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쥬 이프라 - 신비로운 수의 역사」
[220401-064357]
경험으로 터득한 역법
부락에서 사람들은 지금 매우 중요한 어떤 종교의식을 치러야 할 달과 날을 다시 알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날 아침,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음을 선언한 마법사는 아주 분명한 여러 가지 몸짓을 동시적으로 펄 쳐 보임으로써
그 의식이 금일부터 정확히 여덟 번째 달의 열세 번째 날에 치러지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그가 선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일祭日이 도래하기 전에 많은 해와 달이 나타났다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
태어난 달은 먼저 가득 찼다가 완전히 비워져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내 오른손 새끼손가락에서부터 오른쪽 팔꿈치에 이르는 수만큼 거듭 다시 태어나게 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태양이 나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에서부터 입에까지 이르는 수만큼 떠올랐다가 저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함께 위대한 토템을 기리게 될 날의 태양이 떠오르는 것은 그때일 것이다."
이 부락민들은 삭망월朔望月의 연속을 표정標定할 줄 알았던 게 분명하다.
낮과 밤의 변화에 따른 매우 규칙적이고 분명한 자연현상의 문제인 까닭에 그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경험을 토대로 한 역법'이 모두 그렇듯이,
그들은 태어나는 달의 첫 번째 초승달을 관찰함으로써 삭망월 하나가 끝났음을 알아낸다.
그렇게 해서 '시간 계산'을 할 수 있게 되며,
그들의 선조들이 수 세기에 걸친 탐문과 고찰 끝에 상상해낸,
전통이 그들에게 물려준 여러 가지 구체적인 방법에 힘입어 실수 없이 지정된 날짜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마법사의 말을 들은 족장은 잘 지워지지 않는 착색 도료를 써서 그 중요한 날짜를 실수 없이 되찾아내어
확인시켜줄 몇 가지 적절한 기호를 자기 몸에 표시해둔다.
먼저 그는 오른손의 새끼손가락, 약손가락, 가운뎃손가락, 집게손가락, 엄지손가락,
그리고 손목과 팔꿈치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려 표시함으로써
그 순간 이후 달이 거듭하게 될 연속적인 출현을 일일이 기록한다.
그런 다음에는 먼저 오른손의 각 손가락과 역시 오른쪽의 손목, 팔꿈치, 어깨, 귀, 눈,
그리고 마지막으로 코와 입에 이르기까지 '작은 빗금;을 그어 표시함으로써
마지막 달이 시작되는 날부터 헤야려야 할 날짜들을 기록한다.
그리고 나서는 운명의 날을 상징하는 '큰 빗금' 하나를 왼쪽 눈 위에 그어둔다.
다음 날 해가 저물었을 때,
족장으로부터 '달을 계산하도록' 지시받은 부락민 하나가 30개의 눈금이 새겨진 뼈 하나를 손에 쥔다.
그 뼈는 부락민들이 규칙적인 연속 순서에 따라 같은 달의 날짜를 헤아려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늘 사용하는 물건이다.
그는 첫 번째 눈금 둘레에 가는 노끈을 맨다.
그다음 날이 저물었을 때 그는 또 하나의 노끈을 두 번째 눈금 둘레에 묶는데,
달이 끝날 때까지 매일 저녁 그렇게 해나간다.
끝에서 두 번째 눈금 자리에 이르렀을 때,
그는 이제 막 태양이 넘어간 지점을 향해 주의 깊은 시선으로 하늘을 살펴보고서
첫 번째 초승달의 출현이 이제 임박했음을 알아챈다.
하지만 오늘, 태어나는 태양의 모습이 아직은 하늘에서 감지되지 않는다.
다음 날 저녁, 마지막 눈금 둘레에 노끈 하나를 잡아맨 후, 그는 다시 한번 하늘을 관찰한다.
오늘 밤 하늘에서 달의 모습을 찾아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새로운 달이 시작될 때라고 결론짓는다.
그제서야 그는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작은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는데,
하나의 삭망월이 완료되었음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다음날 저녁 그는 전번과 비슷한 뼈를 하나 쥐고서 첫 번째 눈금 둘레에 노끈 하나를 잡아맨다.
그다음 날 저녁 그는 두 번째 삭망월이 완료될 때까지 그 일을 되풀이한다.
그런데 이 두 번째 달이 끝나고 나면 차후로는 새로운 달이 실제로 태어나는지 관철하기 위해
하늘을 탐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상 그의 선조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삭망월이 그가 가진 뼈의 마지막 눈금과
끝에서 두 번째 눈금에서 교대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관찰해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별로 오류를 범한 적이 없었다.
한 삭망월의 평균 지속기간은 29일 12시간 정도에 이르는 까닭이다.
결국 이런 식으로 그는 오른쪽 팔꿈치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려둔 마지막 달이 도래할 때까지
달月을 29일과 30일로 번갈아 고찰해나간다.
그리하여 족장의 몸에 그려진 동그라미만큼 자기 몸에 작은 동그라미가 그려졌음을 확인하게 되었을 때,
이제 자기의 임무가 완료되었음을 알게 된다.
