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톱 이야기 - 김정한 / 범우사 1986. 11. 01.
첫 문장
"이십 년이 넘도록 내처 붓을 꺾어 오던 내가
새삼 이런 글을 끼적거리게 된 건 별안간 무슨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서가 아니다."
중간문장
마치 그렇게라도 함으로써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잊어버리기나 하려는 듯이,
어찌 들으면 남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그 딱딱한 소리가,
실은 어떤 깊은 분노의 표출을 억제하는 그의 마음의 울부짖음 같기도 했다.
끝 문장
"황폐한 모래톱, 조마이섬을 군대가 정지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내용
1966년 10월 『문학(文學)』 6호에 게재되었고, 1975년 삼중당(三中堂)에서 간행한 『김정한 단편선(金廷漢短篇選)』에 수록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약 20년간의 침묵을 깨고 문단에 복귀하면서 발표한 것이다. 출세작 「사하촌(寺下村)」(1936) 이래 견지하여 온 일관된 현실 인식을 보여줌으로써 문단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이 작품은 20여 년 전 내가 담임을 맡고 있던 제자 ‘건우’의 가정방문을 계기로, 낙동강 하류의 어떤 외진 모래톱에 얽힌 사연을 술회하는 형식으로 시작된다. 건우의 지각으로 그가 나룻배 통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의 글을 통하여 그가 살고 있는 ‘조마이섬’의 내력을 알게 된 나는 어느 날 가정방문을 하러 그곳에 간다.
건우는 전란에 남편을 잃은 어머니와 작은 아들마저 원양어업을 나갔다가 목숨을 잃는 비극을 겪은 할아버지 갈밭새 영감과 함께 살고 있었다. 옛날에 어떤 혐의로 육군 특무대에 갇혀 있을 당시 만났던 ‘송아지 빨갱이’라는 별명의 윤춘삼과 우연히 재회하면서, 건우 할아버지와 윤춘삼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그들의 고통을 알게 된다.
섬사람들은 대대로 자신들의 땅에서 살아왔다. 식민지시대에는 자신들이 지켜온 땅을 일본인에게 빼앗겼다가 다시 광복 후에는 힘있는 국회의원에게 빼앗긴다. 그리고 이어서 또다시 돈 많은 유력자에게 그 땅이 넘어가 버림으로써 조상 대대로 가꾸어 온 섬의 땅을 자기들의 것으로 하지 못한다는 기구한 사연이었다. 나는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땅을 지키려는 섬사람들의 끈질긴 노력과 인내심에 공감하게 된다.
또한 가정방문을 통하여 건우의 집안 사정과 섬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해 여름, 나는 방학이 끝나고 개학한 뒤에 건우로부터 섬마을 방문 초청을 받는다. 내심 날짜를 정한 참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큰 장마가 지자, 나는 섬사람들이 걱정되어 낙동강 하구에 나갔다가 그곳에서 건우네 일을 전해 듣는다.
물이 불어나 억지로 물길을 막아놓았던 섬의 방축 때문에 섬 안에 물이 차게 되자, 사람들이 그 둑을 부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섬의 토지에만 욕심을 부리고 있던 유력자의 하수인들이 섬사람들을 방해하자 건우 할아버지는 급기야 그중 한 사람을 물속으로 밀쳐버려 죽게 하였고, 결국 경찰에 끌려갔다는 것이다. 그 뒤 건우는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상기 글 중 '내용'은 다음 백과사전의 <모래톱이야기>를 인용한 것임.
[t-07.10.25. 20211013-155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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