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상 - 북한문학의현상(농민소설/한윤-씨앗)」
[230130-173438]
그와의 사랑은 어디까지나 농촌테제관철에 다소나마 이바지하려는 숭고한 지향만을 안고
육종을 진행해오는 과정에 맺어진 것이 아닌가.
한마디로 말하면 현대화되고 과학화된 달뫼재의 래일에 숭고한 리상과 꿈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과정에서 이루어진 사랑이 아닌가?
그러나 두사람의 사랑에서 육종이라는 이 리상을 빼버리면 무엇이 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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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아름다운 것이며 그것은 쌍방을 비할바 없이 고상한 세계에로 승화시킨다.
그러나 그것은 서로의 리상과 지향이 일치할 때만이 가능하다.
그렇지 못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없으며 한갖 거짓에 불과하다.
농업전문대학 졸업생 차수웅은 농촌테제를 관철하기 위해 앙양된 열의로 충만되어 있는 농자원들의 분위기에 고무되어
전문가도 성공하기 어려운 잡종교합을 통해 다수확벼품종을 개발하여 식량증산을 이룩하려는
숭고한 이상과 꿈을 가진 청년으로 같은 달뫼재 고향처녀인 강초애와 로맨스에 빠진다.
하지만 도농촌경제간부학교에 공부하러 도회지로 떠난 강초애가 도시의 편안한 삶에 젖어 바뀌게 된 실용적인 인생관으로
자신의 육종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절교 서신까지 보내자 그녀를 잊기로 결심을 하고 시험포전일에만 몰두한다.
결국 강초애는 안락한 도회지 삶을 동경하여 농업과학원 작물연구원 연구사인 과학자 김시현과 결혼하게 되고
차수웅은 실연의 아품을 겪는다.
하지만 도회지에서 대학을 마치고도 낙후된 농촌의 유아교육을 위해 고향의 유치원교양원을 선택한 작업반장 양리택의
여동생 양희연의 고상하고 아름다운 순수성에 빠져 그녀와 사랑을 하게 되고
결국은 벼품종 교잡에 성공하고 결혼하여 행복을 찾게 된다는 것이 <씨앗>의 기본 줄거리이다.
이 작품에서 '사랑'이란
1. 서로의 이상과 지향이 일치할 때 아름다운 것이며,
그것은 쌍방을 고상한 세계로 승화시킨다고 사랑의 묘약에 대한 개념정의를 내리고 있고.
2. 개인적 이해와 민족의 운명과 관련된 창조적 노력투쟁과 상충될 때는 북한 청년들은 혼쾌히
후자쪽을 택해야 하며 그것을 자주적 주체적 인간형의 애정관이라고 미화시키고 있으며.
3. 사랑은 작품의 생명을 규정하는 생활의 사상적 알맹이인 <종자> 에 해당하므로
사상의 철학적 심오성을 담아야 하는데,
그것은 참된 삶의 보람과 행복이라는 인간이 자기의 운명을 개척하고 훌륭한 생활에 대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주체적 애정관을 강조하고 있다.
4. 농민소설 내지 농촌소설에서 주인공의 사랑은
자기 조국과 향토를 사랑하는 넋에서 출발해야 함을 내세움으로써
농촌처녀들에 의한 도회지적 삶의 속물성과 추악성에 대한 동경을 경계하고 있다.
북한문학에서의 이러한 '주체적 애정관'의 강조는
다음과 같이 부르주아 문학예술에서의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애정관과 행복관을 비판하는 대목에서
분명하게 대립적으로 그 차별성이 드러나며,
<씨앗>에서 강초애의 배반을 비판하는 다음과 같은 장면에서도 구체적으로 설명되고 있다.
'참된 생활이란 사회가 베풀어주는 혜택을 선물로 알고 그것을 누리는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힘과 지혜로써 사회의 리익을 위해 더 많은 것을 바치는 말, 그대로의 창조에 있다.'
이것은 수웅동무의 심장속에 심어진 삶의 씨앗이었다.
그 씨앗이 움트고 자라 오늘 드디여 커다란 열매를 확고히 약속해줌으로써 그는 자기의 삶을 훌륭히 장식하였다.
그런데 초애,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
나라의 혜택으로 유치원에서부터 중학교 그리고 누구에게나 다 쉽게 차례안지는 도농업경제간부학교까지 나오고도
사회와 집단을 위해 무엇인가 이바지할 대신 일신의 향락과 행복만을 바라지 않았던가?
바로 그 때문에 수웅의 꿈을 리해하려 하지 않았을뿐 아니라 그를 배반까지 했다. (p357)
※ 이 글은 <북한문학의현상>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박태상 - 북한문학의현상,
깊은샘 - 2002. 0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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