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 김승옥 민음사 1980. 11. 30.
나는 서울에서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회장의 딸인 젊고 부유한 미망인과 결혼,
전무로 승진을 위한 준비 작업 중 아내의 권유로 잠시 고향 무진(霧津)을 찾는다.
짙은 안개, 그것은 무진의 명물이었다.
과거에도 무언가 새 출발이 필요한 때면 무진에 오곤 했었다.
그러나 늘 어두운 골방 속에서의 화투와 불면과 수음, 그리고 초조함이 있었을 뿐이다.
무진에 온 날 밤, 그곳 중학 교사로 근무 중인 후배 '박'을 만나고
그의 연락으로 지금은 그곳 세무서장이 된 중학 동창 ‘조’를 만나게 된다.
그는 ‘손금이 나쁜 사내가 스스로 손금을 파서 성공했다’는 투의 얘기에 늘 감격해하던 친구다.
거기서 ‘하인숙’이라는 음악 선생을 소개받는다.
대학 졸업 음악회 때 ‘나비 부인’의 아리아 ‘어떤 개인 날’을 불렀다는 그녀는
이제는 술자리에서 청승맞게 유행가를 부르고는 둘만이 함께 있는 틈을 이용해서 말한다.
'무진의 이 안개가 지긋지긋 하다며 자신을 위해 힘이 돼달라고'
‘나’는 그녀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발견하고 다음 날 만나기로 약속한다.
이튿날, 어머니 산소에 다녀오는 길에 방죽 밑에서 술집 여자의 시체를 본다.
바다로 뻗은 방죽, 거기 ‘나’가 과거에 폐병으로 요양했던 집에서 하인숙과 정사를 갖게 된다.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끝내 말하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
아내로부터 온 급전이 과거의 의식에 빠져 있던 ‘나’를 일깨운다.
하인숙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쓰지만 곧 찢어 버린다.
이제는 영원히 기억의 저편으로 무진을 묻어 두기로 결심하면서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그 곳을 떠난다.
「무진기행」은 '무진 Mujin 10Km'에서 시작해
'당신은 무진 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로 끝나고 있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문장에서 하인숙을 버리고 무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자신에 대해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라고 서술한다.
우리가 부끄러움을 잊어갈 때, 그 잊어버린 부끄러움이 또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내가 누구인지 조차 알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이다.
[t-08.01.10. 20230101-082106-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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