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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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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세계적인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

by 탄천사랑 2008. 1. 22.

·「스티븐 런딘, 존 크리스텐슨, 해리 폴. -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세계적인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

'방금 생선이 공중을 날아간 건가?' 그녀는 자신의 눈이 방금 무엇을 보았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러고 나서 다시 한번 그녀는 똑같은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상인들 중 한 명이 큼직한 생선 한 마리를 들어 올리더니 20피트 정도 떨어져 있는 카운터로 던지면서 이렇게 외쳤다.
"연어 한 마리 미네소타로 날아갑니다." 그러자 모든 다른 상인들이 똑같이 우렁찬 목소리로 반복했다.
"연어 한 마리 미네소타로 날아갑니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연어는 포물선을 그리며 활강하듯 반대편 카운터로 휙 날아갔다.
그러자 카운터에 있는 한 남자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능숙하게,
그것도 한 손으로 연어를 잡고 나서는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곳의 에너지는 남달랐다.
모두들 바다의 표면 위를 박차고 뛰어오르는 생동감 넘치는 싱싱한 물고기처럼 보였다.

그녀의 오른 편에서는 상인 한 명이 커다란 생선의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하며 
마치 생선이 말을 하는 듯 장난치며 어린 소년을 놀려주고 있었고,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또 다른 상인은 주위를 걸어 다니며 
'질문받습니다. 생선에 관한 질문은 뭐든 대답해 드립니다.'라고 외치고 있었다.

계산대 앞에 앉아 있는 젊은이는 게를 가지고 재주를 부리고 있었고,
중간 상인인 듯한 두 사람은 그들이 고른 생선에 대해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참을 수 없다는 듯,
유쾌한 폭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이곳은 정말이지 흥겨웠다.
제인은 이 광경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자신의 긴장이 이완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요구르트 컵을 흔들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회사원들이 분명한데.... 이들이 점심시간에 설마 생선을 사러 온 걸까,
 아니면 그냥  생동감 넘치는 이곳의 광경을 구경하러 온 걸까?'

제인은 넋이 나간 채 주위를 살피느라 생선 상인들 중 한 사람이 
군중 속에서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호기심과 심각한 표정이 그의 주의를 끌었고, 그녀에게 다가오도록 했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요구르트 안 가지고 오셨어요?"

그녀는 돌아서서 검고 긴 곱슬머리를 가진 잘 생긴 젊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고,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요구르트는 가방 속에.... 있는데요..." 

그녀는 자신의 갈색 가방을 가리키며 말을 더듬었다.
"그런데, 저기요... 저는 지금 여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전에 여기 와 본 적 있나요?"
"아니요. 전 주로 부둣가에 가서 점심을 먹거든요."
"아하.... 맞아요. 바닷가는 평화롭고 고요하니까요. 
  점심 식사를 하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지요. 거기에 비하면 이곳은 그리 조용한 곳은 못되지요.
  아, 그러면 오늘은 왜 이곳에 왔죠?"

그녀는 아무래도 그의 목소리에 주의를 집중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 오른쪽으로는 한 상인이 어리둥절하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생선 사실 분 없어요?'라고 소리치고 있었고,
바로 옆의 상인은 젊은 여인과 요란한 웃음소리를 내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순간, 게 한 마리가 제인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동시에 저편에서 
"게 여섯 마리 몬타나로 날아갑니다.!" 누군가가 외쳤고.
"게 여섯 마리 몬타나로 날아갑니다.!"  모든 상인들이 따라서 외쳤다.

더욱 기가 막힌 건, 모직 모자를 쓴 상인 한 사람이 계산대 뒤에 서서 
모든 관중이 자신에게 열광을 보내는 듯한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마음껏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녀 주위의 모든 것은 마치 축제 때 놀이 기구 타는 것과 같은,
아니 그보다는 조금 조절된 혼란스러움이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 곁에 다가서 있는 상인은 이 모든 것에 방해받지 않는 침착함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그는 친절하게, 그리고 끈기 있게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도 정신이 없는데, 정말로 이 사람은 내 대답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네.
 하지만 난 내 직장의 문제들을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죄다 털어놓지는 않을 거야.
 신중하지 못해 보일 테니까....'

