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작은 행복을 찾아 나서는 여유 / 아이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는 것
“엄마, 아빠, 저기 좀 봐요.”
모처럼의 가족 나들이였다.
그들 가족이 택시를 타려고 승강장에 가는데 아이가 엄마 아빠를 잡아 끌었다.
"왜?"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칠순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추레한 차림으로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두말없이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 할머니에게 드렸다.
그런데 아이가 대뜸 딴지를 걸었다.
“아빠, 천 원 가지고는 자장면 한 그릇도 못 사 먹어요.
저 할머니, 우리 할머니보다 나이도 훨씬 많고 배고파 보이잖아요?"
아이가 그러면서 아빠 팔에 매달렸다.
그러자 그가 선뜻 지갑에서 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서는 할머니에게 건넸다.
"할머니, 이걸로 맛있는 거 사드세요."
그 모습을 보던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만 원 가지고 시장에 가면 살 게 얼마나 많은데.
당신! 왜 그래? 우리가 부자인 줄 알아?”
그녀가 그에게 따지고 들자, 남편이 목에 핏대까지 세우면서 화를 버럭 냈다.
“그만 좀 해! 애가 뭘 보고 배우겠냐?”
결국 가족 나들이는 엉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기분을 잡쳤으니 놀이공원에 갔어도 즐겁지 않았다.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아이 자는 것을 확인하러 들어갔다가 일기장을 들고 나왔다.
한번 읽어보라며 그녀에게 내밀었다.
‘오늘 우리 가족은 놀이공원에 놀러 갔다. 그런데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엄마가 하루 종일 짜증만 내서 그랬다. ----- 엄마는 그렇게도 돈이 좋을까?
오늘 우리 아빠는 정말 멋있었다.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녀는 일기를 읽는 순간 어이가 없기도 했고,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다.
그가 말했다.
“당신 나 만나서 힘들게 열심히 산다는 거 나도 다 알아.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그런데 우리, 남들보다 잘 살지는 못해도 마음까지 박하게 살지는 말자.
우리 아이들 봐! 나는 오늘 우리 효원이가 너무 자랑스럽더라.
말썽 많이 피우고 부산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만 알고, 남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다른 애들보다 훨씬 낫잖아?"
그녀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듣고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입는 '수의' 있지?
그 수의에 주머니가 왜 없는지 알아?
그건 말이야, 죽고 나면 돈도, 명예도, 사랑하는 그 모든 것도, 하나도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래.
그래서 주머니가 필요 없는 거래. 우리 적당히 벌고 적당히 베풀면서 살자. 응?"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반성했다.
그날따라 동갑내기 남편이 10년 이상 어른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아이에게도 고마웠다.
세파에 찌든 나머지, 이기적인 생각만을 하던 자신에게
그렇게 예쁜 가르침을 준 것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점이 뿌듯하기도 했다.
그녀는 이번에는 아이에게 가르침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이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은 영어나 수학 같은 것이 아닙니다.
영어나 수학은 학교에서 점수를 따는 것으로 효력이 끝납니다.
그런 지식이 아이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아이에게 일깨워 주어야 할 것은 사랑하는 법입니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지혜를 전해주어야 합니다.
사랑은 학원에서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당신이 직접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11.26. 20211106-15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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