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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유아 어린이/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03 감정코치의 핵심 5단계

by 탄천사랑 2007. 12. 15.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 - 존 가트맨 / 한국경제신문사 2007. 04. 15.
부모가 자녀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면,
아이는 자신의 정서적 경험을 신뢰하고 자기 존중감을 키울 수 있다.

03 감정코치의 핵심 5단계 
나는 딸 모리아에게 감정코칭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처음 발견했던 날을 잊지 못한다.
당시 세 살이었던 딸과 함께 친척 집을 방문했다가
미 대륙을 횡단하는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따분하고 피곤해서 짜증이 난 모리아는
내게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이자 마음의 위안을 주는 '얼룩말'을 달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부부가 하도 정신없이 짐을 싸다 보니 너덜너덜해진 얼룩말 인형을
여행 가방에 넣었고, 그 가방은 수하물 검사대를 통과해 짐칸에 실렸다.

"아가야, 미안해. 지금 당장 얼룩말을 가져올 수 없어.
 비행기의 다른 칸에 있는 큰 가방 안에 있거든" 그러나 모리아는 계속 징징거렸다.
"이잉, 얼룩말 줘!"
"그래, 착하지. 하지만 얼룩말은 지금 여기 없어. 비행기 맨 밑에 짐칸에 있어요.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는 아빠가 가져올 수 없어요. 미안해."
"얼룩말! 얼룩말 줘!"

모리아는 때를 쓰더니 몸을 배배 꼬며 울기 시작했다.
나는 혈압이 오르기 시작했다.

"네가 얼룩말을 원하는 건 잘 알아. 하지만 여기엔 없어. 아빠도 어쩔 수가 없어.
 자, 우리 '어니(미국 어린이 프로그램 캐릭터)' 책 보자"

나는 딸애가 좋아하는 그림책 한 권을 찾기 위해 가방을 뒤적거렸다.

"아니 싫어!" 모리아는 화가 나서 발버둥 치며 더 큰소리로 울었다.
"얼룩말 줘! 지금 당장!"

이때쯤 되자 주변의 승객들과 승무원들까지 '어떻게 좀 해봐요!'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나는 화가 나서 빨개진 모리아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딸애는 얼마나 이 상황이 불만일까 상상했다. 그렇지만 나는 하나님이 아니지 않은가?
딸애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인형을 내가 주지 못하다니!

나도 속이 상했다.
그때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 난 지금 얼룩말을 줄 수는 없지만, 얼룩말 다음으로 가장 좋은 것을 줄 수는 있어.
 바로 아버지의 위로 말이야!' 나는 화를 가라앉히고 부드럽게 말했다.

"지금 얼룩말이 있었으면 좋겠지?"
"응!" 딸은 슬픈 듯이 말했다.
"아빠가 너를 위해 얼룩말을 가져다주지 못해서 화났구나?"
"응!'
"지금 당장 얼룩말을 가져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그렇지?"

나는 반복해서 말했다.
모리아는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다소 의아해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응! 지금 얼룩말이 보고 싶어"
"지금은 네가 피곤하니까 얼룩말을 껴안고 있으면 정말 기분이 좋아질 거야.
 아빠도 지금 네가 얼룩말을 껴안을 수 있게 이리로 데려올 수 있으면 정말 좋겠어.
 그보다도 비행기에서 얼른 내려서 네 인형들이랑 베개가 가득한 크고 부드러운 침대에서
 우리가 편히 누울 수만 있으면 훨씬 더 좋겠다, 그렇지?"
"맞아!" 모리아도 동의했다.
"하지만 얼룩말은 비행기의 다른 곳에 있어서 지금 데려올 수 없어.
 그것 때문에 우리 딸 많이 실망했구나"
"응!"
"그래서 정말 미안해"

이렇게 말하자 아이 얼굴에서 긴장이 사라지는 빚이 보였다.
모리아는 의자에 머리를 기댔다.
나직이 몇 번 투덜거렸지만 곧 잠잠해졌고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모리아는 겨우 세 살이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가장 아끼는 얼룩말이었다.
얼룩말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내 변명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모리아의 관심을 돌리려는 내 노력도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딸애의 기분을 이해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딸애의 기분이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공감의 힘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 이 글은 <내 아이를 위한 사랑의 기술>에 실린 일부를 필사한 것임.

[t-07.12.15.  20211231_16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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