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런딘, 존 크리스텐슨, 해리 폴. -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시애틀 - 월요일 아침
유독성 폐기물 더미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선 그녀가
자기 책상의 전화가 울리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은 것은 자신의 방을 막 지나쳤을 때였다.
'탁아소에서 온 전화일 수도 있어. 아침에 스테이시에게 감기 기운이 있던데....'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뛰어와 네 번째 울리고 있는 수화기를 급히 집어 들었다.
"메리 제인 라미레즈입니다." 숨을 가다듬으며 그녀가 말했다.
"메리 제인, 나 빌이에요."
'이런, 이번엔 또 뭐지?' 자신의 새로운 상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상사 빌은 그녀가 3층에서의 직책을 맡는 것을 망설이게 한 또 하나의 이유였다.
그는 이 회사에서 정말이지 재수 없는 상사로 평판이 나 있었다.
그녀가 보기에도 이런 악평은 당연해 보였다.
그는 늘 명령조로 업무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말을 도중에서 끊어버리기 일쑤고,
프로젝트의 진행 상태에 대해 마치 아버지처럼 권위적인 태도로 간섭하는 짜증스러운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메리 제인, 프로젝트를 미루고 있진 않겠죠?"
"메리 제인,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내가 믿어도 됩니까?"라는 등,
그의 말투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를 다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같은 태도는 모든 부하직원들에게 심한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제인은 지난 2년 동안 세 번째로 이 부서의 부장직을 맡게 된 사람이었고,
그녀는 이제 책임자가 그토록 자주 바뀌어야 했던 이유가
단지 이 부서에서 일하는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빌 또한 문제였던 것이다.
"오전 내내 이사회를 하고 지금 방금 나왔어요. 오늘 오후에 좀 만났으면 좋겠소."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이 회사의 이사들은 우리가 어려운 시기에 직면해 있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 직원이 최선을 대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소.
현 직원들의 좀 더 높은 생산성 창출을 위해서는 어떤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좀먹고 있는 몇몇 부서들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소.
일부 문제 되는 사람들의 사기와 에너지가 너무 형편없어서 다른 사람들의 열정까지 끌어내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불안감이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회장님이 '활기차고 열정적인 기업의 정신을 어떻게 북돋을 것인가?'에 대한 세미나에 다녀오셔서 그런지
열정이 아주 대단해요.
난 회장님이 3층 부서를 지목한 건 공평하지 못한 처사라고 생각하지만,
어쨌건 그분은 3층 부서가 이 회사의 가장 큰 문제라고 믿고 있는 것 같소."
"3층 부서를 지목했다고요?"
"지목당한 건 둘째 치고, 3층 부서를 위한 별명까지 지었더라고요.
어떤 별명인지 상상이나 갑니까?
'유독성 폐기물 더미'라고 부르시더군요."
"유독성 폐기물 더미라고요?"
빌은 그때 회장님의 표정이 다시 떠오르는지 깊게 가라앉은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난 내 부서가 '유독성 폐기물 더미'로 불리는 걸 원치 않소!
정말로 용납할 수가 없소. 부끄러운 일이라고!"
'유독성 폐기물 더미....' 순간, 그녀의 머릿속으로 하치장에 내팽개쳐진 폐기물 더미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요.
그리고 회장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신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냐며 나를 질책했소.
어쩔 수 없이 나도 같은 생각을 한다고 말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신을 이 부서 책임자로 데려왔다고 했소.
회장님은 이 일의 진척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싶다고 했지.
그래서 말인데, 이 문제를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소?"
울컥, 가슴속에서 외마디 소리가 튀어나왔다.
'문제를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냐고?! 직책을 맡은 지 이제 겨우 5주가 지났는데?'
하지만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아직은요"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좀 서둘려야 하겠소.
메리 제인, 당신이 관리 부서를 위해 어떤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내가 좀 알아야겠소.
그래서 하루빨리 그들에게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야 해요.
회장님은 우리 모두가 일하는 데 있어서 더 많은 에너지와 열정과 활력이 필요하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하고 있어요.
하지만 난 왜 3층 부서에 에너지와 열정이 필요한지 모르겠소.
솔직히 개인적으로 난 관리부서 사무원들로부터 그렇게 많은 것을 기대한 적이 없어요.
회장님은 아마도 너무나 오랫동안 3층 부서가 회사 전체의 비난거리였기 때문에,
3층만 달라진다면 회사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소. 자, 몇 시에 만날까요?"
"두 시쯤 어떠십니까?"
"두 시 반! 괜찮소?"
"그러죠."
빌은 그녀의 목소리에서 짜증스러움을 들은 것이 분명했다.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아요.
메리 제인, 그냥 하던 일을 평소처럼 하세요."
'정말이지 힘든 사람이야'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내 부서의 상태가 정말 심각한 문제인 건 사실이야.
사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식의 비유는 정말 불쾌하군.'
※ 이 글은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11.28. 20211106-1622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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