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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부부로 산다는 것

5 - 043. 그래도 한 번만 더 참아보는 것

by 탄천사랑 2008. 3. 3.

·「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꿈을 함께 이루어가는 행복 / 그래도 한 번만 더 참아보는 것
부부 싸움을 했다.
역시 별일 아닌 것 때문이었다.
그녀가 세탁소에 양복을 맡겼기 때문에 입을 양복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은 
'월요일에는 깨끗한 양복을 입어야 상쾌하게 한 주를 시작한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녀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세탁소 아저씨가 배달을 해주지 않았을 뿐이었다.
물론 직접 찾아오지 못한 그녀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남편이 야속하기만 했다.
남편은 그녀에게 완벽한 살림꾼상을 원했다.
살림 칼같이 잘하고, 아이들 잘 키우고, 대소사 잘 챙기고, 
남편이 마음 편히 사회생활 할 수 있도록 내조 잘하는, 진정한 '파출부형' 아내를 원하고 있었다.

"내 삶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만 살라는 거지?"
그녀는 다툼 끝에 울먹이며 소리쳤다.
지금까지 참고 살아왔던 세월들이 너무도 허무하게만 느껴졌다.
아침에 출근하느라고 바쁜 남편이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속옷들,
한 장 한 장 펼쳐진 채 널려 있는 신문들,
그녀는 남편의 흔적을 따라다니며 치우는 것이 지긋지긋했다.

국이 없으면 밥을 못 먹는 남편의 식성에 맞추느라 한여름에도 국을 끓여 내야 하는 고생이 싫었다.
남편이 던져놓은 휴지나 튀어놓은 발톱 조각들을 치우는 것도 싫었다.
그녀가 청소할 때 소파에 앉아서 발만 까닥 들어주는 남편의 모습이 얄미웠다.
반찬 투정하는 남편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초라하게 살게 될 줄은 몰랐다.
'남자들은 왜 자기 몸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며 사는 걸까.
 왜 하나에서 열까지 옆에서 일일이 해줘야만 하는 건지, 너무 이기적이야.'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착한 척, 부지런한 척 살아가고 있는 건지.
'나'라는 존재는 언제까지나 이렇게 남 좋은 일만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건지,
눈물이 자꾸 났다.

요즘 결혼하는 두 쌍 중 하나는 이혼을 한다던데,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번 저지르기가 힘들지 일단 저지르면,
즉 이혼이란 걸 감행에 보면 어쩌면 더 큰 행복과 자유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생각을 떨쳐 버렸다.
혼자라면 어떻게 하든 상관없었지만, 아이들에게 불행의 낙인을 찍어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또 참기로 했다.
아마 내일도 싸운다면 또 참을 것이었다.
이렇게 참다 보면,
힘든 시절을 보내고 나면 다시 잠깐의 행복이 다가올 것이라고 그녀는 믿기로 했다.



인생 선배들은 항상 말씀하십니다. 결혼 생활은 '참을 인'자의 연속이라고 말입니다. 
어느 한쪽이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균형이 잡힙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이번 한 번만 더 참아보세요. 언젠가는 그 대가를 돌려받는 날이 올 것입니다. 
세상은 공평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참을 인'의 대가는 돌아옵니다.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8.03.03.  20220301-1708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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