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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유아 어린이/쉼터

까트린 이야기 - 2 (2)

by 탄천사랑 2008. 2. 21.

·「빠트릭 모디아노 - 까트린 이야기」




어느 날, 우리는 저울판 위에 그렇게 서 있다가 아빠의 동업자인 카스트 라드 씨에게 들키고 말았다.
"거기서 뭐해요?"

그렇게 묻는 서슬에 마법이 풀렸다.
아빠와 나는 안경을 다시 썼다.

"보다시피 몸무게를 달아보고 있소" 아빠는 그렇게 둘려댔다.

카스트 라드 씨는 우리에게 대꾸도 안 해주고 신경질 난 발걸음으로 안쪽의 유리 칸막이 뒤로 가버렸다.
거기에는 회전 의자가 딸린 커다란 호두나무 책상 두 개가 마주 놓여 있었다.
하나는 아빠의 책상이었고, 다른 하나는 카스트 라드 씨 것이었다.

카스트 라드 씨가 아빠와 함께 일하기 시작한 것은 엄마가 떠난 뒤의 일이었다.
엄마는 미국인이었다.
스무 살 나던 해에 엄마는 어떤 무용단에 속해 있었는데, 그 무용단이 파리에 순회공연을 왔다.
엄마가 아빠를 알게 된 것은 그때였다.
두 사람은 결혼을 했고, 엄마는 파리에서 무용을 계속했다.
나는 그때의 공연 프로그램들을 모두 간직해 두었는데,
앙삐르, 따바랭, 알함브라, 같은 뮤직홀들이 엄마가 춤을 추던 곳이었다.
그러나 엄마는 향수병을 앓았다.
몇 년이 지나서 엄마는 미국에 돌아가기로 결심을 했다.
아빠는 <사업>을 정리하는 대로 우리도 그리로 가겠다고 엄마에게 약속했다.
정말 그런 언약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아빠는 우리가 엄마와 함께 가지 않는 까닭을 그런 식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훗날 나는 엄마가 떠난 데에는 다른 이유들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빠와 나는 미국에서 온 편지를 매주 한 통씩 받았다.
봉투  가장자리에 빨간색과 파란색의 작은 막대 무늬들이 찍힌 편지들이었다.

엄마는 늘 이런 말로 편지를 끝맺곤 했다.
<까트린, 마음속으로 너를 꼭 껴안고 입맞춤을 보낸다. 늘 너를 생각하는 엄마가>

 


※ 이 글은 <까트린 이야기>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빠트릭 모디아노 - 까트린 이야기
역자 - 이세욱
열린책들 - 1996. 07. 20.

[t-08.02.21.  20230203-1548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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