그렇게 다짐하고 나서, 그녀는 잠시 후 그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로니 Lonnie'라고 했고, 그는 3층 부서에 대한 그녀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었다.
그는 공중에 던져졌던 생선 한 마리가 
밧줄에 맞아 그들이 서 있는 곳 바로 뒤쪽에 떨어졌을 때에도 눈 하나 꿈적하지 않았다. 
로니는 정말 그녀의 고민을 모든 집중을 기울여 듣고 있었다.
"자, 나의 '유독성 폐기물 더미'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인은 용기를 가지고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며 말을 걸었다.
"후.... 대단한 이야기네요.
 나도 꽤 무시무시한 곳에서 일한적이 여러 번 있었어요.
 사실 이 곳도 전에는 상당히 엉망이었지요.
 이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뭐라고 느끼나요?"
"시끄러운 소음, 생동감, 에너지!"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이런 에너지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좋아요. 신선하고요. 하여튼..... 정말 좋아요."
"나도 그래요.
 이런 경험을 했으니 이제는 평범한 다른 시장에서는 일하지 못할 것 같아요.
 말한 대로, 이 시장도 처음부터 이렇게 시작된 건 아니에요.
 여러 해 동안 이곳도 폐기물 더미처럼 방치되고 있었죠.
 그렇지만 우린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어요.
 이런 풍경들이 바로 그 결과랍니다.
 이 에너지가 당신의 부서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이거야말로 우리 폐기물 더미들에게 필요한 거예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무엇이 이 어 시장을 특별하게 만드는지 알려드리고 싶군요.
 누가 알아요. 
 당신이 여기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게 될지?"
"하지만, 우리에겐 재미로 던질 생선도 없어요.
 우리 일은 그저 단조롭고 지겨운 일일 뿐인 걸요.
 우리 대부분은.......,"
"잠깐만요.
 이건 단순히 생선을 던져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에요.
 물론 당신의 업무는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일과는 전혀 다르죠.
 그리고 당신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가능하다면 난 당신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걸요.
 우리가 이 시장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 시장으로 탄생시키면서 배운 교훈들을 
 당신의 상황에 적절하게 적용할 수도 있도록 해 보는 게 어때요?
 활기찬 부서로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이 교훈들을 배우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요?"

이제 그녀보다 로니가 더 열성적으로 대화를 주도하는 듯했다.
그녀는 약간의 의문이 생겼다.
"그래요, 
 물론이죠.... 그런데 왜 저에게 이렇게 도움을 주시는 거죠?"
"음.... 당신이 이미 우리 시장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기 때문이죠.
 예전에 내가 처음 이곳의 에너지를 직접 체험했을 때가 떠오르는군요.
 당신이 지금 보고 느끼는 대로, 이곳의 생동감은 정말로 내 삶에 큰 변화를 일으켰답니다.
 개인적인 사정을 끄집어내서 당신을 지겹게 하고 싶진 않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그 이전의 내 생활은 엉망이었거든요.
 여기서의 일이 말 그대로 날 구한 거죠.
 고지식한 말처럼 들릴지 몰라도, 
 난 내가 지금 즐기고 있는 이 삶의 기쁨을 조금이라도 타인과 함께 나누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믿고 있어요.
 당신의 고민이 내가 느끼는 책임감을 조금 덜어줄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반가운 걸요.
 내 숙제가 훨씬 쉬워졌어요.
 난 당신이 이곳에서 꼭 필요한 해답들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우리가 정말 놀라운 에너지를 창출해 냈던 것처럼 말이죠."

그가 단단한 어조로 '에너지'라는 말을 했을 때, 
또 큼지막한 개 한 마리가 공중을 날았고, 누군가가 텍사스 사투리로 이렇게 외쳤다.
"게 다섯 마리 위스콘신으로 날아간 당게." 

 

바로 이어서 합창이 메아리쳤다.
"게 다섯 마리 위스콘신으로 날아간 당게." 
"좋아요." 

선생님의 동의를 얻은 초등학생처럼 그녀도 큰 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
"여기는 확실히 에너지가 넘쳐요.
 폐기물 더미에서 축제의 장으로 변화할 수 있다면.... 로니, 저를 좀 도와주시겠어요?"

그녀는 그제야 시계를 보고 아주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만 
겨우 빌과의 약속시간에 맞추어 회사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관리자라 하더라도 외출 시간이 직원들에 의해 체크를 받는 것이 회사의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표정을 금세 알아채고, 로니는 그녀를 시장 밖으로 인도했다.
"내일 점심시간에 다시 올 수 있나요?
 그리고 내일은 꼭 요구르트 두 개 가지고 오세요."


​※ 이 글은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8.01.22.  20210131-155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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