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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부부로 산다는 것

2 - 018. 그의 바람기를 요리하는 것

by 탄천사랑 2007. 7. 2.

·「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원하는 사람이 되어주는 기쁨

018
 

그의 바람기를 요리하는 것
그가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몇 번을 말해도 기척이 없더니,
"저, 전화 자.... 잘못 걸었습니다"  하며 당황해 하는 여자의 목소리. 

순간 그녀의 직감이 발동했다. 
그녀는 얼른 그 발신번호를 자기 핸드폰에 입력시켜 놓고 그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냥 잘못 걸린 전화일까? 
 아니야 사귀는 여자가 있는 게 분명해. 나이는 몇일까? 돈이 많은 여자인가?'

머릿속에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드디어 그가 왔다.
그녀는 화를 낼까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아 조심스레 물었다.

"내가 핸드폰 전화 받았는데 꽤 품위 있는 여자 같더라. 
 누구야? 거래처 사장님? 아님 사모님? 그것도 아니면 누구?"

그가 자기 핸드폰을 눌러 전화번호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잘못 걸린 전화겠지. 
 내 핸드폰 번호는 식구들하고 자기 말고는 다른 여자들은 아무도 몰라. 저.. 정말이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 일은 그냥 넘겨 버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핸드폰으로 이상한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봄 햇살이 무척 따사롭네요. 사업은 잘 되시는지요. 조만간 한번 뵙길 바라며. 조 00’ 
아무리 봐도 냄새가 났다.
이번에는 그냥 넘길 수 없다 싶어서 따져 물었다. 

"바른 대로 말해봐요. 누구야?
 이 여자,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고, 작은 마누라야?"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응, 사실은 거래처 사장님하고 두어 번 술 마시러 갔다가 내가 명함을 떨어뜨린 것 같아.” 
“떨어뜨린 거 좋아하시네.
 하얗고 부드러운 손에다 쥐여주면서 '전화해 자기야, 문자도 보내고' 이러셨겠지."

얼마가 지났을까. 이번에는 택배로 뭐가 왔다. 
내용물을 확인하려는데 ‘조 00’라는 이름이 보였다. 박스를 뜯어보니 말린 표고버섯과 동충하초.
순간 화가 났다. 
'아니, 이 인간이 이 여자에게 술값을 얼마나 갖다 바쳤길래 이렇게까지 할까?'
그러나 어쩌랴, 버리자니 아깝고 다시 그 여자에게 보내자니 현명한 방법이 아닌 것 같고, 
그래서 그녀가 먹었다. 
말린 표고 버섯은 불렸다가 볶아 먹으니 정말 맛이 있었다.

그녀는 이런저런 궁리 끝에 그 여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보내 주신 버섯 잘 먹었습니다. 햇살이 꽤 따사롭네요. 
 그런데 남편 사업이 잘 안 되니 걱정입니다. 유 사장 마누라’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꽃 배달 서비스입니다" 하면서 웬 아저씨가 예쁜 화분을 놓고 가기에 
'누가 보냈지?' 하면서 리본에 적힌 글씨를 보니 '축 발전. 조 00’라고 쓰여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남편 사업이 어렵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그 여자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화분을 보낸 것이었다. 바보 같으니라고.

그녀는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화분 고맙고요. 나중에 사업 잘 되면 남편과 함께 들를게요.’ 
그 이후 그 여자로부터의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없었다




기가 막힌 일을 당했다면, 심호흡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즉각적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충분히 시간을 두고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한 후에 대처해도 늦지 않습니다. 약간의 뜸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알맞게 뜸을 들인 후 문제를 풀어 가면 상황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일단 주도권을 쥐면 다음부터는 당신의 페이스입니다. 아무리 기가 막히더라도 냉정을 유지하세요.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07.02.  20210215-17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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