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레빗 외-괴짜 경제학2-1/KKK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부분이 닮았을까?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 괴짜 경제학]

[230330-155241]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부분이 닮았을까?
큐클럭스클랜 Ku Klux Klan은 창립 이후 매우 굴곡이 심한 길을 걸어왔다. 
이 단체는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 남부 동맹군으로 참전했던 
여섯 명의 젊은이들에 의해 테네시 주 펄래스키에서 창설되었는데, 그 중 네 명이 전도 유망한 신진 변호사였다.
처음에 KKK는 그저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의 모임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이름이 '큐클럭스 KuKlux'였다.
이 단어는 '서클 circle'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쿠클로스 Kuklos'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 클랜 klan 을 덧붙였는데,  이는 여섯 명이 모두 스코틀랜드-아일랜드 혈통이었기 때문이다.

결성 초기에 그들의 활동은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장난질 같은 것으로,
기껏해야 한밤중에 하얀 침대보를 둘러쓰고 머리에 베갯잇을 뒤집어쓴 채 말을 타고 시골길을 달리는 정도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KKK는 주 경계를 넘어 세가 확장되었고, 
해방노예들에게 겁을 주거나 심지어 살해를 저지르는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변모했다.

KKK의 지부 리더 가운데는 전 남부 연맹군 장군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그들의 가장 든든하고 믿음직한 후원자는 '남부재건 Reconstruction'을 경제적, 
정치적 악몽으로 받아들이던 남부의 대규모 농장 소유주들이었다.
1872년, 율리시스 S. 그랜트 대통령은 하원에서 KKK단의 진정한 목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들의 목적은 폭력과 공포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과 관점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정치적 활동을 방해하고,
 유색인 시민들에게 무기 소유의 권리와 투표권 을 박탈하고, 
 유색인의 교육을 탄압하고,
 유색인의 삶을 노예 시절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KKK가 초기에 사용한 방법은 
전단지 유포, 집단 린치, 저격, 방화, 거세, 채찍질 등 수천 가지의 협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주요 대상은 해방된 노예들과 흑인들의 권리신장을 위해 애쓰는 백인들이었다.
그러나 10년도 지나지 않아 워싱턴 정부의 법적, 군사적 조치에 따라 KKK는 거의 소멸할 지경까지 이른다.

그러나 비록 KKK가 패배했다 하더라도,
그들의 목적은 짐 크로 법 Jim Crow laws 을 통해 달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남부재건 기간 동안 흑인들의 법적, 사회적, 경제적 자유를 위해 신속하게 수많은 법안을 상정했던 의회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재빨리 그 법안들을 철회하기 시작했다.
연방정부는 남부에서 군대를 철수시킴으로써 백인들이 주도하는 재건을 허용했고,
미 대법원은 플레시 대 퍼거슨 사건 Plessy v. Ferguson 에서 
대대적이고 노골적인 인종차별 법안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동안 미국 사회에서 사라진 듯 보이던 KKK는 1915년 즈음부터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그들이 다시 힘을 얻은 데에는 D.W. 그리피스 D.W. Griffith가 만든 영화 
<국가의 탄생 The Birth of a Nation>의 힘이 컸다.

그리피스는 KKK를 '백인 문화를 수호하는 성스러운 십자군' 으로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역사에서 가장 고귀하고 소중한 힘이라고까지 일컫었다.
영화는 한 저명한 역사학자의 저서 <미국인의 역사> 에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인용한다.

- 드디어 위대한 큐클럭스클랜이 탄생하나니,
  남부 국가들을 수호하기 위한 진정한 남부의 제국이여!.

이 책의 저자는 후에 미국 대통령까지 역임한 우드로 월슨 Woodrow Wilson 으로
한때 프린스턴 대학의 학장이기도 했다.

1920년대,
다시 부활한 KKK의 단원 수는 자그마치 800만 명에 이르렀으며 
여기에는 대통령 워런 G 하딩 Warren G. Harding도 포함되었다.
그는 심지어 백악관의 '그린 룸'에서 KKK 입단 서약식을 치렀다고 한다.

이 시기에 KKK는 미국 남부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으로 세력을 넓혀나갔고,
흑인뿐만 아니라 가톨릭교도, 유대인, 공산주의자, 연방주의자, 이민자, 정치운동가, 
그리고 자신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이를 대상으로 그 활동 범위를 확장했다.

1993년 독일에서 히틀러가 강력한 세력으로 떠오르자, 
당대의 인기 작가이자 배우였던 윌 로저스 Will Rogers는 유럽을 위협하는 새로운 세력과 
KKK를 비교하는 최초의 발언을 한다.

