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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부부로 산다는 것

5 - 041. 나와 가족을 위한 비자금을 만드는 것

by 탄천사랑 2008. 2. 19.

·「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꿈을 함께 이루어가는 행복 / 나와 가족을 위한 비자금을 만드는 것
'전직 대통령들도 필요해서 만드는데, 나라고 필요할 때가 없겠어?'
그가 아내 몰래 비자금을 조성키로 결심한 이유였다.

“자기 나 몰래 숨겨 놓은 돈 없어?
 마누라 몰래 비자금 챙겨놓은 사람이 많다는데....”

그는 그럴 때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지만 애써 표정을 가다듬고 말했다.

“생사람 잡고 있네. 
 용돈도 모자라는데 비자금 만들 돈이 어디 있어?” 
"이상하잖아.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시는데 그렇게 많은 용돈을 어디에다 쓴단 말이야?
 이상하잖아, 솔직히 말해봐,
 다른 주머니 찬 것 있지? 좀 내놓아 봐."

그는 숨겨 놓은 통장을 아내가 발견한 것 아닌가 불안에 떨었지만,
한 번 밀고 나간 것, 끝까지 부인해 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통장의 금액이 점점 늘어갔다. 
아내 몰래 통장을 꺼내 볼 때마다 흐뭇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몸이 아팠다. 
아무래도 이상이 생긴 것 같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이 날로 심해졌다.
그는 친구가 생각났다.
머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곧바로 뇌 수술에 들어갔단다.
일주인 동안 의식이 없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나기는 했는데, 전처럼 돌아올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두통이 친구의 증세와 비슷한 것 같았다.

그는 대학병원에 갔다. 
병원에서는 뇌 MRI(자기공명영상장치)를 찍어보라고 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힘이 하나도 없었다. 
'죽을병에 걸렸구나'라고 생각하니 이제부터 닥쳐올 이런저런 일들이 부마 등처럼 스쳐갔다. 
‘내 몸 하나 죽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남은 식구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제 아름답게 후회 없이 마감해야지.’ 

찔끔 눈물이 났다.
진단 결과를 보러 가는 날 아침, 잠을 자지 못해 충혈된 눈으로 본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기만 했다.
그는 아내를 불러 통장을 내밀었다.

“이거 내가 용돈 절약해서 모은 것인데, 내가 만약 병원에서 오래 있거든 병원비에 보태 써.
 그냥 숨겨 두었다가 뇌 수술하고 영영 못 깨어나면 이 통장에 든 돈이 휴지가 될지도 몰라서 그래”

어차피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그깟 돈이 대수이겠는가.
그는 미련을 훌훌 털어버렸다.
아내는 눈만 동그랗게 뜬 채 말이 없었다. 
그녀에게도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는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서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이게 우리 부부의 마지막 외출일지도 모르지.’ 
간호사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마주한 의사는 흰 가운을 입은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그는 저승사자 앞에 기죽은 생명처럼 앉아 있었다.
저승사자가 컴퓨터를 통해 결과를 보면서 말했다.

“혈압 정상, 백혈구와 적혈구 모두 정상입니다. 
 뇌파, 간 기능 검사, 심전도 모두 다 정상입니다. 건강하시네요.”

그는 망연자실했다. 
하나 마나 한 검사가 된 것이었다.

“검사 결과가 잘못됐을 겁니다.
 그렇게 정상인데 왜 이렇게 머리가 쪼개질 것처럼 아프죠?” 
“신경성입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게 약입니다.

그때 아내가 그의 등을 세게 쳤다. 
결국 비자금만 빼앗기고 만 것이었다.



비자금도 일종의 저축입니다. 
공식적인 저축 외에 별도로 쌓아놓는 비공식 저축일 뿐입니다. 
가정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또한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만들어 놓는 최후의 방어선이 바로 비자금입니다.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8.02.19.  2021016-1738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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