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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부부로 산다는 것

5 - 045. 스스로를 끊임없이 가꾸는 것

by 탄천사랑 2008. 3. 9.

·「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꿈을 함께 이루어가는 행복 / 스스로를 끊임없이 가꾸는 것
"언니는 정말 날씬하다니까. 뒤에서 보면 20대로 보여."
"그러게 말이야. 내 뒷모습 보고 따라오는 남자애들이 한둘이 아니라니까"

처제가 멍석을 깔자 아내가 한술 더 떴다.
'어이구, 자매가 짝짜꿍이 잘 맞는구먼' 그는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그의 초등학교 동창회 날이 다가왔다. 그는 마음이 설레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이번 동창회에는 명숙이가 나온다고 했다. 그가 그토록 짝사랑했던 명숙이, 
결혼해서 다른 곳에 가서 살았는데, 얼마 전 남편과 사별한 뒤 다시 이사를 왔다는 것이었다.

하얀 피부에 수줍음이 많았고 보일 듯 말 듯한 보조개를 가진 정말로 이쁜 아이였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보려고 일부러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을 돌아 그녀 집 앞을 지나가곤 했었다.
괜히 그녀 집 앞을 오가며 우연히 마주치기를 고대하곤 했다.

열세 살 때의 그녀는 , 스무 살이 넘도록 그의 짝사랑으로 남았다.
그는 동창회가 결성된 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임에 나갔다.
행여 그녀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에서였다.

드디어 동창회가 열리는 휴일, 그는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일요일인데 웬일이야?" 아내가 물었다.
"응, 오늘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거든."
"10시면 아직 멀었는데, 왜 그리 설치고 다녀요?"

그는 샤워를 하고 말끔히 면도를 한 뒤 로션으로 마무리를 했다.
몇 번이나 거울을 보면서 스타일을 바꿔보았다.
깔끔하게 차려입고 약속 시간보다 일찍 장소에 나갔다.

동창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어!, 너 명숙이 아니니?"

누군가 소리쳤다.
그는 반사적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 장소에 도착했을 때부터 그의 온 신경은 이미 그녀의 등장 여부에 쏠려 있었다.
환호를 받으며 자리에 앉은 그녀.
그는 그녀를 본 순간 10년 쌓은 탑이 무너진 듯한 허탈감에 사로잡혔다.
환상이 완전히 깨져 버린 것이었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지만 명숙이의 예전 모습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살이 얼마나 쪘는지 보조개는 보이지 않았고, 
수줍은 듯한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전형적인 아줌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과 깔깔거리면서 연신 수다를 떨었다.
저 모습이 왕년의 명숙이 맞단 말인가.
그는 낙심했다. 술 몇 잔 마시고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표정이 왜 그래요? 모처럼 동창회 갔다 왔으면 즐거워야지."
"그냥. 세월이 무섭더군."
"내가 한번 알아 맞혀 볼까? 짝사랑했던 여자를 만났는데 기대와 딴판이어서 실망했지?
 아마 아랫배도 많이 나왔을 테고 
 얼굴에 주름살도 많아져셔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아줌마가 되어 있었지?" 그는 깜짝 놀랐다.
"돗자리 깔아도 되겠다. 어떻게 그리 잘 알아?"

아내는 그를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게 바로 당신 모습이야." 그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자신의 모습도 그렇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해마다 바지의 허리 사이즈를 늘려야 했으며 머리가 빠져 중년 아저씨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내가 위로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 나이 들면 다 그렇지 뭐, 열심히 산 증거로 생각하면 돼."

아내의 말이 괜한 위로로 들렸다.

"그래도 당신은 살이 하나도 안 쪘잖아?"
"그게 공짜로 되는 줄 알아? 그러기에 내가 운동할 때 같이 하자고 했잖아.
 이제부터 운동하는 거다? 약속!"

그러고 보니 아내는 틈만 나면 아파트 주위를 달리거나 줄넘기를 500번씩 했다.
문득 그토록 오랫동안 자신을 가꿔온 아내가 존경스러워졌다.



자신을 가꾸는 것은 결혼 준비 단계에서만이 아닙니다. 
평생토록 스스로를 다듬어야 합니다. 결혼했다고 해서 스스로의 매력을 묻어버리지 마세요. 
그것은 자신을 포기하는 행위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옆에 섰을 때 어떻게 보이는지 살펴보세요. 
그 사람을 돋보이게 하고 싶지 않은가요. 그렇다면 다시금 스스로를 가꾸어보세요.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8.03.09.  20220302-162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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