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학 -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책이 물고기라면 토론은 낚시법이다.
구약성서는 유대민족의 역사책과 같다. 성서 속 인물인 아브라함이 유대민족의 조상이다.
아브라함은 오천 년 전 지금의 팔레스타인 가나안 땅에 정착한다.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에게 열두 아들이 있었는데, 그 각각이 부족을 이루었다.
그중 10개 부족이 없어지고 2개(유다 지파. 벤야민 지파)만 남았는데,
오늘날의 이스라엘은 유다의 후손들이라고 볼 수 있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이천 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던 세계 각지의 유대인들이 몰려들었다.
불안한 안보 상황과 천연자원의 부족 등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뛰어난 교육 시스템을 바탕으로 60년 동안 50배의 경제성장을 한 하이테크 강국이 되었다.
2008년 8월 한국에 온 투비아 이스라엘리(H.E.Tuvia Israeli)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히브리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직업외교관이다.
그는 유대인의 특성을 한마디로 '교육에 대한 열정' 이라고 설명했다.
Ω 이스라엘은 적대 국가에 둘러싸인 협소한 생활공간에서 생존하면서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까지
누리고 있습니다. 거의 기적처럼 느껴질 정도인데요.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한국과 이스라엘의 현대사는 매우 유사합니다.
두 나라 모두 우여곡절 끝에 1948년에 건국을 하지만, 곧바로 전쟁이 일어나면서 많은 희생을 치렀어요.
이후 한국은 새마을운동을 통해 '한강의 기적' 을 일궜고,
이스라엘은 키부츠(Kibbutz. 집단생활 공동체)를 통해 경제성장의 토대를 닦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대학 설립을 국가 설립만큼이나 중요하게 추진한 점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건국되기 30년 전에 이미 세계적인 대학부터 설립했어요.
1918년 인구가 10만 명도 안 되고 도로 등 기본적 인프라도 없던 예루살렘에 히브리 대학을 만들었습니다.
인재를 키우는 교육기관을 먼저 만들어야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가도 세울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죠.
이 대학 상임 이사회에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바이츠만(이스라엘 초대 대통령) 등이 참여했습니다.
뒤이어 1925년에 테크니온 대학, 1934년에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1956년에 현재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대학인 텔아비브 대학이 설립됩니다.
당시 인구 200만 명의 작은 나라(현재는 710만 명)가 세계적인 대학을 4개나 갖게 된 셈입니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2008년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최고 연구 대학교'로 바이츠만 과학연구소와 히브리 대학을 선정했다)
이러한 교육에 대한 열정이 인구 710만의 소국 이스라엘을 세계적인 하이테크 국가로 성장시킨 비결입니다.
Ω 거의 이천 년 동안 나라 없이 유랑해야 했던 유대민족이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탈무드>의 힘이었다고들 합니다. 현재의 유대인 사회에서도 <탈무드>를 실제로 교육에 활용합니까?
유대인이라면 누구나 <토라>와 <탈무드>를 공부합니다.
그런데 구약성경에 해당하는 <토라>는 수수께끼처럼 간결하고 의미심장하게 서술되어 있어요.
그 때문에 수세기에 걸쳐서 많은 학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이 해석에 대해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고 논쟁해 왔습니다.
그 논쟁이 구전되다가 책으로 엮인 것이 <탈무드>입니다.
그래서 토론을 통해 특정한 현상에 대해 계속 의문과 질문을 제기하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더 나은 해결책을 끊임없이 찾고 탐구하는 유대식 교육을
'탈무드식 토론 교육'이라고 부르지요.
<탈무드>는 학교 커리큘럼에서도 비중이 큽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요. 졸업 후 랍비의 자격을 얻게 되는
에시바(Yeshiva. 유대인 전통교육기관) 같은 종교학교에서는 핵심 과목으로 가르치고,
종교적 색채가 없는 일반 학교에서는 일반 과목 중의 하나로 다룹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탈무드>가 유대인에게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 '을 가려주는 매뉴얼이라는 사실이죠.
Ω 유대인 가정은 맞벌이 부부가 많습니다. 육아에서 엄마와 아빠의 역할 비중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 궁금합니다.
이스라엘 인구는 매우 다양한 그룹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초정통파(ultra-orthodox) 유대인과 아랍계 이스라엘인은 맞벌이 등
경제활동 참여나 육아에서 주류 유대 시민과는 여러 모로 달라요.
주류 유대인의 기준을 적용하자면, 육아에 대해 부모가 공동 책임을 집니다.
맞벌이가 대부분인 젊은 부부들을 위해서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됩니다.
남편이 출산한 아내를 보조하기 위해 3개월간의 휴가를 낼 수 있고,
영. 유아 보육시설을 수준 높게 유지하고 있으며,
엄마들이 양육과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탄력시간 근무제도 운영합니다.
아빠들도 엄마들만큼이나 교육에 관한 중요한 결정과 상담 과정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아이들과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qualityb time)을 보내야 하니까요.
Ω 요즘 많은 전문가들이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유대인의 조기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아닌 게 아니라 조기교육이 지구촌 전체의 공통 관심사로 떠오르는듯합니다.
유대 교육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토라>와 <탈무드>를 읽게 하고,
읽은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그 과정에서 정리된 생각을 글로 표현하게 하니까.
오래전부터 조기교육을 실시해 온 셈이지요.
Ω 유대인의 교육에서 제일 강조하는 덕목 세 가지는 무엇입니까?
첫째가 독서입니다.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당연히 여기지 않는 자세,
모든 것에 의심을 품고 기존 권위에 도전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자세입니다.
이것이 창의적인 혁신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독립심과 자기희생,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Ω 한국인들의 자녀교육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한국의 놀랄 만한 경제적 성공에 교육 제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개선을 바란다면, 유대인의 전통 교육법이 강조하는 '질문 교육'이 강화되었으면 합니다.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더 나은 답변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은 교육에서 굉장히 중요한 핵심 요소입니다.
또 하나 지적할 점은 독서입니다.
요즘 한국인의 독서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위험한 일입니다.
최근 20년간 우리가 새로운 형태의 문맹(文盲)에 놓여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역사와 문학, 예술 등을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이 균형을 잡아줘야 합니다.
우리가 3D 4D 같은 우수한 하이테크 기술을 갖춘다고 한들,
그 안에 담을 콘텐츠가 훌륭하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p29)
※ 이 글은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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