"신문들은 다들 히틀러가 무솔리니를 모방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히틀러가 모방하고 있는 것은 바로 큐클럭스클랜이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KKK 내부에서 몇몇 스캔들이 발생하자,
KKK의 평판은 다시금 바닥으로 추락한다.
특히 국민들의 일치단결을 부르짖는 전시 상항에서 그들이 표방하는 분리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시 부활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전시의 절박함이 전후의 불안감에 자리를 내준 것이다.
일본이 백기를 든 지 두 달 후,
KKK 애틀랜타 지부는 로버트 E. 리 장군(남북전쟁 당시 남군 지휘관)의 조각이 새겨진 
스톤 마운틴에서 100미터짜리 십자가를 불태우는 의식을 치른다.
이 거대한 십자가 화형식은, 후에 한 KKK단원의 표현에 의하면 
'전쟁이 끝나고 KKK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깜둥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경고'였다.

애틀랜타는 이미 KKK의 근거지가 되어 있었다. 
KKK는 조지아 주의 주요 정치인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고, 
심지어 조지아의 수많은 경찰관, 부副 보안관들조차 KKK에 속해 있었다. 
그렇다. 
KKK는 암호와 망토, 단도 뒤에 숨어 책략을 즐기는 비밀조직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진정한 힘은 대중에게 심어주는 공포심에 있었다. 
KKK와 사법당국이 공모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에 속했기에 더욱더 그랬다.

 

KKK단에 잠입하다.
애틀랜타 KKK의 용어를 빌리자면,
'보이지 않는 KKK 제국의 수도는 스테트슨 케네디 Stetson Kennedy 의 고향이기도 했다. 
이 30세 청년은 KKK의 정통 핏줄을 타고 났지만, 기질과 사고방식은 그들과 정반대였다.
그는 남부 명문가 태생으로 그의 조상 중 두 명은 독립 선언서에 서명했고,
한 명은 남부 연맹군 장교였으며,
플로이다 주의 스테트슨 대학은 그의 조상이자 명성 높은 모자 화사 설립자 존 B. 스테트슨의 이름을 딴 것이다.

스테트슨 케네디는 플로이다 잭슨빌 에 있는 방 열 네 개짜리 저택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삼촌 브래디는 KKK단원이었다.
그러나 스테트슨 케네디가 처음으로 KKK의 존재를 실감한 것은 
그를 거의 키워주다시피 한 흑인 하녀 플로가 KKK에 의해 나무에 묶여 구타당한 후 

강간당한 모습으로 발견되었을 때였다. 
그녀의 죄목은 거스름 돈을 주지 않는 백인 전차 운전기사에게 대들었다는 것이었다. 

케네디는 2차 대전에 참전하지 못했기에 가정에서나마 국가를 수호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기에 조국의 가장 거대하고 악랄한 적수는 바로 편협한 차별과 편견이었다.
그는 '반차별 특사' 로 자칭하며 반차별주의 기사를 쓰고 책을 저술했으며,
우디 거스리 Woody Guthrie, 리처드 라이트 Richard Wright, 등과 친분을 쌓았다.
또한 다른 많은 진보주의자와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는데,
장 폴 사르트르 Jean Paul Sartre는 그의 저서를 프랑스에서 발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케네디는 글을 쓰는 것만으로는 편안함이나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집 안에 틀어박혀 책상 앞에 줄곧 앉아 있기보다는 
차라리 밖으로 뛰어나가 낚시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시골 젊은이였다.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했다.
케네디는 편견 타파를 위해 결성한 반인종주의연맹 Anti-Defamation League ADL. 에서
유일한 이교도 회원이었으며,
전국에서 가장 큰 흑인 신문사 <피츠버그 쿠리어pittsburgh courier>에서 유일한 백인 필자이기도 했다.

케네디가 이러한 활동에 뛰어든 것은 모든 종류의 편협과 무지,
의사표현의 억압 그리고 협박 등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 KKK는 이러한 불합리성을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게 과시하는 단체였다.
케네디는 KKK를 백인 기득권층이 활용하는 테러용 무기라고 생각했다.
KKK는 여러 면에서 그에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안겨주었다. 

먼저 KKK는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지도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대중은 두려움에 떨고 있어 감히 그들에게 대항하지 못했으며,
얼마 되지도 않는 반편견 단체들은 그 힘이 미약할 뿐만 아니라 KKK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다.

후에 케네디가 밝혔듯,
특히 그는 이제까지 KKK에 대해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다는 데 대해 답답함을 느꼈다. 
'이제까지 KKK를 다룬 거의 모든 글은 사설에 불과할 뿐, 폭로기사가 아니다.
 필자들이 KKK를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잘 알겠다.
 하지만 그들은 KKK의 내부 사정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

그리하여 케네디는 큐클럭스클랜에 직접 잠입하여 그들의 실태를 알아내기로 결심한다.
그는 애틀랜타에서, 그의 표현에 따르면 

"잔인하고 욕구불만으로 가득한 KKK단원의 분위기를 풍기는 단골손님들이 그득한"
술집들을 어슬렁거리며 기회를 물색하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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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그는 스톤 마운틴 꼭대기에서 열리는 야간 집회에 참석해 입단 서약식을 치렀다.
케네디는 매주 집회에 참석했으며, 
집회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달려와 스스로 개발한 암호와 속기법을 이용해 그날 보고 들은 것들을 모두 기록했다. 
그는 KKK의 각 지역 및 지부별 지도자들의 이름을 알아냈고, 
그들의 계급체제와 의전 및 의식, 비밀 언어 등을 파악했다. 

