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학 -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질문하라"
이것이 오천 년 유대 교육의 비밀이다. - 마빈 터 케이어.
프롤로그
무엇이 그들을 슈퍼인재로 만드는가?
어느 날 하늘나라에서 모세, 예수, 마르크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등 유대인 다섯 명이 모여 토론을 했다.
'인간의 행동을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였다.
먼저 모세가 엄숙한 얼굴로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이성"이라고 단언했다.
그러자 예수가 "그게 아니고 사랑"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마르크스가 손을 저으며 "모든 것은 밥통, 즉 경제가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그때 프로이트가 끼어들며 "인간의 행동을 규정하는 본질은 성 性"이라고 반박했다.
논쟁이 길어지자 조용히 앉아 있던 아인슈타인이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는 말로 토론을 마무리 지었다.
어느 학자는 '유대인이 없었다면 현대 문명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더니,
이 우스갯소리에는 세계를 만든 것은 유대인이라는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다.
미국 최대의 시사주간지 <US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는
'천재들의 비밀(20세기를 조각한 3명의 위인)'이라는 제목으로 특별 호를 내놓은 적이 있다.
표지를 장식한 3명의 위인은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그리고 마르크스였다.
아인슈타인은 공간, 시간, 중력에 관한 사고로 '뉴턴 물리학'을 뛰어넘은 현대 과학의 선구자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를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한 과학적 사회주의의 창시자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
인간의 자아나 의식이 어떻게 가능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공헌을 했다.
인류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저 인물들이 공교롭게 모두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이처럼 막강한 유대인 파워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금융 재벌 로스차일드, 석유재벌 록펠러, 투자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린 앨런 그린스펀,
프랑스의 자동차 왕 앙드레 시트로앵,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 첼시를 인수한 러시아의 석유재벌
아브라모비치,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 허쉬 초콜릿의 창업자 밀턴 허쉬,
던킨 도너츠의 창업자 윌리엄 어바인 라빈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발머,
오라클의 창업자 래리 엘리슨,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미국 최초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 노벨평화상을 받은 외교관 헨리 키신저,
'퓰리처상'을 만든 조셉 퓰리처, '신 빼고는 모두 인터뷰한다'라는 전설적인 앵커 래리 킹,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 작곡자 조지 거슈인,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작가 앙드레 지드와 프루스트,
화가 샤갈과 모딜리아니와 피카소, '구겐하임 미술관'을 세우고 운영한 솔로몬 구겐하임과 페기 구겐하임,
시인 하이네,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아서 밀러, 할리우드를 개척한 희극배우 채플린,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우디 앨런...
정치, 경제, 언론, 문화 등 전 영역에 걸쳐서 유대인들의 파워는 그물망처럼 우리를 포위하고 있다.
독보적인 활약상 때문인지 유대인의 성공을 닮고 싶어 하는 한편으로는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미국에서 '유대한 변호사'라고 하면 '자기 이익만을 챙기는 이기적인 법률가'를 뜻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대인 고리대금 업자 샤일록도 피도 눈물도 없이 돈만 아는 냉혈한으로 그려졌다.
또 다른 부정적 이미지는
지나친 선민의식 選民意識 탓에 타민족을 배척하고 자기들끼리만 폐쇄적으로 생활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유력 정치인들을 포섭해서 중동 평화를 위협하는 호전적인 세력이라는 이미지 또한 강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유대인들이 강한 민족적 긍지로 세계적으로 뛰어난 인재들을 수없이 배출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믿기지 않는 유대인들의 성공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머리가 타고난 민족이 틀림없을 것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유대민족의 지능지수 lQ가 다른 민족보다 높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이 2002년 세계 185 개 나라 국민들의 lQ를 조사한 결과,
이스라엘 국민들의 평균 lQ는 95 (26위)로 한국 (106, 2위)이나 미국 (98. 19위) 보다 낮았다.
실리콘밸리의 유대인 국제변호사 앤드루 서터도 유대인의 성공 법칙을 담은 책 <더 룰 (The Rule)>에서
"유대인의 성공 비결을 유전자나 생물학적인 특성이라고 간주하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유대인 성공의 진짜 비밀은 무엇인가?
바로 교육이다.
유대인의 우수성은 그들의 독특한 교육법에 기인한다.
독특하다고 했지만, 어찌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평범한 내용들이다.
유대인 교육의 핵심은 지식 교육과 인성교육의 균형, 즉 흔히 말하는 전인교육 全人敎育이기 때문이다.
그걸 누가 모르느냐고 하겠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유대인들은 전인교육을 실제로 일상생활의 규범으로 실천한다.
'자녀교육은 신에 대한 의무'라는 종교적 열정이 더해지면서 더 강제성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라면 한국도 지지 않는다.
한국인과 유대인의 교육열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막상막하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 교육을 위해 목숨을 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리를 해서라도 자녀를 좋은 학교나 학원에 보내려고 하기 때문에,
유명 학원들이 몰려 있는 대치동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아내와 아이들은 해외 학교로 가고 아빠는 국내에서 홀로 생활하는 기러기 가정의 증가 추세도 가파르다.
유대인 부모들도 유사하다.
미국에서 유대인 밀집 지역은 '좋은 학군'이 형성되면서 집값이 비싸진다.
'쥬이시 맘 Jewish Mom'은 '교육열 높은 부모'를 부르는 숙어가 되었다.
그런데 교육 성취도를 놓고 보면 유대민족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은 세계 인구의 0.25 퍼센트 (약 1.700만 명)에 불과하지만,
역대 노벨상 개인 (조직 및 단체 제외) 수상자의 22퍼센트를 점한다.
