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 괴짜 경제학」
[230402-181742-3]
공개된 비밀
케네디는 어떻게 하면 이 임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을지 방법을 궁리했다.
그때 머리에 떠오른 것이 <슈퍼맨의 모험>이라는 라디오 연속극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매일 저녁 시간대에 수백만 명의 청취자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는 즉시 라디오 쇼의 프로듀서에게 접촉해 KKK에 관한 에피소드를 방송할 생각이 없는지 물었다.
프로듀서는 케네디의 아이디어를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슈퍼맨은 이제까지 몇 년 동안 히틀러와 무솔리니,
히로히토와 싸워왔는데,
전쟁이 끝난 마당이니 신선하고 참신한 적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케네디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슈퍼맨 프로듀서에게 제공해 주었다.
그는 아이크 씨와 아카이 씨에 대해 알려주었으며,
KKK의 성서인 클로란 klorane kl+koran 의 과격한 구적들을 읊어주었다.
또 마을 클래번에 소속된 KKK 간부들의 역할을 일일이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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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마을의 지부에서 전국 차원에 이르기까지
KKK의 세부적인 계급 체제에 관해서도 상세하게 그려주었다.
'고귀한 사이클롭스'와 그가 거느리는 12명의 '공포'.
'위대한 타이탄'과 그 밑의 12명의 '분노'
'그랜드 드래건' 과 아홉 명의 '히드라'
'황실 마법사' 와 그가 거느린 15명의 '지니' 등등,
케네디는 프로듀서에게 KKK의 최신 암호와 어젠다.
그리고 그가 속한 지부, 즉 '조지아 왕국 애틀랜타 지부,
네이던 베드포드 포레스트 제1클래번'에서 흘러나온 소문들에 대해 빠짐없이 알려주었다.
프로듀서는 즉시 슈퍼맨이 KKK를 물리치는 내용의 4주짜리 라디오 드라마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첫 드라마가 방송된 후,
케네디는 초조한 마음으로 다음번 집회를 기다렸다.
당연하게도, 클래번(마을 선술집)은 침울한 분위기에 젖어 들었다.
그랜드 드래건은 평소와 다름없이 집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평단원들이 소리를 지르자 다시 자리에 앉아버렸다.
단원 중 한 사람은 이런 불평을 늘어놓았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니까 내 자식놈이 다른 꼬마 녀석들과 놀고 있더군요.
어떤 녀석은 목에 망토처럼 수건을 두루고 또 어떤 애들은 갯잇을 머리에 뒤집어썼는데,
망토를 두른 녀석이, 베갯잇을 쓴 애들을 쫓아다니는 겁니다.
그래서 무슨 놀이냐고 물어보니 새로 나온 '도둑과 경찰' 놀이라고 하지 뭡니까.
이름이 '슈퍼맨 대 KKK' 라고 KKK가 나쁜 놈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우리 암호는 물론 다른 기밀들도 다 알고 있더라구요.
내 생전 이렇게 창피한 적은 처음이에요!.
언젠가 우리 애들이 내 로브를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끔찍합니다!"
그랜드 드래건은 배신자를 찾아내고야 말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건 어떡합니까?" 누군가가 말했다.
"우리의 신성한 의식이 라디오에서 꼬마애들한테 모욕당하고 있어요!" 클래드가 말했다.
"우리의 의식을 다 방송하지는 않았잖소." 그랜드 드래건이 말했다.
"방송에 안 나온 건 방송할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겠죠" 클래드가 말했다.
그랜드 드래건은 지금 당장 암구호를 바꿀 것을 제안했다.
'붉은 피' 에서 '배신자에게 죽음을!' 로
그날 집회가 끝난 후,
케네디는 슈퍼맨 프로듀서에게 전화를 걸어 새로운 암호를 알려주었고,
그 다음 주에 그 암호를 방송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 주, KKK의 집회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가입 신청률은 제로(0)로 떨어졌다.
편견과 싸우기 위해 케네디가 고안해낸 모든 아이디어 가운데
이 슈퍼맨 운동이야말로 가장 간단하고 현명한, 그리고 가장 생산적인 것이었다.
그는 정확히 그가 바라던 결과를 얻었다.
KKK의 비밀주의를 오히려 무기로 이용함으로써,
그들의 소중한 지식을 조롱거리로 만들었던 것이다.
얼마 전까지 수백만 명의 단원을 자랑하던 KKK는 곧 그 힘을 잃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비록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을 터였지만
KKK는 분명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대접을 받게 되었다.
<불의 십자가/미국의 큐클랙스클랜 The Ku Klux Klan in America> 의 저자인 역사학자
윈 크레이그 웨이드 Wyn Craig Wade 는
스테트슨 케네디를 가리켜 '전후 북부에서 KKK의 부활을 막은 가장 중요한 단일 요인'이라 불렸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것은 케네디가 용감해서,
혹은 의연하고 침착한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인물이었지만, 그것은 케네디의 인성 때문이 아니라
그가 정보의 순수한 힘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KKK는 정치가나 부동산 중개업자,
주식 중개인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지닌 폐쇄적인 정보 덕분에 강력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였다.
