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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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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시애틀 - 월요일 아침

by 탄천사랑 2007. 8. 26.

·「스티븐 런딘, 존 크리스텐슨, 해리 폴. -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시애틀 - 월요일 아침
그날도 시애틀은 오늘처럼 춥고 어둡고, 축축한, 그야말로 우울한 월요일이었다.
기상예보도 정오나 되어야 구룸이 걷힐 것 같다고 했다.
메리 제인 라마 제르는 이런 날엔 항상 남 캘리포니아가 그리웠다.

의자에 가볍게 기댄 채로 창밖을 바라보던 제인은 지난 5년간의 시간을 조용히 되돌아보았다.
'정말이지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어!'


3년 전, 
남편 댄이 마이크로룰 Microrule 사로부터 파격적인 입사 제의를 받았을 때만 해도 
그들의 인생에는 이제 장밋빛 서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시애틀로 옮기면 제인은 자신도 새로운 직장을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연락을 받고 겨우 4주 만에 그들은 짐을 꾸러 이사를 했고, 아이들을 돌봐 줄 좋은 탁아시설도 찾아낼 수 있었다.
때마침 부동산 시장이 성수기여서 그들의 캘리포니아 집도 신속하게 팔렸다.
그리고 기대했던 대로 그녀도 시애틀의 가장 큰 금융기관 중 하나인 
제일보증 금융회사 First Guarantee Financial의 관리직에 곧바로 채용되었다.
모든 것이 너무도 순조로웠다.

댄은 마이크로룰 사의 일을 정말 좋아했다.
그는 집에 돌아올 때면 항상 에너지가 넘쳤으며, 지금 일하고 있는 멋진 회사에 대한,
그리고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진보적인 일에 대한 이야기들로 대화를 가득 채우곤 했다.
댄과 제인은 종종 아이 들을 재운 후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의 새로운 회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열정만큼이나 아내의 하루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댄은 제인의 새로운 직장과 그녀의 동료들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 했다.
누구든지 그 모습을 보았다면 이들이 가장 절친한 친구 사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낮고 잔잔한 음성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눈빛 속에는 서로의 영혼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예측하여 안전하고 꼼꼼하게 미래를 설계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단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시애틀로 이사한 지 12개월 만에 댄이 갑자기 동맥류 파열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들은 '유전적 기형'이라고 했다),
댄은 끝끝내 다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내출혈로 숨을 거두었다.
아무런 준비도, 마지막 인사를 할 시간도 없이 그들에게는 그렇게 영원한 이별이 찾아왔다.
'벌써 2년 전의 일이군. 그날도 오늘처럼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불고 있었지.
 우리가 함께 시애틀에 온 지 채 1년도 되기 전이었어.'


머릿속에 밀려드는 그리운 추억의 편린들이 제인의 가슴속을 알싸하게 후벼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애써 깊숙이 눌러 두었던 감정의 파도들이 저 밑바닥부터 울컥 솟구쳐 올라왔다.
그녀는 잠시 가볍게 몸을 움츠렸다가 푸르르 털며 자신을 타일렀다.
'제인, 지금은 사생활 따위나 생각할 시간이 아니야. 근무시간이 반도 채 지나지 않았잖아.
  더욱이 넌 이 산더미 같은 일들을 오늘 내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지 않니...., '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누구에게 들키기라도 한 듯,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을 펼치기 시작했다.

 


※ 이 글은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08,26.  20210807-0525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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