인터넷 사이트 '유대인 정보 http://www.jinfo.org
에 따르면 1901년부터 2009년까지 유대인 노벨상 수상자는 180명으로, 개인 수상자 5명 중 1명꼴이다.
게다가 2004~2007년의 유대인 수상자 비율은 33퍼센트까지 올라간다.
인구 비례로 따지면 다른 민족의 몇 백 배 수준이다.
또한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의 4분의 1, 미국 억만장자의 40퍼센트가 유대인이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세계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다가도 대학만 가면 학습 경쟁력이 곤두박질한다.
재미동포 김승기 박사의 미 콜럼비아대 박사 논문 (한인 명문대생 연구)에 따르면,
미국 명문대에 입학한 한국인 학생 가운데 44퍼센트가 중도 탈락한다.
1985년부터 2007년까지 하버드와 예일, 코넬, 콜롬비아, 스탠 버드, UC 버클리 등
14 개 명문대에 입학한 한국인 학생 1.400명을 분석한 결과다.
유대인 학생 중퇴율 12.5퍼센트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김 박사가 같은 기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에 재직하는 한국계 간부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인은 전체의 0.3퍼센트인데 비해 유대인은 41.5퍼센트나 된다.
(인도계 10퍼센트, 중국계 5퍼센트)
미국 유학생 중 한국인 비율이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많지만,
미국 기업에 취직해 역량을 인정받는 비율은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쯤 되면 한국의 부모들은 울고 싶은 심정이 된다.
지금처럼 뒷바라지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는데 무엇을 어떻게 더 하라는 것인가?
'더' 하는 게 아니라 '다르게' 해야 한다.
'많이' 시킬 게 아니라 '제대로' 시켜야 한다.
'지식 암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전인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유대인 부모들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대인 부모들은 가정교육에 엄격하다.
일이 바쁘고 몸이 피곤하다 보면 '하면 좋겠지만 안 해도 그만'이라며 슬쩍 넘어가는 부분이 가정교육이다.
부부가 서로 존중하기, 가족이 함께 식사하기, 매일 베갯머리 독서 15분,
거르지 않는 아침밥 등의 규칙들은 언뜻 사소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습관, 품성, 인격, 나아가 지능까지도 상당 부분 가정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저 사소한 규칙들이야말로 슈퍼인재를 키워내는 핵심 요소이다.
유대인 부모들은 자녀들의 성적 대신 ‘질문과 토론’을 챙긴다.
유대인들의 생활규범 격인 <탈무드(Talmud)>에는
'교사 혼자서만 얘기해서는 안 된다.
만약 학생들이 말없이 듣고만 있다면 앵무새를 기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교사가 이야기를 하면 학생은 거기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둘 사이에 주고받는 말이 활발하면 할수록 교육 효과가 높다'라고 쓰여 있다.
그들은 말없이 듣기만 하는 습관을 극도로 경계하며 '궁금한 건 언제든지 질문하라'라고 격려한다.
절대로 '귀찮게 이것저것 묻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고 윽박지르지 않는다.
스스로 의문점을 찾아내고 해답을 찾아가는 학습자세야말로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공동체 의식'도 유대 교육의 특징이다.
유대인들에게는 <토라 (Torah, 구약성서 앞부분의 5권인 '모세 5경')>와 <탈무드>가 삶의 기준이다.
오천 년을 이어져 온 공동의 윤리가 있기에,
그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아도 민족적 자부심과 전통을 잃지 않고 서로 도우며 큰 성공을 일궈낸다.
유대인들 중에 유난히 거부 巨富가 많은 것은 '현실적인 꿈을 꾸게 하는 교육'에 기인한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돈의 중요성을 배우면서,
그러한 현실에 발을 딛고 최대한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훈련을 한다.
허황된 꿈은 좌절감만 주지만,
실현 가능한 목표는 오히려 최대한의 잠재력과 에너지를 끌어내는 촉매 역할을 한다.
'진리는 길바닥에 떨어진 돌멩이처럼 어디에나 흔하게 있다.
그런데 돌멩이를 줍기 위해서는 몸을 구부려야 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진리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구부리는 일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8세기 동부 유럽에서 활동했던 랍비 벤 엘리에제르의 말이다.
그만큼 진리를 아는 사람은 많아도 그것을 실천하기는 어렵다는 뜻일 게다.
유대 교육의 비밀도 어찌 보면 평범하다.
다 아는 얘기 같다.
하지만 그중에서 몇 가지나 실천하고 있는지 셈해 본다면, 얼마나 어렵고 위대한 교육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이제 그 '평범한 비밀'을 우리 자녀들에게 하나씩 적용해야 한다.
우리의 작은 실천이 자녀들의 삶과 미래를 바꿀 것이다.
방대한 유대인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 위즈덤하우스 출판사에 감사한다.
무더위가 유난히 기승을 부린 2010년 여름의 주말을
온전히 사무실에서 원고와 씨름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따뜻한 배려 덕분이었다.
특히 이 책의 첫 번째 독자로서 미숙한 원고를 읽으며 많은 조언을 해준 사랑하는 아내 서경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건강이 예전만 못한 가운데서도 늘 관심과 격려를 잊지 않으신 부모님께도 감사드린다.
-2110년 12월 고재학.
※ 이 글은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의 일부를 필사한 것임.
고재학 -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위즈덤하우스 - 2010. 12. 15.
[t-11.03.20. 20210305-155919-3]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 >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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