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작은 행복을 찾아 나서는 여유 / 숫자에 민감해지는 것
그녀는 숫자에 약하다.
그녀가 외고 있는 숫자는 주민등록 번호와 남편의 주민등록번호 정도,
늘 쓰는 은행 통장의 계좌 번호도 외우지 못한다.
누군가 갑자기 입금시킨다고 통장번호를 물으면 늘 기다리게 한다.
사정이 이러니 잘 쓰지 않는 통장은 비밀번호를 까먹어 은행원 앞에서 망신을 당하기 일쑤다.
아이들 주민등록번호는 당연히 외우지 못한다.
학교에서 급히 전화하는 아이에게 잠시 기다리라며 찾아서 알려 주었더니
"엄마는 딸 주민등록번호도 모르냐"라며
울고불고 하던 초등학생 딸아이가 이제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직접 외우고 다닌다.
엄마에게는 더 이상 묻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메일 lD를 만들어 놓고 비밀번호를 잊어 두세 차례 다시 만들어 겨우 쓰고 있지만,
한동안 안 쓰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녀도 장담 못한다.
늘 타고 다니던 버스 노선도 한동안 안 타면 몇 번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고,
차비도 얼마인지 자주 잊고 산다.
버스 기사에게 얼마냐고 묻다가 면박을 당한 일도 있다.
자주 거는 가까운 사람들의 전화번호도 늘 확인을 한 후에 전화를 한다.
친정집 전화번호는 알지만 동생 집 전화번호는 아직도 외우지 못한다.
맏며느리이기에 외워둬야 하는 숫자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집안의 제삿날과 식구들의 생일날이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한 번도 실수를 한 적은 없다.
해가 바뀌면 새 달력에 집안의 대소사를 표기해 두고, 달력을 자주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잘 외우지 못하기에 수시로 달력으로 확인을 하는 것이다.
'숫자를 왜 외워야 하는데? 복잡하게 말이야.
가뜩이나 세상살이도 힘든데 하찮은 숫자에 자꾸 신경을 써야 하는 거야?'
그녀가 늘 위안으로 삼는 생각이다.
살아가는 방법만 체득하면, 그 원리대로 묻고 찾고 풀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필요한 정보를 자기 머릿속에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을 당하면 그 정보를 척척 빼내어 남의 도움 없이 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때론
"그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이야" 하는 소리도 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자만에 빠지기 쉽고 타협할 줄 모르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녀의 남편이 그렇다.
남편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사고를 지녔다.
모든 일이 분명해야 하고 원인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한다.
자신의 통장번호에 아이의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자동차 검사 날짜까지 머릿속에 입력해 놓고 있다.
납기를 놓쳐 벌금을 내는 일은 없다.
그녀가
"전화 고장 신고는 몇 번?" 하고 물으면 남편의 입에서 정확한 정보가 튀어나온다.
마치 컴퓨터 자판의 엔터키를 치는 것과 같다.
그가 곁에 있는 한 그녀에게 불편은 거의 없다.
그는 자주 쓰는 것들조차 기억 못 하는 그녀에게 늘 '왜 그렇게 사느냐'라며 면박을 준다.
그러면 그녀는
"컴퓨터를 데리고 사는데 무슨 걱정이냐"라고 대꾸한다.
"내가 항상 곁에 있는 것도 아닌데, 없을 때는 어떻게 해?"
그러나 그녀는 걱정하지 않는다.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찾으면 되지 바보같이 뭐 하러 그 무거운 것들을 죄다 머릿속에 넣고 다니느냐며 오히려 놀려준다.
그녀가 맏며느리로서 큰 실수 없이 잘 지내는 것은,
그녀 자신의 꼼꼼한 관리 덕분이라는 것을, 남편 역시 부인하지 못한다.
숫자들을 외우지는 못하지만 미리미리 달력에 체크를 하고 메모를 하면서 관리를 한다.
그녀는 숫자들을 잘 외우지는 못하지만 숫자에 민감하고, 숫자들을 잘 관리한다.
결혼생활은 끊임없는 숫자 관리의 연속입니다.
양쪽 식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관리해야 할 숫자도 늘어납니다.
제사부터 생일, 결혼 예정일 등등 이런 숫자들을 제대로 관리해야만 순탄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숫자 관리는 또한 가정 경제에 있어서도 중요합니다. 예상 지출을 뽑아보고 미리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반드시 암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첩에 적어놓고 새 달력이 나올 때마다 체크해 두기만 하면 됩니다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8.01.30. 20210130-162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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