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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부부로 산다는 것

4 - 036. 건강에 신경 써주는 것

by 탄천사랑 2008. 1. 21.

·「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작은  행복을 찾아 나서는 여유 / 건강에 신경 써주는 것
"내가 자기 생일선물로 건강검진 예약해 놨어"
그녀는 그의 생일선물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인터넷으로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그는 무덤덤하면서도 고마워하는 눈치였다.
며칠 후 금식을 하고 검사를 하러 간 그가 전화를 했다.

"의사 선생님이 큰 병원에 가서 간 정밀검사를 받아보래?"
"왜? 무슨 문제가 있대?"
"모르겠어. 한참 동안 보시더니 큰 병원 가보라네?"'
"에이, 뭐 지방간이나 염증 같은 거 아냐?
 술도 안 먹는 사람이 간에 문제가 있겠어?"

그녀는 설마 하며 믿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큰 병원에서 촬영한 초음파 사진은 그녀가 보기에도 이상했다.
3cm 정도의 크기로 두 개의 분화구같이 생긴 모양이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게..... 뭐야?"

그녀는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다.
이것저것 살펴보니 남편의 증상과 비슷한 것들이 있었다.

그것은 간암이었다.
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져 침대에 누워버렸다.
간암이라면.... 초기라면.... 고칠 수 있는 거야? 혹시 못 고치면....,

묵직한 것이 가슴에 내려앉은 것처럼 숨을 쉴 수 없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애써 참았던 눈물이 한숨소리와 함께 왈칵 쏟아져 나오면서 그녀도 모르게 울기 시작했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그가 다가와 말없이 손을 꽉 잡아주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손을 잡은 채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었다.
함께 살아온 세월들이 흑백필름처럼 펼쳐져 지나갔다.

"울지 마, 아직 확실한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닌데 울긴 왜 울어.
 심각한 거 아니니까 치료받으면 돼. 걱정 말라니까" 오히려 그가 위로를 했다.
"무슨 일 있기만 해봐! 가만 안 둘 줄 알아!" 그녀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며칠 후 대형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다시 받았다.
의사 선생님 말씀하셨다.

"일찍 발견해서 천만다행입니다.
 좋은 공기 마시고 여행이라도 다녀오세요.
 아직 확실한 건 아닙니다. 검사를 다시 해봐야 합니다만"

날벼락이었다.
의사들이 곧 죽을 사람한테 그런 얘기를 한다는 걸 들은 적 있었다.
최소한 감암이 아니더라도 간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녀는 인터넷을 검색해 간에 좋다는 음식들의 리스트를 적었다.
시장에 가서 우엉과 무, 연근, 표고버섯 같은 것을 한 아름 샀다.
봉지들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눈물이 흘렸다.

언제였던가.
둘이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환자인 남편을 위해 아내가 정성을 쏟아 식이요법 치료를 해주는 장면이 나왔었다.
"만약, 내가 아프면, 너도 저렇게 해줄 수 있어?"

그가 그렇게 물었다.
그 장면이 그렇게도 부러웠던 것일까.
그녀는 집 앞 놀이터에 혼자 앉아 눈물을 흘렸다.

무와 연근을 다듬고 있는데 그가 다가와 물었다.
"성형수술 해줄까?"
"갑자기 웬 수술?"
"새로 시집가려면 미리 준비를 해야지"
"별 걱정 다 하시네. 
 내가 다 알아서 손보고 갈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셔" 그가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벌어놓은 재산도 없는데, 너 나 없으면 어떻게 살래?"
"그냥 굶어 죽을 거야"

사별 또는 이혼.
차라리 이혼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낫겠다 싶었다.
언제든지 보고 싶으면 만날 수 있으니까.
드디어 최종 진단 결과를 확인하는 날.
"나도 병원에 갈 거야!"
"잠깐 면담만 하고 바로 끝나는데 뭐 하려 가. 결과 듣고 바로 전화해 줄 테니까 집에 있어"
"싦어! 꼭 데려가. 알았지" 마지못해
"알았다" 라며 출근하는 그의 뒤통수에다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말했다.
"있다가 갈 때 꼭 나 데리고 가!"

오랫동안 기다리던 그 순간,
좋은 결과가 있기를 초조하게 바라며, 병원에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그는 오지 않았다.

"자기 지금 어디야?"
"병원이야. 결과 듣고 전화해 줄게"

그녀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좋은 결과가 나올 거야' 하면서도 자꾸 불길한 상상이 꼬리를 물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잘해 주는 건데.
잠시 후 드디어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결과 나왔는데 나 괜찮대. 종양 크기가 갑자기 반 정도로 작아졌대!"
"정말이야? 얼마나 작아졌대? 왜 그런 거래?"

그녀는 그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같이 간 남편 친구의 말을 하나하나 전해 듣고서야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한 달 사이에 크기가 이렇게 줄어든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무슨 요법을 했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녀는 10년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풀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동안 마음 고생한 것이 생각났다.
억울하고 분했다.
그녀는 눈물을 닦는 것도 잊은 채 남편에게 소리쳤다.

"자기, 집에만 와봐! 가만 안 둘 줄 알아"



건강은 정성과 관리입니다. 열심히 닦고 조이고 기름을 쳐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너무나 바쁩니다. 자신을 돌볼 사이도 없이 매일 전쟁을 치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을 챙겨주세요. 
매년 한 번씩 건강검진을 예약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8.01.21.  20210130-1637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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