'달의 계산'이 종결된 것이다.
그 후, 예정된 날짜에 이르기까지 남아 있는 시간
내지는 날짜를 '계산' 하는 일은 부락의 책임자가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앞서의 사람처럼 눈금이 새겨진 뼈에 노끈을 묶는 방식으로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신체 부위에 의거하여 그 날짜를 계산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원주민들은 족장이 여덟 번째 달의 첫 열이틀 동안,
오른손 새끼손가락에서부터 입에까지 이르는,
예전에 자기 신체에 표해두었던 2개의 작은 선 하나하나를 연속적으로 그려나간 후
그의 '왼쪽 눈'에 이르렀을 때 마침내 제전을 벌여 위대한 토템을 기리게 된다.
이와 같은 방법(이에 대한 물증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에게서 종종 발견되고 있다)은
오직 짝짓기의 각도에서만 고려된 돌 쌓기라든가 눈금 매기기와 같은
여러 초보적인 방법에서 찾아볼 수 없는 탁월함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단순히 일대일 대응 원리를 활용하는 게 아니라 대단히 중요한 '연속' 관계까지 도입하고 있다.
그 참된 의미를 미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순서의 개념이 벌써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르고 보면 '셈'을 알게 될 날도 멀지만은 않은 까닭에,
그것은 괄목할 만한 진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회교도 목동은 단순히 다음의 연도連禱를 암송함으로써 양 떼의 숫자를 헤아리곤 했다.
"세계의 스승, 알라를 찬양합니다.
너그러우시고 자비로우신 이,
급료의 날을 주재하시는 이,
저희는 당신을 찬양하고, 당신의 도움을 간구합니다.
우리를 바른길로 인도하소서,
당신이 은혜로 가득 채워준 이들의 오솔길로,
당신의 진노를 사지 않고 결코 길 잃지 않는 이들의 오솔길로, 아멘."
가축들을 '하나, 둘, 셋, 넷'과 같은, 그의 언어에서 쓰이는 어떤 말로써 헤아리는 대신
그는 위 인용구의 연속적인 단어를 발음했으며 양 한 마리가 그의 앞을 지나칠 때마다
규칙적인 순서에 따라 하나씩 새로운 단계를 밟아 나갔다.
그리하여 마지막 가축이 눈앞을 지나쳐갔을 때 그는 그것에 해당되는 단어를 뇌 깊숙이 아로새겼으며,
그 후 그 단어는 그에게 있어 양 떼의 수치상의 중요성을 상징하게 되었다.
그 목동은 매우 미신적인 사람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는 널리 알려진 속담,
즉 '누군가에 의해 헤아려진 아이들이나 양들은 늑대가 잡아먹어 버린다'라는
속담이 설명해 주는 바의 그 '수 헤아리기의 죄악'에 대한 조상 대대로의 두려움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이러한 옛 미신(프랑스에 잔존하고 있는 미신을 들 수 있다.)
은 결국 까마득한 옛날의 민간 전통이 숫자나 셈법에 대해 품고 있던(그리고 아직도 품고 있는)
망설임과 두려움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예컨대 아프리카에는 입구가 하나밖에 없는 오두막이 대부분이다.
그리하여 거기서 잠자는 사람들은 모두 경계를 해야만 하는데,
왜냐하면 그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 잠버릇이 나빠 발을 오두막 밖으로 향하는 일이 있다면,
마주치는 건 모조리 셈해버리는 것을 천분으로 하는 밖의 약령이
재빨리 그의 발가락을 셈해버리게 되고, 그러면 즉시 악령에게 끌러 가 버리는 까닭이다.
이 미신에 의한다면 숫자는 단순히 산술적인 양만을 표시하는 게 아니다.
동시에 그것은 살아 있는 인간이 알지 못하는 여러 힘과 관념을 내포하고 있다.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힘은 마치 지하로 흐르는 샘물과도 같이 보이지 않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것을 계제 나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당신과 직접적으로 관계되지 않는 요소(예컨대 다른 사람의 물건이나 존재) 라면 지장 없이
헤아릴 수 있겠지만 당신과 직접 관계되는 물건이나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에 관해서는
숫자를 입에 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실체를 명명하는 것은 곧 그것을 한정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형제나 배우자, 아이들은 물론 자기의 황소, 양,
심지어는 자신의 나이나 재산 총액에 대해서조차 숫자를 입에 담는 일은 결단코 피해야만 한다.
숫자를 입에 담으면 결과적으로 악의 정령에게 그 숫자의 숨은 힘을 깨닫게 하는 관념을 제공하게 되고
결국 헤아러진 물건 혹은 사람 들에 대해 작용할 수 있는 힘을 그에게 양도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목동은 순전히 미신 때문에 위의 암송문을 채택했는데,
그것은 가축의 숫자를 확인함과 동시에 액운을 모면하겠다는 목적에서였다.
