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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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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석-원더랜드/여는 말

by 탄천사랑 2023. 1. 21.

「남궁 석 - 원더랜드」

[230120-164447]




19세기  전반, 
무기를 앞세운 서유럽 산업화의 물결은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태평양으로 진출했다.
이 격동적인 물결에 아프리카 대륙과 인도 고원이 넘어가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휩쓸린다.
그 소용돌이 속에 중국과 조선,  그리고 일본이 끼여 있었다.

그 물결에 휘말려 쓰러지느냐  그 물결을 헤치고 대양으로 나아가느냐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별 국가의 몫이었다.
불행히도 아시아 여러 나라는 그 물결에 연악한 풀잎처럼 간단히 쓰러져갔다.

그로부터 2백 년이 흐른 21세기 전반,
산업화의 물결보다 훨씬 더 강한 지식 정보화의 물결이 밀려들고 있다.
그 새로운 문명의 물결은 인터넷이라는 통로를 통해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를 넘나들며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스며들듯 몰려든다.
한국은 다행하게도 그 물결의 선두 대열에 속해 있다.
2백 년 전,  지구 저쪽에서 몰려오는 산업화의 물결을 감지하지 못했던 때와는 달리 
일찍부터 지식 정보화의 물결을 예측하여 대비했고 이제는 발끝을 쭉 뻩으면서 앞서 달려나가고 있다. 

산업 사회에서 그 힘의 원천은 에너지라 할 수 있다.
더 강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나무와 숲, 
석탄과 석유를 포함한 화석 연료에서 마침내 원자력까지 동원했다.
이 시기를 아톰atom의 시기라고 말한다.
이와는 달리 지식 정보화 사회의 엔진은 컴퓨터와 통신, 그리고 소프트웨어가 융합된 정보기술IT이다.
정보기술의 핵에 0과 1이라는 두 개의 디지트ligit가 있고, 이것을 비트BlT라 부른다.
우리는 지금 아톰의 시대에서 비트의 시대로 옮겨가는 중이다.
비트는 컴퓨터와 통신의 연산 능력 - 기억 용량 - 속도를 재는 기초 단위인 동시에 글과 그림,
그래픽과 영상을 분해하고 조합하는 기본 단위이며 소프트웨어는 이들의 조합을 연주하는 다양한 명령체계다.

지금 인류는 디지털이 주도하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우주가 둘인 세계, 
밤이 없는 세계, 
빛의 속도로 일할 수 있는 세계,
다수의 사람이 다수의 사람과 동시 대화할 수 있는 세계,
수천 개의 TV 채널을 가진 세계, 
자동차 한 대를 4초 대에 만들어내는 능률의 세계로 이전하고 있다.
동시에 그 능률의 세계를 실은 격류를 타고 지식과 문화의 콘텐츠가 빛의 속도로 흐르고 있다.
이 격류에 한국인 특유의 혼을 실어야 한다.
디지털의 능률과 한국인의 야성과 정열을 융합시킬 수만 있다면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를 바짝 앞당길 수 있다.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것은 인간의 오래된 덕목이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힘을 들이지 않는 디지털 방식의 노동이 
땀을 흘리며 힘들게 일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기업과 국가의 운영 방법도 그렇다.
디지털 세계의 특성은 넓고 개방적이며 투명하고 간결하며 균등하다.

디지털 사회가 인류의 행복을 보장할 만큼 필수불가결하고 충분한 조건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사회로 이전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의 먹이가 되어버릴 확률은 아주 높다.
근대에 있어서 일찍 산업 사회로 이전한 나라에 의해 
농경 사회에 안주해 있던 여러 나라가 먹이가 되어버렸던 역사적 사실과 같다.

디지털 사회로 향한 이동은 단순히 행복을 위한 여정이 아니라 
21 세기에서의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며 동시에 좋은 기회다.
이에 겉맞는 국가 미래의 청사진Tobe Model을 설계한 뒤에 그에 따라 전진해 나간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우리의 삶과 사회를 '꿈의 나라Wonderland'로 변모시킬 수 있을 것이다.   (p11)
※ 이 글은 <원더랜드>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남궁 석 - 원더랜드
(주)랜덤하우스중앙 - 2006. 0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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