그리고 그 정보가 잘못된 손에 넘어감으로써 그들은 강점이자 특권을 잃어버린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
1990년대 후반, 정기생명보험의 가격이 미침 듯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일종의 불가사의한 사건으로 치부되었다.
가격 하락을 부추긴 원인을 도저히 찾아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주택보험 등의 가격에는 커다란 변동이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원인은 인터넷이었다.
1996년 봄,
guotesmith.com을 비롯해 몇 개의 웹 사이트가 서로 다른 수십 개의 보험회사에서 판매하는
정기보험의 가격을 몇 초 안에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른 종류의 보험과 달리 대부분의 정기보험 약관은 회사마다 별 차이가 없다.
어딜 가나 '30년 후 100만 달러 보장'등의 판에 박힌 조건이다.
따라서 정기보험의 경우 고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었다.
그런데 이전까지 복잡할 뿐만 아니라 많은 시간을 잡아먹던,
값싼 상품을 찾는 절차가 갑자기 극도로 단순해진 것이다.
사이트에 접속만 하면 금세가장 저렴한 상품을 찾을 수 있게 됨에 따라,
비싼 상품을 내놓은 회사들은 서둘러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제 고객들이 정기보험에 들이는 비용은 연간 10억 달러나 감소되었다.
이 사이트들이 단지 가격만을 명시한다는 데 주목하자.
그들은 보험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이 취급하는 것은 보험이 아니다.
스테트슨 케네디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정보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물론 KKK의 정보를 노출시키는 것과
어떤 회사의 보험 상품이 보험료가 가장 높은지 공개하는 행위에는 차이가 있다.
KKK는 비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울타리 밖의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했으나,
보험 가격은 각각의 비교가 어렵기는 해도 이미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정보의 유출이 그 힘을 약화시켰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대법원장 루이스 D. 브랜다이스 Louis D. Brandeis 는 '햇빛이랴말로최고의 살균제'라고 기술한 바 있다.
정보는 봉화이자, 몽둥이이자, 올리브 가지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점이다.
정보의 힘은 너무나도 강력하여 그 정보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정이나 추측만으로 무서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출시된 지 하루밖에 안 된 자동차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자동차 인생에서 최악의 날은 누군가에게 팔려 주차장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 자동차의 가치는, 즉시 출고가의 4분의 3으로 떨어진다.
말도 안 된다고?
하지만 당신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방금 2만 달러를 주고 산 차는 1만 5.000천 달러 이상으로 되 팔 수 없다.
왜? 왜냐하면 논리적으로 생각해볼 때,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자동차를 다시 팔려는 이유는 그 차가 불량품인 경우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록 그 자동차가 불량품이 아니라 할지라도 잠재 구매자는 차에 문제가 있다고 추측할 것이다.
그는 판매자가 자신이 모르는 어떠한 정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판매자는 그 정보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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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보를 거래할 때,
흔히 특정 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더욱 유용하고 훌륭한 정보를 지니는 경우가 있다.
이는 경제학자들의 용어를 빌리자면 ‘정보의 비대칭’이라 불린다.
우리는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자본주의의 진리를 인정한다.
그러나 인터넷의 출현으로 인해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은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되었다.
정보는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통화 수단이다.
인터넷은 일종의 매개체로서,
정보를 가진 자의 손에서 갖지 못한 이들에게 전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정기생명보험의 가격처럼 때로 정보는 단편적인 파편으로 존재하곤 하는데,
이런 경우 인터넷은 흩어져 있는 바늘조각을 찾기 위해
끝없는 건초더미의 바다를 휘젓는 커다란 자석이라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은 전문가가 정보 비대칭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황에 부딪쳤을 때 더욱 값지게 작용한다.
그들이 자신만의 전유물인 정보의 우위를 이용해
우리를 어리석고 성급하고 저급하고 비참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상황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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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들이 자신이 아는 정보를 이용해 당신에게 손해를 입힌다고 생각하는가?
불행히도, 당신 생각이 옳다.
전문가들은 그들이 아는 정보를 당신이 모른다는 사실에 기대고 있는 족속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설혹 당신이 정보를 가지고 있더라도
너무나 혼란스러워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허둥댈 거라고 가정하며,
당신이 자신들의 전문성에 감탄한 나머지 감히 저항하거나 대들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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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로 무장한 전문가들은 어마어마한 무언의 지레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바로 공포심이다.
혈관형성술을 받지 않으면 어느 날 아침 당신의 자녀가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져 죽여 있는 당신을 발견하지도 모른다는 공포,
싸구려 관을 쓰면 할머니가 저 아래서 편히 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5만 달러짜리 자동차라면 그 어떤 외부 압력에도 끄떡없는
강철 보호막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감싸 지켜주겠지만
2만 5.000달러짜리 자동차는 장난감처럼 산산조각 날지도 모른다는 공포말이다.
상업 전문가들이 조성한 공포는 KKK 같은 테러리스트들이 조성하는 것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 원칙만큼은 동일하다. (p99)
※ 이 글은 <괴짜 경제학>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 괴짜 경제학
역자 - 안진환
웅진지식하우스 - 2007. 0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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