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자기개발(경제.경영.마케팅/펄떡이는 물고기처럼

1-3 3층 부서

by 탄천사랑 2007. 10. 16.

·「스티븐 런딘, 존 크리스텐슨, 해리 폴. -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시애틀 - 월요일 아침

3층 부서
새로운 부서로 발령을 받고 첫 5주 동안, 그녀는 새로운 업무와 동료들을 이해하기 위해 열정을 쏟았다.
그리고 무수한 악평에도 불구하고 3층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부서가 악평을 받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업무 5년 차의 베터랑 밥이 일곱 번씩이나 전화벨이 울리도록 받지 않고 있다가는 급기야 전화선을 뽑아버린다든지,
좀 더 빨리 서류작업을 해 달라고 '귀찮게 구는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 
마르타라는 여직원이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엿들었을 때, 그녀는 거의 절망이라고 느꼈다.
마르타는 그들의 서류를 마치 '실수'인 것처럼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서류 보관함에 넣어 두는 방법을 주로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휴게실에 들어갈 때마다 누군가가 소파에 앉아 졸고 있는 것은 너무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거의 매일 아침마다 공식적인 근무시간이 시작되기 전에는 
전화벨이 십여 분씩이나 계속 울려대도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이유인즉슨 '직원들이 아직도 출근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어째서 그렇게 행동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핑계는 셀 수 없이 많았고 그나마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이었다.
이러니 3층 부서가 '게으르다'라는 평판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종잡을 수는 없지만,
지금 당장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절박감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매일 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난 후 그녀는 일기를 쓰면서 자기의 상황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곤 했다.
제인은 며칠 전에 써 놓았던 일기를 다시 들춰보았다.
---


금요일, 거리는 춥고 우울해 보였다.
그럼에도 유리창에 비친 사무실 내부의 풍경은 마치 바깥 세계에 대해 경의라도 표하는 듯 무서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거기엔 에너지가 전혀 없다.
때때로 나는 3층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선 결혼식이나 아기를 위한 파티 ☆baby shower 같은 화제들이 필요했다.
☆ baby shower -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갓 태어난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며 
                                    아기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선물로 가져오는 파티
그들은 직장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일에 대해서도 결코 흥분하는 법이 없었다.



내가 책임지고 있는 부하직원은 30명이다.
그들은 짧은 하루의 일을 아주 천천히 수행하며 대부분은 낮은 임금을 받는다.
수년 동안 늘 똑같은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해 왔고, 이제는 자신들조차 그런 자신을 지겨워하고 있다.
모두 좋은 사람들 같아 보이지만, 과거에 지녔던 마음속의 불꽃을 잃어버렸음이 분명하다.
(만약 이전에 단 한 점의 열정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이 부서의 문화는 사람을 너무나 강력하게 침울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새로 부임하는 사람들도 곧 그 불꽃을 잃어버리게 된다.
직원들의 자리에 함께 앉아 있으면 마치 공기 중에 산소가 모조리 빠져나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숨을 쉬기가 어렵다.


지난주, 
나는 우리 부서의 사무원들이 2년 전에 설치된 컴퓨터 시스템을 아직까지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옛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얼마나 더 많은 황당무계한 사실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마도 많은 밀실 작업들이 이와 같을 것이다.
뭐 그리 신이 날 만한 일도 없고, 그저 처리해야 할 서류들만 많을 뿐이다.
그렇지만 꼭 이런 식으로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
우리 부서의 업무가 이 회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지 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우리의 업무를 거쳐야만 다른 직원들이 고객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가르쳐 줘야 할까?

회사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 부서의 업무는 사실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우리의 업무를 당연시 여기는 것 또한 현실이다.
게다가 우리 부서는 조직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일을 망쳐 놓지 않는 한
회사의 레이더망에 쉽사리 포착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 부서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그들이 너무나 일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서 사람들 중에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곳에 온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경제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은 나 하나만은 아니다.
여러 명의 직원들이 혼자서 아이들을 기르고 있다.
잭은 편찮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있고, 바니 부부는 두 명의 손자들과 함께 살고 있다.
우리가 이곳에 있는 가장 큰 세 가지 이유는 다름 아닌 월급, 안정, 그리고 연금을 비롯한 각종 혜택들이다.
---


제인은 자신이 써 놓은 마지막 문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밀실 작업은 언제나 평생직으로 여겨져 왔다.
임금은 적당했고, 안정된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자리가 줄지어 있는 사무실을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면서,
그녀는 몇 개의 질문들을 형식화 시켰다.
'나의 직원들이 그렇게도 소중하게 여기는 '안정'이라는 것이 하나의 환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시장의 힘이 산업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어느 정도나 깨닫고 있을까?
 이 회사가 급격히 통합되고 있는 금융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그리고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엔 다른 직장을 찾아 헤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는 것을,
 과연 그들은 인식하고 있을까?'

하지만 그녀는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직원들은 너무 오랫동안 밀실에 방치되어 자신들의 방식에 이미 고착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저 주어진 서류들을 작성할 뿐이고,
바라는 것이라고는 오직 자신에게 어떤 변화를 요구하는 파도가 들이닥치기 전에 정년퇴임을 하는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나는 어떻지? 나의 관점은 그들과 어떻게 다른 거지?'


불현듯.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그녀를 다시 현실로 끌어냈다.
그리고 그 전화 통화 직후 60분은 소위 '불 끄는 작업'을 하느라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첫 번째 시급한 소방 작업은 중요한 고객 파일이 분실되었는데 
마지막으로 그 파일이 있었던 곳이 3층이라는 소문에 대한 처리였다.
그 일이 끝나자마자 다른 부서의 직원 한 명이 이 부서에서의 업무처리가 계속 지체되는 것을 참다못해 
직접 3층으로 올라와서는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이 사건으로 인해 적막한 이 3층에 뜻밖의 활기가 도는 것 같았다.
소란스러운 바람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법률 부서의 누군가로부터 온 전화가 연달아 세 번이나 끊어졌고,
결국 오늘 병가를 낸 여러 직원들 중 한 사람이 
오늘까지 제출해야 할 중요한 프로젝트에 관한 서류를 잊어버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오전 중에 일어난 화급한 불을 모두 끄고 나서야 
지친 소방관 제인은 도시락을 들고 3층을 벗어나는 문으로 향했다.


5주 전부터 메리 제인은 점심시간이면 회사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회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직원들이 언제나처럼 회사에 대해 수군거리고, 
또 3층 부서에 대해 불평과 한탄을 늘어놓고 있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불평을 듣는 것은 이제 그녀에게는 일상사가 되어버렸고, 그것이 그녀를 너무도 우울하게 만들었다.
점심시간 동안만이라도 신선한 공기가 필요했다.

대게 제인은 부둣가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언덕을 걸어 내려갔다.
거기서 그녀는 베이글을 씹으며 바다를 바라보거나,
작은 상점들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여행객들을 물끄러미 응시하기도 했다.
그것은 평화로운 광경이었고, 
퓨젓 사운드(워싱턴주 북 서부의 만)의 바다 내음은 자연과 접촉할 수 있는 그녀의 유일한 기회였다.

 

​​※ 이 글은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10.16.  20211013-155245-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