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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부부로 산다는 것

3 - 029. 맏아들 콤플렉스에서 해방시켜 주는 것.

by 탄천사랑 2007. 10. 11.

·「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끊임없이 서로를 재발견하는 열정


029. 
맏아들 콤플렉스에서 해방시켜 주는 것.
그녀의 남편은 옛날 동화에나 나올 것 같은 효자다.
이런 사람이 실제로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자랑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함께 살다 보니 점점 힘겨웠다.
남편은 신혼여행을 가서 수시로 시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그것도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잠들기 전에는 마치 하루 일과를 정리해서 보고라도 하듯 통화를 했다.

그 이후로도 그랬다.
남편은 11시면 시댁에 전화를 해 하루를 보고하는 것이 마지막 일과다.

피곤한 날에는 전화기를 끌어안고 잠들기도 한다.
그녀의 남편은 소위 '장남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다.
미성년자도 아닌 시동생 걱정을 결혼 초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시동생들은 
지금도 카드빚에 시달리거나 용돈이 떨어지면 형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달라고 한다.
한 시동생은 해마다 사고를 저지르는데, 
작년에는 다단계에 빠져 수천만 원의 빚을 져서 형사 고발까지 당하기도 했다.
남편은 당연하다는 듯이 그 빚을 대신 갚아주었다.
"다시는 안 그럴게, 형."

시동생의 그 한 마디로 끝이었다.
남편은 호통 한 번 치지 않았다.
그녀는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시동생은 이후로도 바뀐 게 없었다.
한탕주의에 빠져 착실히 저축할 생각은 아예 없었다.
어떡하면 한탕 해볼까 하는 생각만 하였다.
최근에는 더한 사고를 쳤다.
남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카드를 만들어 빚을 졌다.
한 번 사고를 쳤다 하면 수백만 원은 기본, 
남편은 그때마다 해결을 해주고 있다.
"우리 집 시동생들 비밀 금고라도 된단 말이에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죠?"

그녀는 그럴 때마다 그에게 따졌다.
그는 
"아직 어려서 그러니까, 곧 정신 차릴 거야"라며
"우리가 조금만 도와주자"라고 했다.

그러기를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저 맏아들이니까, 맏이인 자신이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를 당혹하게 하는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시댁 식구들이 오면 수시로 비밀회담이 열렸다.
문까지 걸어 잠그고 회의를 하다가, 
그녀가 다가가는 기척이 나면 '쉿! 조용히'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녀는 '경제권을 넘겨달라'라고 그에게 요구했다.
그가 버럭 화를 냈다.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그녀는 '더 이상 이렇게 넘어갈 수 없다'라고 생각했다.



책임감이 강한 것은 좋은 일 입니다.
하지만 그 책임감이 도를 넘으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라할 수도 있습니다.
도움 받는 사람을 중독시켜, 마침내는 헤어 나오지 못할 함정에 빠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망치게 하는 일 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진정으로 돕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말입니다.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10.11.  20221011-140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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