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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부부로 산다는 것

5 - 044. 아이에게 좋은 취미를 물려주는 것

by 탄천사랑 2008. 3. 5.

·「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꿈을 함께 이루어가는 행복 / 아이에게 좋은 취미를 물려주는 것
그는 얼마 전부터 아들과 낚시 다니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그가 처음 낚시를 간 것은 아버지를 따라서였다.
직업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씩씩한 군인상과는 거리가 먼 조용하고 말씀이 없는 분이었다.
과묵한 성격이었으나 낚시 하나만은 처자식도 물라라 할 만큼 즐기셨다.
그가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부터 그를 데리고 낚시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 시절, 그는 아버지 따라 낚시를 가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하지만 이제야 아버지께서 왜 자신을 데리고 다니셨는지 알 수 있게 됐다.
그가 사춘기 아들 녀석을 데리고 낚시를 다니면서부터였다.
다행인지 아들은 처음 그가 낚시를 배울 때처럼 싫은 내색은 하지 않았다.
어떤 날은 자기가 부추겨 도구를 들고 먼저 나서기도 했다.
아직은 손끝에 느껴지는 짜릿한 손맛을 모를 텐데 말이다.

그는 예전에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나닐 때면 고통스러웠다.
강가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나면 집에 올 때까지 말씀 한 마디 없는 아버지 옆에서 
좀이 쑤시고 온몸이 근질거려서 죽을 맛이었다.
머리도 긁어보고 옆구리도 쓱쓱 문질러보고 그래도 무료하면 팔 굽혀 펴기 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사내 녀석이 좀 진득이 앉아 있지 못하고, 왜 수선이냐!"
"아...... 아버지.. 저는 낚시가 체질에 안 맞아요. 집에는 언제 가요?"
"흠"

아버지는 그의 말에 일언반구 대답이 없었다. 오로지 찌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계셨다.
그는 그때의 아버지 심정을 몰랐다.
그저 당신이 심심해서 말동무 삼아 자신을 데리고 다니시는 줄로만 알았었다.

하지만 이제 아들을 데리고 낚시를 다니다 보니, 그 옛날 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아버지는 사춘기 아들이 행여 샛길로 새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낚시하려 오가는 중에 이런저런 대화의 시간을 만드신 것이었다.

그 당시 그는 불끈하는 성격으로, 학교에서 곧잘 싸움도 했고 어머니에게 반항도 했었다.
그 혼돈의 시기에 아버지는 집 근처 또는 먼 지방으로 낚시를 데리고 다니시면서 
당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주시곤 했다.
지나고 보니 그때만큼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도 아버지가 자신에게 베풀어준 것처럼 아들과 함께 낚시를 다니기 시작했다.
달라진 개 있다면, 자동차가 있어 그가 운전을 하고 아들이 옆자리에 앉아 간다는 것뿐이었다.

주중에는 그도 바쁘고 아들도 학교에, 학원에 바빠서 서로 얼굴 마주 대하기가 힘들지만, 
주말을 이용해 밤낚시를 다니다 보니 스스럼없이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

이제는 그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커버린 아들,
어쩌다 목욕탕에라도 함께 가서 녀석이 등을 밀어줄 때면 손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고사리 같던 아이의 손이 언제 이렇게 커버렸는지.

그는 날씨가 좋으면 내일 새벽에도 낚시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조금 쌀쌀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나중에 아들도 자기 아들을 데리고 이렇게 낚시를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낚싯대 손질을 마쳤다.

'미래의 손자에게 이 할아버지 얘기도 좀 잘해 주었으면' 하면서 그는 웃었다.



아이에게 평생의 친구를 만들어주세요. 그 친구의 이름은 취미입니다. 
아이는 그 친구를 벗 삼아 평생을 즐겁게 살아갈 것입니다. 함께하는 취미에는 장점이 많습니다. 
같이 다니면서 많은 대화를 할 수도 있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등산이든 악기든 사진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아이와 더불어 인생을 즐겨보세요.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8.03.05.  20220302-0704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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