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끊임없이 서로를 재발견하는 열정
결혼은 각각 다른 환경에서 20년 이상을 다르게 살아온 남녀의 결합입니다.
남녀 간에도 차이가 있는데, 낳아주신 부모님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니,
거의 모든 습관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결혼은 서로의 다름에 적응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서로 조율하고 양보하면서 적정 타협점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021.
내 손 안의 보물을 다시 살펴보는 것
그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기분이 좋았다.
사업에 실패했던 친구가 멋지게 재기에 성공했으니 축하해 줄 만한 일이었다.
그도 아픔을 격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위로해 주고 힘을 불어넣어 준 친구였다.
친구 부부와의 저녁식사 장소는 갈빗집이었다.
널찍한 주차장까지 갖춘 대형 업소였는데, 친구는 그에게
"우리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곳인데,
주말에는 예약을 안 하면 냉면 한 그릇 먹기도 힘들다"라고 했다.
갈빗집 사장이 나와 있었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정말 장사를 잘하는 것 같았다.
음식 주문을 하는데 서빙하는 아주머니가 그들 내외를 흘깃흘깃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치자 사근사근한 웃음을 지었다.
아주머니가 주문하러 간 사이에 친구가 말했다.
"저 분이 안주인이야.
오늘은 그래도 한산한 편인데 안주인이 직접 주문을 받네.
하긴 저렇게 정성을 들이니까 돈을 벌지."
갈비가 나왔다.
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맛 또한 일품이었다.
두 쌍의 부부는 원 없이 갈비를 맛보았다.
식사가 끝난 후,
계산대 앞에서 그의 아내와 친구 부인이 실랑이를 벌였다.
서로 음식 값을 내려는 것이었다.
"제가 낸다니까요. 그동안 신세만 져서 죄송했거든요."
그때 인상 좋은 주인 남자가 껴들었다.
“맛있게 드셨어요?
돈은 안 받겠습니다. 친구한테.
오랜 만에 만난 친구한테 무슨 돈을 받습니까. 하하.
나 모르겠어? 세월이 흘려도 여전하네.
나야. 용민이.”
주인 남자가 그의 아내에게 아는 척을 했다.
아내가 가면 적게 웃으면서 주인과 악수를 했다.
“죄송합니다. 같은 동네 살던 어릴 적 친구예요.”
주인 남자가 그에게 눈인사를 하며 말했다.
그러면서 곁에 있던 안주인을 인사시켰다.
그러는 와중에 그의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그래, 맞아. 나도 이 사람 누군지 알겠다.’
부부 싸움 끝에 짐을 싸서 나가 버린 아내를 모시러(?) 처가에 갔을 때
장모님이 장난스럽게 말씀을 하시곤 했던 것이다.
“이 사람아! 저 좋다고 몇 년을 목매던 사람 팽개치고 자네한테 간 애야.
웬만하면 아껴주게.
우리 동네 용민이라고, 그 애가 결혼 소식 듣고 식음을 전폐했어.
걔가 얼마나 미남인데..... 부잣집 아들에다가 말이야.
저 아이 눈에 무엇이 확 씌워서 자네가 데려갔는지 모르겠지만, 잘해 주게, 이 사람아."
그의 앞에 서 있는 갈빗집 사장이 바로 그 용민이라는 사람이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잘생긴 외모에 키도 훤칠했다.
그의 아내는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났고,
그 덕에 일행이 맛있는 갈비를 양껏 공짜로 얻어 먹은 셈이었다.
그는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졌다.
"제수씨,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인생이 바뀐 것 아이예요?"
친구가 웃자고 꺼낸 말이 썰렁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그날 이후 며칠 동안 고민에 빠졌다.
'참 괜찮은 남자 같던데 왜?'
그는 알 수가 없었다.
아내가 왜 그런 남자를 마다하고 자신을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며칠 후 그들 부부는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었다.
그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 갈빗집 사장 말이야. 꽤 괜찮던데 왜…?”
그녀는 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상추쌈에 삼겹살을 두 조각이나 얹어 한 입 크게 먹었다.
“그게 왜? 좋아하지 않으니까 사귀지도 않았지.
그런 사람과 왜 결혼을 해. 내가 바보야?
하긴 내가 좋아하던 당신도 없어진 지 오래지만 말이야.”
그날 이후 그는 보물 찾기를 하고 있다.
손바닥 안의 ‘아내’라는 보물은 다시 찾아냈지만, 아직 찾아내지 못한 것이 있었다.
아내가 좋아했던 그의 무엇인가를 스스로 찾아내어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했다.
그것이 그동안 고생시킨 아내에게 해줄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에게서 없어진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어쩌면 그것은 평생 동안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손바닥을 펼쳐보세요. 당신 손 안에 세상의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놓여 있습니다.
당신은 너무 편해서, 너무 익숙해서, 그 보물의 가치를 잊곤 합니다.
하지만 그 보물은 당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당신의 손을 떠나지 않습니다.
보물을 더욱 값지게 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의 사랑입니다.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09.07. 20210903-170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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