단어들의 앞부분을 'KI' 이라는 접두사로 바꾸는 게 그들의 관례였다.
즉 KKK단원은 일반인들과 달리,
마을 클래번 (KIravern KI + tavern 선술집)에서 
클런버세이션 ( KIonversation KI + Conversation) 대화를 나누었다.

예를 들어 KKK 단원끼리 몰래 나누는 비밀 악수법은 
손목에 힘을 빼고 낚시줄을 던지듯 가볍게 왼손을 흔드는 것이었다. 
여행중인 KKK 단원이 낮선 마을에서 동료단원을 찾을 때면 '아야크 씨를 아시나요?'라고 물었다.
'아야크 Ayak'는 '당신은 KKK 단원입니까 Are you a Klansman?'의 암호였다.
그런 질문을 던져놓고 기대하는 답변은 
'예, 그리고 전 아카이 씨도 압니다' 였다.
아카이 Akai는 '나는 KKK단원입니다 A Klansman Am l'를 뜻했다.

얼마 후 케네디는 클라발리에 (Klavalier Kl + Cavalier. 기사단)에 들어오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클라발리에는 KKK단의 비밀경찰이자 일면 '채짝잘 부대' 였다.
이 특권에 대한 대가로 그는 손목에 잭크나이프로 상처를 내어 피의 서약을 했다.

"형제여.
 당신은 하느님과 악마의 이름을 걸고 당신이 KKK의 클라발리에라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누설치 않을 것을  엄숙하게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케네디가 대답했다.
"언제나 좋은 총과 충분한 탄약을 가지고 다니며
 검둥이가 말썽을 일으키면 주저 없이 벌집으로 마들어버릴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우리 백인들의 출생률을 신장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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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40년대의 KKK가 폭력을 수단으로 삼는 조직이 아니었다.
그들은 대체 어떤 존재였을까?
케네디는 KKK가 일종의 남성 전용 사교클럽이며,
그들 중 대부분이 교육 수준과 사회적 지위가 낮고 무언가 감정을 해소할 분출구와 
때때로 밖에서 밤을 지새울 만한 구실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집회는 대부분 사이비 찬송가나 서약, 성서에 대한 찬미로 구성되었으며,
이 모두 외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일급비밀로 지정되었다.

케네디는 또한 이들은 교묘하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음을 눈치 챘다.
적어도 조직의 최상단에 위치한 이들은 그랬다.
KKK의 지도자는 수많은 수입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회비를 내는 수천 명의 평단원과 자신의 신변 보호를 위해서나 노동조합원을 쫓아내기 위해 
KKK를 고용하는 사업자 등등, 돈이 들어올 곳은 많았다.
또 KKK는 기부금만으로도 엄청난 현금을 긁어 모을 수 있었고,
때로는 총포 밀수나 밀조를 통해 돈을 벌었다.

KKK단원으로서 몇 주의 시간을 보내자 케네디는 자신의 능력이 미치는 한 
KKK에 커다란 타격을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KKK가 노동조합 분쇄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때는 
조합에 소속되어 있는 친구에게 정보를 흘려주었으며,
KKK 타도를 외치는 조지아 주 검찰총장보에게 끊임없이 KKK에 관한 정보를 전달했다.
또한 KKK의 법인 허가서를 꼼꼼히 조사한 후, 
조지아 주의 주지사에게 그들의 허가서를 취소해야 한다는 편지를 써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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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열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했던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KKK의 규모와 영향력은 엄청난 수준이었기에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는 듯한 심정이었다.
케네디는 절망했다.

그러다 그 캄캄한 절망 속에 한 가닥 빛줄기가 비쳐들었다. 
어느 날 그는 꼬마들 한 무리가 바보 같은 비밀 암호를 주고 받으며 스파이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아이들의 암호놀이는 그에게 KKK를 연상시켰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KKK의 암호와 다른 비밀들을 전국의 모든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어떻게 될까?
비밀 조직을 붕괴시키는 방법으로 그들의 가장 소중한 비밀을 세상에서 가장 유치한 것으로, 
아울러 공개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처럼 좋은 게 또 어디 있겠는가?
우연의 일치지만, 영화 <국가의 탄생>에서 전 남부 연맹군 병사는 백인 아이들이 
흑인 아이들을 놀래주기 위해 침대시트를 뒤집어 쓴 모습을 보고 KKK를 생각해낸다.  (p90)
 ※ 이 글은 <괴짜 경제학>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 괴짜 경제학
역자 - 안진환 
웅진지식하우스 -  2007. 0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