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미안하다'라는 말은 용서를 구하려는 뜻이 아닙니다.
각박한 생활 속에서 위로받고 사랑을 확인하려는 표현입니다.
세상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답답하고 힘겨울 때, 먼저 이야기해 보세요. 나직한 목소리로 말입니다.
"미안하다." "미안해요."
031. 작은 행복을 찾아 나서는 이유
남의 삶은 남의 삶일 뿐입니다. 남의 삶을 부러워하지 마세요. 그들의 삶이라고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당신 삶 속에 숨어 있는 당신만의 행복을 찾아보세요. 생각 외로 많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당신은 남다른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이룰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습니다.
꿈을 함께할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입니다.
작은 행복을 찾아 나서는 여유 / ‘봐라 병’의 유혹을 물리치는 것
그녀의 여고 동창 모임이 있던 날이었다.
모처럼의 모임이었다.
그녀는 옷장을 뒤집듯 샅샅이 뒤져 멋지게 차려입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 모습을 보자마자 기가 죽었다.
“얘, 정미는 신혼여행을 유럽 일주로 갔다 왔다며?”
“그래, 시아버지가 조그만 아파트 한 채 사 주셨어. 49평이라서 좀 좁긴 하지만 그냥 살기로 했어”
“얘, 예. 그 시계 끝내준다. 파텍이지? 3,000만 원은 넘어 보이는데.”
그녀는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었다.
무슨 말들이 오가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언어소통이 전혀 안 되는 머나먼 이국땅에 갑자기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녀에게 말을 거는 친구도 없었다.
집으로 오면서 생각해 보니 억울했다.
왜 난 이 모양으로밖에 못 살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형편을 생각하자 분노가 치밀었다.
쥐꼬리만 한 그의 월급,
그것을 쪼개어 전세 대출 갚으랴, 적금 부으랴 하루도 돈 걱정 없이 지내지 못하는 그녀의 일상.
어디 그뿐인가.
시어머니 용돈까지 부쳐드리고 나면 한 달 치 월급은 손에 쥐어보지도 못한 채 모래처럼 빠져나가곤 했다.
그와 결혼한 것을 처음으로 뼈저리게 후회했다.
결국 그날 저녁, 분노는 그를 향해 폭발했다. 그가 '동창회는 즐거웠느냐'라고 물어온 것이 화근이었다.
그녀는 친구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동창회에서 들은 얘기로 그를 공격했다.
대꾸조차 하지 않는 그가 더욱 밉살스러웠다.
“이제 정말 사는 게 지긋지긋해.
이건 내가 꿈꾸던 결혼생활이 아니야.
다들 행복하게 산다는데 난 이게 뭐야. 더 이상은 못 참겠어.
우리 헤어지자. 헤어져.”
그는 통 말이 없었다.
한참 동안 뭔가를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미안하다, 내 잘못이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해서.
그래, 이혼하자. 요즘은 이혼 한 번 하는 게 흠도 아니라더라.
이제라도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잘 있어라.”
그는 짐도 챙기지 않은 채 집을 나가 버렸다.
그녀는 분에 겨워 한참 동안 울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가 궁금해졌다.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그를 찾아 나섰다.
동네를 돌다가 그를 발견했다.
놀이터 그네에 앉은 그의 모습이 그렇게 작아 보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그녀는 달려가 그를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잘못했어.
내가 다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집에 가자.”
그는 '미안하다'라는 말로 대답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우리 고생스럽지만, 조금만 더 참자.
먼 훗날, 아주 먼 훗날에 서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만져주면서
‘그래도 그때가 참 좋았었지.’하면서 웃을 수 있을 거야.
우리 조금 더 고생하자.”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신다면 ‘봐라 병’을 조심하세요.
이 병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감염되기 쉽습니다. 호환이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병입니다.
‘봐라 병’에 걸리면 '누구 좀 봐'하면서 끊임없이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대못을 박게 됩니다.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10.19. 20211020-1629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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