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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부부로 산다는 것

4 - 032. 다른 부부의 잘난 척에 당당하게 맞서는 것

by 탄천사랑 2007. 10. 30.

·「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작은  행복을 찾아 나서는 여유 / 다른 부부의 잘난 척에 당당하게 맞서는 것 
"후유~"
그녀는 혼자 텔레비전을 보다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텔레비전에는 행복한 사람들밖에 안 나오는데, 왜 우리 현실은 이 모양이란 말인가. 

'가장이 벌어오면 알뜰살뜰 모아서 집 사고 아이들 카우는 거?
 그게 어디 가능해야 말이지.
 자고 일어나면 다락같이 오르는 게 아파트 값인데.'

결혼 8년째이다 보니 슬슬 친구들과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남편과 동갑이고, 그 친구들이나 부인들까지 스스럼없이 지내는지라 새로운 소식이 금방 들려온다.

'누구는 부모님이 사십 몇 평 사주셨대, 누구는 어디에 분양 받았다더라.'

그런 얘기를 듣다 보면 
스무 평 겨우 넘는 전셋집이 구질구질해 보이고 기분이 나락에 떨어져 헤어나지 못한다.

사실 그녀가 우울해진 것은 텔레비전 때문이 아니었다.
친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 때문이었다.

"이번에 필리핀 세부 가기로 했는데, 너희도 같이 가지 그래?
 아직 예약할 수 있으니까 같이 가자. 응?"
"응, 가고 싶은데, 시어머니 생신이 그맘때라서 아무래도 어렵겠어.
 그냥 너희들이나 잘 다녀와."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들키기라도 할 까봐 서들려 전화를 끊었다.
점점 모임에 나가는 것이 싫어졌다.
친구들은 모임에 나올 때마다 새로운 옷에 새 액세서리로 치장하고 있었다.
반면 그녀는 일 년 열두 달, 
같은 청바지에 질끈 묶은 머리 스타일. 그녀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괜히 기가 죽었다.

그녀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런 모습이 현실에서 나타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드라마에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여자 하나가 다이아 반지 끼고 나와 '아유 머리야'하면서 손가락을 들어 올려 반지 자랑을 하면,
다른 친구가 부러워하면서 집에 가서 신세 한탄하고 남편과 다투는 것 말이다.

예전에 드라마를 볼 때는, 그냥 웃긴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한데 그런 비참한 기분이 어떤 것인지를 직접 느끼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남들이야 아무렴 어떤가'하며 잊으려고 해도 
'누가 집 샀다더라' '차 바꿨다더라' 하는 소리는 귀를 막아도 무시로 들려왔다.

"후유~"
그녀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이렇게 뛰는 물가와 집값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내 집을 마련할 수는 있을지,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을 생각했다.
너무도 선량하고 착한 남편, 
티 없이 밝은 아이들, 
더 이상 무엇을 바란다는 것이 과욕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소리를 질렀다.

"부모 덕에 쉽게 살며 잘난 척하는 최 00, 부끄러운 줄 알아라.
 우리 남편. 
 그래,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 너만큼은 못 살지만 스스로 벌어서 내 집 장만 할 거다.
 자랑스러운 내 남편 앞에서 네 돈도 아닌 돈 가지고 잘난 척 마라."

이제 겨우 40대 초반인데 
자기가 번 돈이면 어떻게 300만 원이 넘게 드는 해외여행을 가자고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다시 소리쳤다.

"삼십 넘도록 전셋집 얻을 돈도 못 벌어놓고는 부모님이 큰 아파트 사줬다고,
 평수에 따라 집값에 따라 신분이 달라지는 것처럼 은근히 자랑하는 너 구00. 부끄러운 줄 알아라!"

정말로 그랬다.
성실성과 능력으로 따지자면 남편의 발뒤꿈치에도 따라오지 못할 사람들이었다.

"모임 때마다 어른 옷보다 비싼 옷을 아이들에게 입혀 나오는,
 불편해서 한 번밖에 입지도 못할 옷 입혀 나오는, 너 000 생각해 봐라.
 그 아이가 그렇게 비싼 옷을 편하게 입겠니?"

소리를 지를 때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씻기는 느낌이었다.
가슴이 후련해졌다.

"모임 때마다 음식을 그렇게 많이 시켜놓고 남기는 너희들!
 나는 아까워 죽겠는데, 
 조금씩 시키자고 하면 제일 못 사는 게 궁상떤다는 소리 들을까 봐 말도 못했다.
 아직도 굶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렇게 함부로 버리나 싶어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를 너희들은 모를 거다,
 이제 그만 만나자. 재수 없는 것들아."



남의 삶은 남의 삶일 뿐입니다. 남의 삶을 부러워하지 마세요. 그들의 삶이 라고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당신 삶 속에 숨어 있는 당신만의 행복을 찾아보세요. 생각 외로 많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당신은 남다른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이룰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꿈을 함께 할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입니다.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10.30.  20211031-1649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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