사실 이 연도는 그에게 일종의 '계산기'로 여겨졌을 뿐 아니라 신변보호의 미덕을 지닌 것이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회교도라면 마땅히 암송해야 하고 그 규칙적인 연계 순서에 따라 틀림없이 암송해야 하는,
코란 Coran의 처음 부분인 모두 일곱 절의 '파티하(fātiḥa-- 서언)에 다름 아니다.
이 모든 종교적 내외는 미신적인 고찰과 무관하게 생각해 볼 때,
목동은 그 연도를 오늘날의 아이들이 '셈놀이'에서 사용하고 있는 노래와 어느 정도 유사하게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놀이에서 어떤 특별한 역할을 맡게 될 사람
혹은 사람들을 결정짓기 위해 상용하는 음절의 연계에 따라 그 노래를 암송한다
(그리고 그런 노래는 예전에 독일군이 죄수를 죽일 때 암송하기도 했다)
셈놀이는 대개 '하나, 둘, 셋'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세 음절 짜리 주문呪文이 둘 혹은 여럿 들어가게 되며 숫자의 처음 세 이름의 반복에 의해
종결되거나 '달아나자' 혹은 '자, 가버려'를 의미하는 하나의 문장으로 종결되기도 한다.
그들 가운데 많은 것이 전파 과정에서 형태가 변해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원래의 주문 형식을 재발견할 수 있는 것도 종종 보게 되는데
다음과 같은 유명한 노래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Am, stram, gram,
Pike, pike, kollegram,
Boure, boure, ratatam,
Am, stram, gram,
이는 아이들의 입을 통해 변형된 독일의 오랜 셈놀이의 하나로서, 내용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 둘, 셋,
날아라, 날아라, 풍뎅이야.
달려요, 달려요, 기사님.
하나, 둘, 셋."
옛 주문과 너무도 상응된다는 점에서,
셈놀이 역시 숫자에 대한 그 오랜 신비스러운 공포의 잔존물임이 분명한 듯하다.
아마 그것은 아기를 돌보는 사람들이 꾸며냈거나
미신적인 목동들이 어린아이나 가축을 액운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헤아릴 수 있는 편리한 수단으로서 고안해낸 것이기 십상이다.
숫자의 이름 없이 구두로 셈을 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써,
수년 전에 필자가 관찰한 바 있는 어느 적응불능아의 방법이 있다.
그는 자기 주변의 사물이나 존재를 '앙드레, 쟈크, 폴, 알랭, 조르쥬, 프랑소와, 제타르, 로베르'처럼
고유명사를 일정 순서에 따라 발음함으로써 헤아리는 습관이 있었다.
실인즉, 그 아이가 속한 공동 침실에서 동료인 앙드레는 언제나 첫 번째 침대를 차지했고,
쟈크가 두 번 째, 폴이 세 번째, 알랭이 네 번째라는 식으로 사영한 모양이었다,
그리하여 그 연계 순서는 그의 시각 기억에 깊이 새겨졌고 결국은 그의 머릿속에서 수치상의 순서로 변해버렸던 것이다.
마찬가지의 예로서,
어느 어린 소녀는 사탕을 주면 누구나가 잘 아는 '1월, 2월, 3월,'의 순으로 셈을 했다고 한다.
물론 그 소녀는 알파벳 순서(A.B.C.D.)에 따라 셈을 할 수도 있었다.
미리 예정된 하나의 엄격한 순서에 따르기만 한다면
일련의 단어 혹은 상징 들도 얼마든지 훌륭한 일종의 '계산기'가 될 수 있다.
위에서 거론한 신체적 지표가 바로 그와 같은 것이다.
산술의 기원 - 인체
언제나 동일한, 미리 결정된 하나의 순서에 따라 일정 수의 신체 부위를 고찰하는 습관을 갖게 되면,
그것의 연속은 습관과 기억의 힘에 의해 조만간 추상적이며 수치상의 것으로 이행하게 된다.
이때 해당 지표(특히 실제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처음의 몇몇 지표들)는 점차적으로
보다 단순한 신체 부위를 상기시켜 어떤 수의 연속에 대한 관념을 머릿속에 보다 강력하게 야기시킨다.
그리하여 그 지표는 어떤 요소, 대상, 혹은 존재에 응용될 수 있도록 그들 본래의 의미를 벗어버리는,
세계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까마득한 선조들에게 과학으로서의 수학의 본질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운명, 지워진 순서의 개념을 의식시킨 것이 바로 그것들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렇게 해서 그것들은 옛 선조들에게 점차 셈 능력을 획득하게 해주었으며
추상적인 숫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의 길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신체적 테크닉이 아니었던들,
수에 관한 우리의 방식은 아마 짝짓기의 초보적인 단계를 영원히 건너뛸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추상적 셈법의 도움을 구하게 되는 한,
인간의 여러 신체 부위는 인간의 기원을,
그 단계에서 보아
그의 정신적 진화의 가장 결정적 형태임이 분명한 소위 유인원의 기원을 상기시키게 될 것이다. (p48)
※ 이 글은 <신비로운 수의 역사>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조르쥬 이프라 - 신비로운 수의 역사
역자 - 김병욱
예하 - 2002. 09.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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