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雨之樂(운우지락)
구름과 비의 즐거움이라는 뜻으로,
초혜왕(楚惠王)이 운몽(雲夢)에 있는 고당(高唐)으로 갔을 때
꿈속에서 무산(巫山) 신녀(神女)와 만나 즐겼다는 옛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남녀 간의 육체적인 관계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본 뜻은 본래 雲雨(운우)는 구름과 비를 내리는 하늘의 女神(여신)이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밤에는 비가 된다는 데서 온 말이다.
세상의 사물을 陰(음)과 陽(양)으로 가르는 동양에선 구름은 陽(양)이요,
비는 陰(음)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조화를 이루는 즐거움을 말한다.
바뀐 뜻은 雲雨(운우)는 본래 구름과 비를 관장하는 여신의 이름이었으나,
구름이 비로 변하여 대지를 적시는 것을 陰陽(음양)의 조화에 비유하여
이를 남녀 交合(교합)의 즐거움으로 표현한 것이 雲雨之樂(운우지락)이다.
구름과 비를 가리키는 雲雨(운우)는 비구름이 농사에 도움을 주니 혜택을 입었을 때 비유하는 말도 된다.
여기에서 멀리 나아가 남녀의 육체적인 사랑을 더 많이 뜻하게 된 것은
고사를 모르고서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중국 四川(사천)성의 동부 巫山(무산)에 살았던 神女(신녀)가 먼저 나오고
그와 꿈에 만났던 楚(초)나라 왕이 등장한다.
신녀는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된다는 朝雲暮雨(조운모우)의 변화를 가졌다고 하여 이 말이 나왔다고 한다.
戰國時代(전국시대) 楚(초)나라의 시인 宋玉(송옥)의 '高唐賦(고당부)' 서문이
梁(양)나라 蕭統(소통)이 엮은 시문집 文選(문선)에 실리면서였다.
전설 속 三皇(삼황) 중에 神農(신농)씨의 셋째 딸 瑤姬(요희)가 그 신녀이고,
懷王(회왕)이 그와 사랑을 나눈 楚王(초왕)이었다.
서문에 실린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보자.
회왕의 아들인 襄王(양왕)이 宋玉(송옥)을 대동하고
오늘의 洞庭湖(동정호)라는 雲夢(운몽)의 누대에서 놀고 있었다.
宋玉(송옥)은 초나라 충신 屈原(굴원)의 제자로
美如宋玉(미여송옥)이란 비유를 남길 정도의 수려한 궁정시인이었다.
일행이 高唐館(고당관)을 바라보았을 때 그 위에만 구름이 몰려 있고
갑자기 하늘로 솟구치다 또 모양이 바뀌는 등 변화가 끝이 없었다.
왕이 이상하게 여겨 宋玉(송옥)에게 물어보니 그것이 바로 朝雲(조운)이라며 그 사연을 설명했다.
옛날 부왕이 고당에서 노닐다가 피곤하여 낮잠을 자게 되었는데 꿈에 한 여인이 나타났다.
자기는 무산에 사는 여인이라며 왕께서 노니신다는 말을 듣고 잠자리를 받들고자 왔다고 했다.
꿈속에서 잘 즐긴 왕에게 여인은 떠나면서 말했다.
"저는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되어 아침저녁으로 양대 아래에 있을 것입니다
旦爲朝雲, 暮爲行雨, 朝朝暮暮, 陽臺之下(단위조운 모위행우 조조모모 양대지하)."
아침에 깨어난 왕이 무산 쪽으로 보니 아름다운 그름이 걸려 있어
그곳에 사당을 짓고 朝雲廟(조운묘)라 했다는 이야기다.
(陽臺(양대)는 해가 잘 드는 누대를 가리키는데 남녀의 은밀한 사랑도 뜻한다)
무산 신녀와의 꿈속의 사랑은 뜻하지 않았는데도 이뤄져
변화하는 비와 구름과 함께 무수한 관련 성어를 남겼다.
巫山夢(무산몽), 巫山雨(무산우), 巫山雲(무산운)에서부터 巫山之夢(무산지몽), 巫山之樂(무산지락),
巫山雲雨(무산운우), 雲雨之夢(운우지몽), 雲雨之情(운우지정), 雲情雨意(운정우의) 등등이 있다.
우리의 풍자시인 金笠/김립(김삿갓)이 이 운우의 묘사에 빠질 수가 없다.
남녀의 정은 싫지 않고 끝이 없다는 것을 야하지 않고도 절묘하게 나타냈다.
"해도해도 싫지않아 다시 하고 또 하고 爲爲不厭更爲爲 (위위불염갱위위)
안해안해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하네 不爲不爲更爲爲 (불위불위갱위위)"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마을에 초상이 났다며, 시끌벅적한 것이 아닌가.
그래 마을 사람에게 물어 봤더니,
사또의 아들이 죽었다며 그 사유를 이야기하는 데 내용인즉 대충 이러했다.
사또의 아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허구한 날 기생집에 들러
기생들이나 끼고 진종일 술이나 퍼 마시는 것을 본 사또가
혹 자식이 해 달래는 데로 다 해 주면 책을 좀 보려나 해서 불러 놓고 물어 봤더니,
얼굴이 반반한 기생 하나를 집에 들여 주면 책을 읽겠다고 해서
그 기생을 데려다 아들 놈 방에서 기거하게 해 줬는데,
그 아들 놈 하는짓이,
이제는 멀리 기생방을 찾아가 눈치 봐가며 기생을 껴안지 않아도 되었으니
밤이고 낮이고 배꼽 붙이고 즐기다 氣(기)가 쇠하여 죽었다는 말이다.
이 말을 들은 김삿갓이 혀를 끌끌 차며 情事(정사)라는 시제로 시 한 수 지었다.
남녀가 즐기는 운우의 정은 아무리 해도 끝도 없고,
하고 또 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것인데,
이를 불과 네 글자 ( 爲. 不. 厭. 更)를 가지고 절묘하게 표현한
김삿갓의 시재(詩才)는 과연 달인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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