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작은 행복을 찾아 나서는 여유 / 지친 그녀에게 휴가를 주는 것
지난주, 그녀는 결혼 후 처음으로 자신만을 위한 휴가를 가졌다.
남들은 여름이 되면 산으로, 바다로,
해외로 바캉스를 떠났지만, 그들 가족은 강원도 해수욕장 한 번 가본 기억이 없었다.
그녀는 아이가 유치원을 다닌 후부터 다시 직장 생활을 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손목에 문제가 생겼다.
처음에는 손이 아프다고 자주 주무르더니 손이 저려서 잠을 자다가 깨는 일이 늘어났다.
병원에 가보니 손을 많이 써서 생긴 '손목터널 증후군'이라고 했다.
근육이 신경을 늘려서 손이 저리는 현상이 온다는 것,
"어쩔 수 없습니다. 쉬어야 낮은 병입니다."
의사 선생님이 쉬라고 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절충안으로 찾은 것이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차도는 없었다.
그럴 수밖에, 직장에서 8시간 동안 일을 하다가 퇴근하는 6 시가 되면,
병원도 문을 닫으니 그녀가 병원에 갈 수 있는 시간은 오직 토요일밖에 없었다.
그나마 토요일에 볼일이 생기면 병원 가는 것을 다음 주로 미루기를 밥 먹듯 했다.
이러니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직장 그만두고 병 고친 다음에 다시 다니자. 응?" 그는 몇 번이나 아내에게 종용했다.
"우리 형편에 나도 벌어야지, 당신 월급만 가지고 어떻게 살아?"
늦게까지 진료를 하는 병원을 수소문해 두 달가량 물리치료를 받아왔지만 역시 효과가 없었다.
그녀 회사에서도 업무를 바꿔주는 등 신경을 써주었다.
업무가 바뀌자 손이 조금은 좋아지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녀는 손목을 엄습하는 고통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
결국 손을 고치기로 하고 수술을 받기로 했다.
이것이 그녀만을 위한 휴가의 시작이었다.
병원에서는 수술이 아주 간단하니까 하루 정도 입원을 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아침 일찍 수술실로 실려가는 그녀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그가 퇴근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가 보니 그녀는 양손에 붕대를 동여매고 발목에 링거주사를 꽂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잠들었다.
이제는 아프지 않은 것일까.
그는 모처럼 편안해 보이는 아내의 잠든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녀가 눈을 떴다.
"안 아파? 그러니까 직장 그만두라고 했을 때 들었어야지.
왜 내 말을 그렇게도 안 들어?"
그는 버럭 화를 냈다.
미안함을 그렇게 바보처럼 표현해 버렸다는 게 맞을 것이다.
"이제 손 고쳤으니까, 더 열심히 일해야지. 그만두긴 왜 그만둬?"
그는 동갑내기인 아내가 마치 누나처럼 느껴졌다.
퇴원해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식사 준비와 청소, 모든 것이 그의 차지가 되었다.
"이건 참 멎진 휴가네. 귀부인이 따로 없어."
그녀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는 유쾌하게 웃는 아내를 보면서 따라 웃었다.
하지만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내가 더 나이 들기 전에 편하게 지내야 할 텐데'
그녀에게도 휴가가 필요합니다.
일 년에 보름 정도는 그녀 혼자만을 위한 휴가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바쁜 일상 속에서 기약 없이 미뤄왔던 일들을 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그녀가 가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녀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소중한 가정을 위해서입니다.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8.02.14. 20210209-1611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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