셨어요.
 다른 식구들이 저더러 자퇴하라고 했을 때 어머니께서는 제가 계속 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고집하셨어요.
 이 소들은 그 모든 것에 대한 보답이에요.
 오셔서 소들을 한번 보세요."

어머니는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서 계시기만 하셨다.
그러고는 그냥 천천히 가서 소들을 바라보며 쓰다듬기만 하셨다.

소들을 데리고 나가서 풀을 먹일 시간이 되었다.
새로 산 소들도 다른 소 떼와 함께 나갔다.
그날 저녁 소들이 돌아오자 어머니는 밖에 나와서 그것들을 또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날 밤 몇 번이나 잠에서 깨어나서는 소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셨다.
어머니는 소들의 이름을 지어주고 있었다.
아침에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나가서 소들의 이름을 말해 주었다.

"이놈은 아무개고 저놈은 아무개고."

어머니는 너무 행복해했다.
나는 어머니가 기뻐하실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기뻐하실 줄은 몰랐다.
이제 우리 마을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고 다닌다.

"나도 레쿠톤처럼 학교에 가서 어머니께 소를 사드릴 거야."

정말 흐뭇한 일이었다.  (p150)
※ 이 글은 <마사이 전사 레마솔라이>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조지프 레마솔라이 레쿠톤 - 마사이 전사 레마솔라이
역자 - 이혜경
황소자리 - 2004. 05. 13.

[t-23.07.10.  230708-2016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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