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작은 행복을 찾아 나서는 여유 / 새 식구를 맞아들이는 것
딩동, 딩동!
"아빠, 다녀오셨어요?" 두 아들 녀석의 저녁 인사다.
"그래!"
쿵쿵 쿵쿵.... 쾅쾅! 녀석들은 각자의 방으로 사라지고 적막감!
오늘도 그는 고독과 친구가 된다.
"자기야, 우리 딸 하나 낳을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돌아온다.
그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자정까지 텔레비전 채널만 열심히 돌린다.
큰 녀석 열세 살 (초등학교 6학년), 작은 녀석 열두 살(5학년),
그의 나이 마흔 둘, 그리고 집안의 규율반장인 그녀.
인과응보라고 했던가.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은 그에게 놀아달라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피곤했다.
아이들의 요구를 묵살했던 벌을 이제야 돌려받게 된 것이었다.
큰 아이의 방문을 슬며시 열며 말한다.
"준아! 아빠하고 놀래?"
"아빠! 방해 좀 하지 마요.
지금 게임 레벨 엄청 올리고 있는데, 엄마하고 놀면 되잖아."
어느 순간부터 그는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퇴근길, 평소에는 스쳐 지나던 애완동물 가계 앞에 우뚝 섰다.
그는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외로움을 달래줄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마음에 드는 강아지의 몸값이 무려 80만 원.
의기소침한 며칠이 지나고 집안의 규율반장이 해괴한(?) 제안을 했다.
"자기야! 얼마 전에 금목걸이 하고 싶다고 했지?"
"응!"
"안 끼는 금반지들 있으니까 이거 팔고 목걸이 사면 될 거야."
그는 다음 날 퇴근하자마자 반지들을 가지고 금은방으로 달려갔다.
100만 원이라는 거금을 손에 쥐었다.
"목걸이 한번 볼까요?" 말을 꺼내는 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었다.
"아니, 잠깐만요. 목걸이는 다음에 볼게요."
그는 귀신에 홀린 듯 금은방을 나왔다.
꼬리를 치며 반길 강아지를 머리에 떠올리며....,
자꾸 웃음이 나와서 미친 사람처럼 실실 웃으며 걸었다.
한 손에는 강아지, 또 한 손에는 개집들 들고 아파트 현관문 앞에 섰다.
'견적이 얼마나 나올까?
음, 아무래도 일주일 각방 신세겠지? 그래, 일주일만 버티자.'
딩동 딩동,
인사와 함께 도망치려던 두 녀석의 시선이 그의 손에서 멈췄다.
"와! 강아지다!" 그 소리에 놀란 눈으로 다가온 규율반장.
"자기, 그 강아지 어디서 났어?"
"으음, 샀어!"
"그게 얼만데?"
"저기..... 80만 원."
"돈이 어디서 났어?"
"으응. 반.... 지."
"뭐라고?"
세계 3차 대전은 곧 시작되리.
그녀는 안방으로 사라져버렸고 집 안은 다시 적막.
물끄러미 강아지를 쳐다보는 녀석들.
그는 소파에 앉아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장차 벌어질 죄와 벌에 대한 상념에 잠겼다.
아! 그러나 잠시 후 안방 문이 열리며 규율반장의 억지 미소가 그를 응시했다.
"어휴~ 내가 애를 셋 카운다니까
빨리 씻고 밥 먹어."
그의 손에서 강아지를 낚아채 가는 아내.
기사회생이었다.
세상에 살다 보니 이럴 때도 있구나!
이래서 인생은 아름답다고 했나?
아내에게 면죄 부를 받아쥔 그는 의기양양하며 말했다.
"암놈이라 1년 후면 새끼를 낳을 텐데, 그 한 마리가 얼마인데...., "
무심히 밥만 먹는 그녀. 밥은 먹지 않고 연신
"아빠 짱"을 외치며 강아지를 주무르는 미운(?) 오리 새끼 두 녀석, 암! 아빠는 짱이지.
그날 밤,
강아지는 거실에서 밤새도록 낑낑거렸고, 그들 부부는 강아지 때문에 밤새도록 잠을 설쳤다.
마치 첫 아이를 낳았을 때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강아지는 그렇게 새 식구가 되어 그들 가족에 합류했다.
동물 식구를 맞이해 보세요. 집안 분위기가 달라질 겁니다.
처음에는 새 아이를 낳은 것처럼 힘이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동물 식구는 가족들에게 상상 외의 선물을 줍니다. 특히 아이에게 말입니다.
사랑을 가르쳐 줍니다.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8.02.12. 20210208-1322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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