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가트맨 -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방임형 부모
우리 연구 대상자 중 일부는 억압형 부모나 축소 전환형 부모와는 달리,
아이의 감정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아이가 표현하는 감정을 무조건 받아들였다.
나는 이런 유형의 양육 방식을 '방임형'이라고 부른다.
방임형 부모는 자기 자녀에 대해 무척이나 공감하면서 아이가 어떤 감정을 겪어도
엄마 아빠는 다 이해하니까 괜찮다고 일러준다.
그러나 문제는 방임형 부모는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아이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할 준비가 되었다거나 의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방임형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방관자적 입장으로 바라본다.
이들은 분노와 슬픔을 '분출하면 해결되는 단순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면 부모로서의 역할은 모두 끝나는 것이다.
방임형 부모는 아이에게 문제 해결 방법을 가르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행동의 한계를 정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이런 부모는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할 수 있다.
무조건적인 수용이라는 이름 아래에 이들은 아이가 부적절한 감정 표현을 하거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행동해도 혼내지 않고 내버려둔다.
그러면 화난 아이는 공격적으로 변해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다.
슬픔에 빠진 아이는 어떻게 진정해야 할지,
어떻게 자신을 위로해야 할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마구 울어댄다.
이렇게 부정적인 표현이 부모에게는 용납될지 몰라도,
세상 경험이 훨씬 적은 아이에게는 탈출구 없는 블랙 홀로 걸어 들어가는 것같이 무서울 수 있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수 많은 방임형 부모는 감정과 관련하여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확실히 모른다는 것이 밝혀졌다.
어떤 부모는 깊게 생각조차 하지 않고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그저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모호한 생각만 한다.
하지만 이들 모두 무조건적인 사랑 이외에 부모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진짜 어리둥절해한다.
예를 들어, 로엔은 다른 아이가 아들 토비를 괴롭혀서 정말 걱정된다고 했다.
"아이가 그 일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요. 그것 때문에 제 마음도 너무 아파요."
"그렇다면 아이한테 어떻게 대했죠?"
"음,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의 사랑은 변치 않는다는 것을 알려 주었죠. 아주 소중히 여긴다고요."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로엔의 말은 분명 다정한 위로였지만 토비가 친구와 좋은 관계를 맺는 일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모든 것을 이해하지만 모든 것이 엉망이 될 수 있다.
억압형 부모와 축소 전환형 부모와 마찬가지로,
방임형 부모의 양육방식은 부모의 어린 시절에서 나온 반응이다.
때리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샐리에게는 분노와 욕구불만을 분출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아이들이 고함치고, 원하는 건 뭐든지 큰소리로 말할 수 있게 내버려둬요.
또 아이들이 '난 그 일을 하기 싫어'라고 말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샐리는 가끔 아이들 때문에 낙심하기도 하며 인내심이 바닥난다고 인정한다.
"레이첼이 잘못을 저지르면, 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그러니까 다르게 해 보자'라고 말하기를 바라요. 하지만 그게 잘 안 돼요."
결국 샐리는 레이첼에게 소리 지르고 고함을 친다.
어떤 때는 때리기도 한다.
"그럴 땐 내 자신이 정말 속수무책인 것 같아요."
또 다른 엄마인 에이미는 어린 시절 상당히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
돌이켜 보면 병리성 우울증이 의심되는 상태였다.
"그 기분은 두려움에서 온 것 같아요.
아마도 그런 감정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는지 몰라요."
그러한 감정의 근간이 무엇이었든 간에,
에이미의 기억에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 준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대신 기분을 바꾸라는 주문만 들었다.
"사람들은 늘 '웃어!'라고 말했죠. 전 정말 싫었어요"
에이미는 나이가 들면서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고, 혼자서 달리면서 우울증을 날려버릴 위안을 찾았다.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에이미는
아들이 자신이 겪었던 반복적인 슬픔을 똑같이 느끼자 그 상황에 깊이 공감한다.
"알렉스는 자신의 감정을 '정말 묘한 느낌'이라고 표현해요.
저도 어렸을 때 그렇게 똑같이 느꼈었죠.
그래서 전 알렉스가 침울해 있을 때 웃으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대신 '나도 그런 감정 느껴봤기 때문에 네가 무엇을 느끼는지 잘 알아'라고 말하죠"
그러나 에이미는 알렉스가 의기소침해 있을 때 아들과 함께 있지는 않는다.
"전 달리기를 하러 가요"
사실 에이미는 자신이 어린 시절 겪었던 곤경 속에 빠져 있는 아들을 내버려두고 물러난 것이다.
엄마 에이미는 혼자서 방황하는 아들 알렉스를 붙들어 줄 수 있는 정서적 버팀목을 제공하지 못한 것이다.
무슨 감정이든 받아들이지만 길잡이가 될 수 없는 방임형 부모는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불행하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어른들로부터 어떤 지침도 받지 못한 아이들은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또는 언짢을 때 마음을 진정시키는 능력이 부족하게 되고,
마음을 다스리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지도 못한다.
사회적 대인관계도 원만하지 못하면서 친구를 사귀고 우정을 유지하는 것을 어려워할지 모른다.
방임형 방식에는 분명 모순이 있다.
방임형 부모는 모든 것을 용납한다는 태도로 자녀에게 행복의 기회라면 모두 제공하려고 한다.
하지만 어려운 감정을 다스리는 법에 대해 아이들에게 어떤 길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임형 부모의 아이들은 결국 억압형 부모와 축소 전환형 부모의 아이들과 똑같은 입장에 선다.
정서적으로 똑똑하지 못한, 미래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아이가 되는 것이다.
※ 이 글은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12.10. 20211204-1546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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