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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부부로 산다는 것

4 - 034. 원칙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

by 탄천사랑 2008. 1. 4.

·「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작은  행복을 찾아 나서는 여유 / 원칙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
남편의 고약한 술 버릇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시아버지의 빚보증 때문에 시댁이 집을 빼앗기게 되면서부터였다.
물론 전부터 술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 일이 있은 후부터는 정도가 심해졌다.

가뜩이나 불경기라 회사일도 힘든 마당에 
시댁까지 그렇게 됐으니 남편의 마음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남편에게는 전에 없던 술 버릇이 생겼다. 
주사가 심해졌고 때로는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그토록 얌전하기만 한 사람이 심할 때는 가재도구를 부수기도 했다. 
끔찍했다. 

'정말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혼을 할까. 내가 왜 이렇게 살아.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데'
그녀는 결심을 했다. 
남편에게 말했다.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어요. 우리.... 도장 찍어요.” 
“안 돼, 죽어도 이혼은 못해.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남편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며칠 동안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에게 수정 제안을 했다. 

“그럼 술을 끊어요. 아니면 헤어지든가.”

남편은 그러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술을 마시는 횟수가 줄었을 뿐 만취할 때마다 주정을 부리는 것은 여전했다.
그녀는 고민 끝에 계획을 세웠다.
남편을 저대로 둘 수는 없었다.
그가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을 방치한다면, 남편은 그렇거니와 가정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 혼자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스스로 다섯 가지 원칙을 세워 지키기로 했다.
'저 사람이 바뀔 때까지 모질게 해보는 거야. 내가 이기나, 자기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이거야'

<우리 부부를 위한 다섯 가지 원칙>
1. 술 마시고 온 날은 그냥 조용히 재운다.
     (취한 사람에게 자꾸 말을 시켜봐야 소용없다. 시비를 걸면 싸움만 일어날 뿐이고 손해만 본다>
2. 따지는 것은 그 다음 날, 남편이 맨 정신일 때로 미룬다.
     특히 애들이 없을 때로 국한한다. (교육상 안 좋으니까)
3. 빨리 전세에서 벗어난다. 
    (시댁은 이미 그렇게 됐으니까, 우리 집부터 장만하면서 안전판을 만들기) 
4. 잔소리를 50%만 줄여본다.
5. 나도 취직을 해서 돈을 벌어온다.
     남편 월급은 생활비로 하고 내 월급은 전액 적금을 붓는다.
     (부부 싸움 중에 절반 이상은 경제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처음에는 정말이지 미치도록 힘들었다. 
직장에서 돌아와 보면 엉망이 되어 있는 집 안,
애들을 챙기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밤 12시가 넘어서야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새벽이 되어서야 술에 취해 돌아오는 남편. 그러나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내가 이대로 무너지면, 우리 앞에 미래는 있을 수 없어.’
취한 남편이 주정을 부리다가 잠이 들 때, 그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울었다.
우는 소리가 새어나가 아이가 깰까 봐 이불깃을 입에 물고 울음소리를 삼켜야 했다.

생각을 바꿔보니, 그녀에게 절망스러운 환경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 가족에게는 좋은 환경도 있었다.
남편이 술을 좋아하니 자동차가 필요 없었다. 남들처럼 차량 유지에 돈을 쓸 이유가 없었다.
신용카드도 쓰지 않았다. 아이 옷이나 장난감, 책 같은 것들은 친정 식구들에게서 얻었다.

언제부터일까. 남편이 변하기 시작했다. 
자기 연민과 절망에 빠져 요지부동일 것만 같던 그 사람이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술 마시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더니 아예 끊게 되었다. 
그에게도 새로운 원칙이 생긴 모양이었다.
아마도 그 원칙은 '항상 대화하자'일 것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드디어 집을 장만해 이사하는 날. 남편이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야 철이 든 것 같아. 
  마음 고생 많이 시켜서 미안해. 앞으로는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게.”

신발도 신던 것이 편하고, 옷도 입던 옷이 더 편하다고 한다.
그녀는 다시 신혼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이런 남편하고 헤어졌으면 큰 일 날 뻔했어. 정말 다행이야.’



변화가 필요하다면 원칙을 세워보세요.
하지만 그 원칙은 당신 혼자에게만 국한된 것이어야 합니다.
당신이 세워놓은 원칙을 강요하는 것은 새로운 갈등의 불씨를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칙을 정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보세요. 그것을 지켜가며 당신은 서서히 변화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변화는 당신에게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 이후입니다.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8.01.04.  20210130-165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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